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비행기 좌석에 젖은 수영복을 널어 말린 승객

2020.02.04

by 송보라

    비행기 좌석에 젖은 수영복을 널어 말린 승객

    비행기를 타다 보면 온갖 해괴한 꼴을 다 보게 됩니다. 비행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런 장면을 마주칠 확률 또한 높아지고요. 얼마 전 해외 온라인 매체를 휩쓴(!)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비행기 좌석 머리 받침에 빨래를 널어 말린 승객이었죠.

    지금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진정 현실인가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장소는 브라질의 저비용 항공사, 골(GOL) 항공의 기내. 한 승객이 세 벌의 수영복을 빈 좌석 머리 받침에 당당하게 널어 말렸고 그걸 목격한 다른 승객이 그 장면을 찍어서 ‘패신저 셰이밍’ 인스타그램 계정에 보냈습니다. 패신저 셰이밍은 이름 그대로 기내에서 벌어지는 꼴불견 승객의 사례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 계정입니다. 사진은 캡션과 함께 포스팅됐습니다. “전문 여행가의 팁: 젖은 수영복 세 벌이  있다면 비행기 좌석의 머리 받침을 건조대로 사용할 것.”

    순식간에 3,000여 개의 ‘좋아요’를 받은 포스팅에는 줄줄이 답글이 달렸습니다. “승무원은 대체 뭘 하는 거야?” “크-은 지퍼록 백이라는 게 있거든? 거기에 넣으면 젖은 수영복도 안심하고 여행 가방에 담을 수 있어. 멋지지 않니?” “‘진짜 좋은 아이디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우웩, 항균 물티슈를 갖고 다니면서 자리에 앉기 전에 한 번씩 꼭 닦아야 할 듯.” 그러나 늘 두둔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죠. “비행기가 꽤 널널해 보이는데. 어차피 빨래를 널어둔 줄에는 아무도 안 앉은 것 같아.”

    몰염치한 승객이 수영복이 차지한 좌석 비용까지 지불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승객의 개인 정보에 대해 알려진 바도 없고요. 우리나라 비행기였으면 벌써 탈탈 털렸을 텐데요. 아마 사진을 찍기도 전에 주위 사람들이 가만있지 않았을 겁니다. 사실 그 승객은 초범이 아닐지도 몰라요. 작년 2월에도 머리 위 송풍구에서 속옷을 말린 승객이 창피를 당했다고 하니까요.

    여러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사실 비행기를 타다 보면 온갖 꼴을 다 보게 됩니다. 좌석 등받이를 발로 차는 건 참을 수 있는 수준. 가장 흔한 꼴불견은 앞좌석 팔걸이에 발을 올리는 승객입니다. 게다가 맨발이면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죠. 앞좌석 팔걸이 끝에 살짝 올리니까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당신의 바람일 뿐. 뒷자석에서 발을 올리면 평소에는 신경 쓰지도 않던 팔걸이 뒤쪽에 유난히 눈이 가더라고요. 참고로 아래는 패신저 셰이밍에서 만우절을 맞아 올린 가짜 뉴스입니다. 내년부터 미국 항공기 기내에서 맨발이 발견되면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얼마나 간절한지 아시겠죠?

    의외로 짜증 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등받이 뒤로 넘기는 경우죠.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고 따지면 곤란해요. 비행시간 내내 전방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포니테일이 흔들리거나 귀신처럼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흘러내린 장면은 시각 테러니까요. 포켓에 있는 기내지를 꺼내다가 머리카락이 손에 닿거나 음료 컵에 닿을락 말락 하는 것도 하여간 좀, 그래요.

    기내에서 옷 벗는 사람도 의외로 많답니다. 바지를 벗고 트렁크 팬티 차림으로 있는 사람, 해변가인 양 웃통을 벗고 있는 사람도 종종 발견되죠. 짧지 않은 비행시간 동안 편하게 있고 싶은 건 알겠지만, 자기 집 안방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아악! 저 사람 좀 말려요!! 팬티까지 벗으려고 하잖아요!

    차마 입에 올리지도 못할 해괴한 승객이 정말 많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이건 귀여운 수준. 꽉꽉 채워 밀어 넣어도 모자랄 머리 위 선반에 밀짚모자와 하이힐을 참 곱게도 올려놨습니다. 혹시 개인 전용기인 줄 착각한 건가요? 아니면 비행기 이코노미석은 이번이 처음?

    장시간 비행, 물론 힘듭니다. 하지만 장시간 비행이 힘든 건 당신 혼자가 아닙니다. 그 비행기에 탄 사람 모두 편치 않긴 마찬가지. 혼자 사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남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잊지 말아야겠죠.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Everett Collection, @passengersh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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