조동필 감독의 공포 영화 <어스> 해석 총정리(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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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필 감독의 공포 영화 <어스> 해석 총정리(스포 주의)

2019-04-02T12:29:05+09:00 2019.04.01|

조동필 감독이 누구냐고요? 조던 필 감독의 한국 이름입니다. 물론 그가 한글로 ‘조동필’이라고 쓰인 외국인등록증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의 첫 번째 영화 <겟 아웃>에 반한 우리나라 팬들이 그에게 붙여준 이름이죠. 원래 <겟 아웃>은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계획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개봉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개봉하게 됐고, 누적 관객 수 210만을 기록하며 당시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죠. 북미에 이은 전 세계 두 번째 흥행 기록이었다고 합니다. 조던 필 감독은 <어스> 개봉 전 한국 관객들을 위한 특별 영상을 촬영했는데요. <어스>가 개봉 첫 주 주말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자 재빠르게 감사 인사 영상 2탄을 준비했습니다. 무표정이 더 귀여운 건 편애일까요?

온라인에는 벌써 <어스>에 대한 해석으로 분분합니다. <겟 아웃>도 해석과 복선에 대한 기사와 포스팅이 많았죠. <어스>는 미국 역사와 사회에 대한 좀더 깊이 있는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어스>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986년, 주인공 애들레이드는 가족과 놀러 간 샌타크루즈의 놀이동산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이( 레드)와 마주치고 그 후 실어증을 앓습니다. 배경이 현재로 바뀌고 애들레이드는 한 가정의 엄마가 됐죠. 어릴 적 살았던 샌타크루즈로 가족이 다 함께 휴가를 갔는데, 거기서 그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합니다. 공격한 이들은 과거 미국 정부의 실험으로 태어난 복제 인간들이었죠. 애들레이드 가족은 사투 끝에 복제 인간 가족을 죽이고 살아남습니다. 마지막 반전은 애들레이드가 자신이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뒤바뀐 복제 인간이라는 걸 기억해내는 장면. 레드가 진짜 애들레이드였던 겁니다. 자, 이제 온라인에 올라온 수많은 해석과 의견, 총정리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애들레이드는 놀이공원에서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쭉 레드였던 겁니다.

복제 인간의 정체

미국 정부에서 인구를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지하 세계에 복제 인간을 만드는 실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자체가 유야무야되면서 복제 인간들은 지하 세계에 버려졌죠. 정확하게 미국 정부라고 언급한 적은 없지만 암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차 안에서 조라가 정부가 사람들을 세뇌시키기 위해서 물에 불소를 섞었다고 말하는 장면을 포함해서요. 조던 필 감독은 이 영화의 배경에 대해 매우 디테일한 내용을 구성했지만 영화에 다 담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인구 통제 정책을 위해 복제 인간을 만들었다는 설정입니다.

제목 ‘어스’

제목은 스스로가 우리 자신의 가장 큰 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개개인뿐 아니라 단체, 가족, 사회, 국가, 하나의 세계로서 말이죠. 우리는 어둠에 가려지고 미스터리한 다른 존재가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자리를 차지할 거라는 공포에 시달리지만 정작 염려해야 할 것은 우리가 억누르고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의 죄, 죄책감, 스스로를 종말로 몰아넣는 우리 자신.

‘어스’는 우리라는 뜻 외에 미국(United States)을 암시합니다.

Hands Across America

1986년 5월 25일, 미국 전역에서 자선 행사 겸 캠페인이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이 15분간 서로 손을 잡는 퍼포먼스를 통해 굶주린 사람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자리였는데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샌타크루즈 해변을 포함한 48개 주에서 약 600만 명의 사람들이 인간 띠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저 자기만족일 뿐, 그들이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한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퍼포먼스가 끝난 다음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일상생활을 지속했죠. 영화 속에서 서로 손을 잡는 복제 인간들은 일회성 캠페인이 끝난 후에도 더 나은 삶을 갈구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상징합니다.

