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혹시 당신은 프로 예민러?

2020.02.04

by 송보라

    혹시 당신은 프로 예민러?

    다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는 작은 소리나 방해에도 쉽게 짜증을 내나요?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의도를 즉각적으로 알아채나요? 복잡하고 정신없는 환경에 노출되면 어찌할 바를 모르나요? 늘 조용히 혼자 있을 만한 장소를 갈망하나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절할 것 같아…

    HSP는 매우 예민한 사람, Highly Sensitive Person의 준말입니다. 1995년 일레인 아론 박사가 <민감한 사람들의 유쾌한 생존법(The Highly Sensitive Person)>이라는 저서를 출간하면서 이 개념을 도입했죠. 아론 박사는 매우 예민한 성향이 분명한 성격적 특질이라고 정의합니다.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되며 HSP의 뇌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른 구조를 보이죠. 예술가, 시인 중에 HSP가 많으며 재능, 창의력과 공감 능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좌절하거나 지치기 쉽고 정신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인구의 15~20% 정도가 HSP 성향을 보이는데요. 장애라고 하기에는 너무 흔하고, 그렇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해받기에는 충분치 않은 수치죠.

    혹시… 지금 내 얘기하는 거예요?

    HSP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눕니다. 아래 항목을 보고 자신이 HSP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느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확인해봅시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

    생각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

    1.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2.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몸이 아프다.
    3. 폭식을 하거나 잠을 못 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가끔 있다.
    4. 종종 긴장하거나 불안하다.
    5. 스스로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자책하는 경향이 있다.
    6. 사소한 상황에도 거절당하는 게 두렵다.
    7. 나를 남과 비교하면 늘 기분이 좋지 않다.  
    8.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부당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 놓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타인에게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

    바로 좋다고 하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 번은 거절해야겠지? 혹시 그냥 떠보는 거 아닐까? 설마 친구들끼리 내기를 한 건 아니겠지?

    1.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하거나 걱정한다.
    2. 모든 것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3. 인간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사소한 마찰도 그냥 흘려보내기 어렵다.
    4. 쉽게 상처받는다.
    5. 부정적인 감정이 너무 강렬하거나 드러내는 게 부끄럽다고 여겨서 속으로만 삭인다.   
    6. 타당하고 건설적인 내용이라도 비판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게 어렵다.
    7. 사람들이 너무 비판적이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8. 상대방의 모욕이나 도발에 지나치게 화를 낼 때가 있다.  
    9. 로맨틱한 관계를 가질 때 상대방을 의식하며 파트너의 반응을 지나치게 염려한다.

    주위 환경에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

    이렇게 열린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과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식사를 해야 한다니…

    1. 서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하거나, 너무 많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장소가 불편하다.  
    2. 밝은 빛, 시끄러운 소리, 어떤 강한 향에 노출됐을 때 불편하다.
    3. 부정적인 내용의 뉴스를 보거나 읽으면 분노한다. 놀라게 하는 장난을 싫어한다.  
    4. SNS에서 사람들의 포스팅을 보면 불쾌하다.

    그렇다고 해서 HSP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일생 동안 불행하거나 고통받을까요? 의학박사 토머스 보이스는 ‘난초와 민들레’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그 이론에 따르면 80%의 아이들은 민들레 같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환경에서 살아남죠. 나머지 20%는 난초와 같습니다. 환경에 매우 예민하고 역경에 취약하죠. 난초 아이는 부모의 감정이나 행동의 아주 미묘한 차이에도 영향을 받지만 민들레 아이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이론은 왜 같은 가정에서 자란 형제자매가 가정에서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지도 설명해줍니다.

    <장화, 홍련>은 서로 다른 자매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민감한 것이 반드시 취약한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보이스 박사가 연구한 대부분의 난초 아이들은 탁월한 성인, 멋진 부모, 명석하고 관대한 시민으로 성장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예민함이 외부의 자극에 부정적으로만 반응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도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이죠. 환경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은 자신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예민함과 공감 능력은 높이 평가받습니다. 다니엘 핑크는 자신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에서 우리 사회가 보다 시스템화되고 기계화, 자동화될수록 직관력과 창의력, 공감 능력 같은 새로운 기술이 중요시될 거라고 말합니다.

    감수성 뛰어난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괴로울 때가 많은 게 사실. HSP로서의 괴로움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위 환경에서 과도한 자극의 수를 줄일 것.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할 때는 한 번에 하는 일의 가짓수를 제한한다.

    압박감이나 불안한 기분이 들면 상황을 조절해서 지쳐버리는 일이 없도록 한다.

    생각이나 감정을 노트에 써서 머릿속을 비운다.

    정신적 고통을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림이나 노래 등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창의력을 발산한다.

    뛰어난 공감 능력을 이용해서 인간관계를 발전시킨다. 좋은 동료가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도 확인할 수 있다.

    타고난 예민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HSP 성향을 솔직히 밝히고 긍정적인 면에 집중한다.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Everett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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