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다양성과 포용

2019.04.16

by VOGUE

    다양성과 포용

    다양성과 포용. 21세기 뷰티 월드의 성패는 이 두 가지 핵심어에 달렸다.

    사라, 아두트, 호연이 입은 의상과 액세서리는 미우미우(Miu Miu).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 아름다움을 다룬 엘레나 로시니의 2015년 다큐멘터리 영화 <일루셔니스트>에서 심리학자이자 사회 비평가 수지 오바크는 말한다. “영어가 전 세계 공용어가 된 것처럼 흰 피부에 블론드 헤어, 작은 코, 앙증맞은 가슴, 긴 다리가 미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2018년 특집 기사 ‘왜 모든 브랜드는 뷰티 산업을 주목해야만 하는가’를 찬찬히 읽어보면 오바크의 논평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요즘 뷰티 월드가 돌아가는 상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의 제품을 사회 문화적 현상에 대한 가시적 표현 결과라고 한다면 그 어떤 산업보다 뷰티 산업은 다양하고 포용적이며 민첩한 동시에 자율권을 가진 공간을 구현한다. 이 공간은 정형화되고 시대를 역행하는 미의 개념에 도전하고 있다. 그것은 다채로운 인종, 민족성, 종교, 체형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위한 공간을 제시한다. 이것은 수십 년간 이 업계에서 벌어지는 가장 흥미롭고도 급진적 변화이기도 하다.

    남부 수단 출신 모델 아두트 아케치. 한 편의 대서사시 같은 성공 스토리는 생로랑 2017 S/S 패션쇼에서 그녀를 독점 부킹하며 시작됐다. 그 후 칼 라거펠트는 그녀를 샤넬 꾸뛰르 쇼를 위한 여주인공으로 선택했고 2018년 그녀는 비로소 <보그> 표지를 장식했다. 아케치가 톱 모델로 신분 상승한 사례는 뷰티 업계에서 컬러리즘 문제가 다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요즘 런웨이를 보면 상당수가 거무스름한 피부예요. 둥근 곱슬머리의 아프로헤어, 땋은 머리, 쇼트커트, 심지어 머리카락이 전혀 없는 모델까지 가지각색이죠. 이들은 모든 다양한 민족성을 대변합니다. 더 이상 단 하나의 정형화된 미의 기준은 없어요.”

    이런 그녀의 발언에 애드와 아보아도 적극 공감한다. “뷰티 업계가 이토록 다양한 분야의 정체성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분 좋아요. 제 인종과 피부색은 물론, 무엇보다 한 개인으로서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느껴지니까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알렉스 밥스키는 “언론 매체에서 보다 넓은 의미의 아름다움을 비정형화된 방식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르스름한 피부의 아시아 모델은 나른하고 신비감에 싸인 럭셔리 제품을 떠오르게 하고, 거무스름한 피부의 흑인 모델은 환한 컬러와 그래픽 프린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그러니까 병풍 같은 존재였죠. 요즘에는 다양한 얼굴이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를 대표하며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어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이죠.” 이는 로레알 파리와 에스티 로더 같은 글로벌 기업부터 커버 에프엑스, 글로시에, 후다 뷰티와 같은 신생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혈안이 된 이슈다. 한 예로 레블론의 ‘Live Boldly(용기 있게 살아라)’ 캠페인에는 애드와 아보아, 애슐리 그레이엄, 이만 하맘, 아초크 마작이 동참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포괄적 개념을 제시했다.

    한편 이러한 시각적 표현을 뛰어넘어 실용적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도 있다. 뷰티 브랜드는 모든 여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들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물론 늘 그렇진 않다고 맥 코스메틱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리 디렉터인 테리 바버는 말한다. “제가 처음 뷰티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브랜드에선 백인을 제외한 모든 피부 톤에 대한 메이크업은 신비에 싸여 있다는 듯 포용성에 관한 방침을 전문적 메이크업 라인이 맘대로 하도록 내버려뒀어요. 한마디로 엘리트 의식에 휩싸인 게으름이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케이 몬타노에게 이것은 너무나 친숙한 경험이다. “다양한 피부 톤에 대한 메이크업을 습득하려면 적어도 찰스 폭스와 스크린페이스 같은 패션 소품 매장에 가야 했어요.”

    포용성을 논하려면 슈퍼스타 리한나의 메이크업 브랜드 ‘펜티 뷰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펜티 뷰티가 2017년 유색인종을 겨냥한 40여 가지 색조에 달하는 파운데이션을 출시했을 무렵 그 수요가 가히 폭발적이어서 제품 출시 직후 바로 품절됐고 <타임>지는 이 회사를 2018년 가장 천재적인 5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뷰티 업계에 미치는 이 브랜드의 영향력은 믿기 어려울 만큼 강력해 대부분의 브랜드가 서로 약속한 것처럼 ‘포용성’을 자신들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색조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혀나갔다. 펜티 뷰티의 업적은 단순히 획기적 파운데이션 론칭이 아니다. 그것은 아름다움의 시대정신을 대변한다. “사람들은 ‘펜티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제게는 하나의 트렌드나 단기 효과가 아닌 실생활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에요. 사람들의 대화 방식을 바꿔놓았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중요한 것은 색조의 개수가 아닌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죠.” 리한나의 설명이다.

    어떻게 해야 이런 바람직한 분위기를 지속할 수 있을까? 냉소주의자들은 우리가 현재 목격하는 변화는 순전히 형식적인 것이라며 브랜드에선 이 순간, 다시 말해 불가피하게 지나가버릴 순간을 활용하기 위해 그저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나의 브랜드가 자의로 모든 고객의 구미에 맞추기 시작하든, 아니면 순수한 죄책감에서 그렇게 하든,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간 거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알렉스 밥스키의 말에 ‘와 네일스’와 ‘뷰티스택’ 창업자인 샤마딘 레이드는 업계의 변화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동시에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요구한다. “진짜 변화는 우리가 고객들이 소유권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할 때 발생하죠. 당신은 그저 단순히 광고 캠페인에 흑인 여성 모델 한 명을 무대에 세울 참인가요? 아니면 흑인 여성 임원을 이사회에 진출시킬 생각 또한 하는 건가요?”

    케이 몬타노는 의사 결정권자들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만 이미 변화의 여정은 시작됐다고 믿는다. “저는 <보그> 뷰티 에디터인 유색인종 여성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혼혈 메이크업 아티스트예요. 당신은 제 말을 글로 쓰고, 그 말은 이제 인쇄되어 출간될 거예요. 변화는 바로 그런 식으로 일어나는 거죠.”

      에디터
      이주현(뷰티 에디터), 손기호(패션 에디터)
      포토그래퍼
      피터 애시 리
      모델
      사라 그레이스 월러스테트, 아두트 아케치, 정호연(@The Society Management)
      헤어
      토미 코노
      메이크업
      도티
      네일
      티 헌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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