1986년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

가위

종이 인형은 위의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 캠페인 당시 매우 중요한 모티브였습니다. 몇 번의 가위질로 만들 수 있는, 하나 된 나라를 추구하는 캠페인의 상징이었으니까요. 복제 인간이 가위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종이 인형의 상징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입니다. 레드가 검은 배경 앞에 서서 종이 인형을 만들었다가 각각을 잘라버리는 장면처럼요. 또는 두 개의 칼날이 하나처럼 움직인다는 데 착안해 분리되어 있지만 서로의 행동을 모사하는 사람과 복제 인간의 관계를 비유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빨간 점프수트와 장갑

의상 선택에 마이클 잭슨의 영향이 크다는 의견. 어린 애들레이드는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요. ‘스릴러’ 뮤직비디오에서 마이클 잭슨이 입은 빨간 옷이 복제 인간들의 빨간 점프수트와 이어집니다. 오른손에 끼고 있는 장갑 역시 마이클 잭슨이 무대에서 오른손에만 장갑을 끼던 걸 연상시키죠. ‘스릴러’의 뮤직비디오 내용 역시 주인공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에서 ‘스릴러’ 티셔츠는 결말에 대한 복선이기도 합니다.

예레미야 11장 11절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이와 같이 말하노라.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 끔찍한 악마가 풀려났지만 신은 우리의 기도를 듣지 않는다는 내용. 예레미야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예레미야는 예언자로 유대인이 바빌론을 탈출할 때 하나님이 그들이 우상을 숭배한 것에 대해 분노했음을 경고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멸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죠. 이 부분은 사람들이 과거에 범한 죄와 어떻게 신의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잊는지에 대한 암시가 담긴 구절에서 이어집니다. 영화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는데요, 야구 경기의 점수도 11:11, 노숙자가 들고 있는 종이에도 쓰여 있고 나중에는 그의 이마에 새겨집니다. 밤 11시 11분 알람 등 위험에 대한 복선처럼 계속 등장합니다.

진짜 사람인지 복제 인간인지 알 수 없는 노숙자.

토끼

조던 필 감독은 시사회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토끼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토끼가 무섭다고 말했답니다.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듯한 토끼의 눈을 보고 있으면 소시오패스의 뇌를 가진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고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서 다른 세상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토끼는 과학 실험에서 실험체로 자주 등장하기도 하죠. 왜 지하 시설에 사는 복제 인간의 식량이 토끼냐고 묻는다면,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식량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조던 필 감독이 무서워하는 토끼.

제이슨

어린 제이슨은 똑똑하고 호기심이 많습니다. 자신의 복제 인간인 플루토와 옷장 안에서 놀 때 복제 인간들이 사람에 의해서 조종된다는 걸 알아냅니다. 그 방법으로 나중에 플루토를 불에 타 죽게 하고요. 결말에서 뒷자석에 앉은 제이슨은 엄마에게 뭔가 잘못된 걸 알고 있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엄마가 진짜 애들레이드가 아니라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요. 정말로 알고 있는지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제이슨이 그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엄마가 타일러 쌍둥이 중 한 명을 죽이고 복제 인간처럼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를 때 그 모든 걸 지켜본 게 제이슨이니까요. 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애들레이드와 레드 사이의 진실이 밝혀질 때 지하 시설에 있었던 것도 제이슨입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제이슨과 플루토가 이미 바뀐 상태라는 주장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플루토의 얼굴에는 상처 자국이 있고 제이슨의 얼굴에는 없습니다.

이름

아빠 게이브와 복제 인간 아브라함의 이름은 둘 다 성경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게이브는 가브리엘의 애칭으로 히브리어로 ‘강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동시에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천사의 이름이기도 하죠. 아브라함은 신의 말에 복종해 자신의 아들을 제물로 바치는 인물입니다. 이름의 뜻은 ‘많은 이의 아버지’. 제이슨의 복제 인간 플루토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하의 신 하데스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제이슨은 그리스어로 치료자라는 뜻입니다. 조라의 복제 인간 움브라에는 그림자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조라의 이름은 반대로 빛, 새벽, 오로라를 뜻합니다. 애들레이드는 귀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레드는 복제 인간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의 색이기도 하고 분노, 위험과 경고, 위기를 뜻합니다. 키티의 복제 인간 이름은 달리아로, 리투아니아 신화에서 운명의 신의 이름입니다. 달리아는 물질을 주거나 뺏는 역할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