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채리티 숍에 고가의 디자이너 제품을 기부했다

2020.02.04

by 송보라

    채리티 숍에 고가의 디자이너 제품을 기부했다

    값비싼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싸게 사려고 빈티지 숍에 가는 경우는 많지만 자선 중고 매장에 가는 일은 거의 없죠. 상태만 좋으면 돈을 받고 팔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풍요로운 익명의 기부자가 어마어마한 양의 명품을 채리티 숍에 기부해 영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관심이 집중된 곳은 영국 켄트주 턴브리지 웰스에 자리한 ‘마인드’ 숍. 마인드는 정신 건강을 위한 자선단체 ‘마인드 채리티’에서 운영하는 자선 중고 매장입니다. 이곳은 3주에 한 번씩 물품을 기부받아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정기적으로 물건을 보내는 한 기부자가 어느 날 5만 파운드어치의 디자이너 명품을 매장으로 보낸 겁니다. 5만 파운드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7,600만원. 그중에는 개당 가격이 450만원에 상당하는 구찌 울 코트와 끌로에 핸드백, 프라다 스커트, 멀버리 드레스, 루퍼트 샌더슨 힐과 어덤의 실크 드레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 있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도 있었죠.

    마인드 매장에 명품 브랜드의 새 제품을 반값에 판매한다는 소문이 쫙 퍼지면서 기차로 2시간 반 거리인 케임브리지에서도 옷을 사러 왔습니다. 심지어 호주에 사는 여성은 그 동네에 사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매장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대신 가서 봐달라고 했다는군요. 최대 50명의 손님이 한꺼번에 매장을 채우기도 했습니다.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마인드의 매니저 앨리슨 홈우드가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초과근무를 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록 1파운드도 안 되는 게임 카드나 2파운드에 팔리는 책과 DVD 사이에 걸려 있긴 하지만 매니저는 웹사이트를 뒤져서 원래 판매가를 확인한 다음, 매장 정책에 따라 계산한 가격표를 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140만원대 멀버리 드레스는 65만원, 300만원대 발렌티노 드레스는 100만원, 200만원대 끌로에 핸드백은 90만원으로 책정했죠. 가격표를 보더니 아웃렛에서 더 싼 가격에 괜찮은 물건을 살 수 있겠다고 투덜거린 손님도 있었답니다. “우린 결코 껌값에 팔아넘길 생각은 없습니다. 이 물건을 기부한 사람에 대한 모욕이니까요.” 홈우드는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이곳은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이 아니에요. 기부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곳입니다.” 이 옷을 팔아서 모은 1만5,000파운드는 정신 건강상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 쓸 예정입니다.

    소문을 듣고 매장을 방문한 이들 중에는 값비싼 명품을 구경하러 들른 사람도 있습니다. 18세의 사무엘 콜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매장에 들렀는데요. 여자 옷만 있는 걸 보고 실망해서 돌아갔답니다. “런던의 리버티나 헤롯 백화점에 가야 볼 수 있는 톱 디자이너 브랜드잖아요.” 기부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지만 매니저는 비밀을 지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패션모델이거나 지나친 쇼핑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바이어일 거라고 추측하죠. 홈우드는 대체 누구냐는 질문에 이렇게 쿨하게 답했습니다. “당신이나 나처럼 평범한 사람일 뿐이에요.”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Everett Collection, BBC, SW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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