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는 MS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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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는 MSGM

2019-05-03T13:27:34+00:00 2019.05.03|

Z세대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는 MSGM. 마시모 조르제티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디지털 세상과 음악이다.

서울의 편집매장과 백화점에서 MSGM 옷을 보는 건 매우 익숙한 일이지만, 마시모 조르제티(Massimo Giorgetti)가 서울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위에서 서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구체적인 인상을 갖고 있진 않았어요. 도쿄와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고, 중국과는 또 다른 느낌이군요.” 사실 그는 어제 저녁에 도착해 서울에 머무른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여러 곳을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꽤 통찰력 있는 평을 내놨다. “이 도시는 더 ‘나이스’한 면이 있어요. 훨씬 차분하고 스트레스도 덜한 느낌입니다.”

디자이너 마시모 조르제티는 수줍음이 많지만 매우 쾌활하고, 이야기를 할 때면 소년 같은 눈을 크게 뜬다. 그는 2009년에 친구 세 명과 함께 MSGM을 론칭했다. 그 당시 그는 서른둘이었고, 이미 디자이너로서 9년 차 경력을 쌓은 시기였다. “첫 컬렉션을 만든 건 스물네 살 때였어요. 고작 열다섯 피스였고 브랜드 이름도 없었죠. 여러 회사와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서른두 살이 됐을 때 이제 나만의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함께 시작한 친구 세 명은 하나씩 떠났기에 2010년부터 홀로 MSGM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그들과는 여전히 좋은 친구 사이다. 지금도 가끔 만나 추억을 떠올리며 부끄러워하거나 박장대소한다. “우리는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친구는 유명 매장 바이어가 됐고, 또 다른 친구는 이탈리아 주요 매체 편집장이죠.” 매체 이름을 묻자 그는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딱 잘라 말했다. “늘 그 질문을 받지만 절대 알려줄 수 없어요.”

MSGM이 밀라노 패션 위크 공식 스케줄에 등장했을 때, 많은 패션 관계자들은 밀라노를 대표하는 콧대 높은 디자이너 레이블에 비해 다소 가볍고 캐주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지 시작일 뿐일까, 아니면 이 방향성을 계속 유지할까? 그는 사이키델릭 프린트가 떠다니는, 접근성 좋은 아이템을 꾸준히 밀어붙였고 패션 전문가들의 상식으로는 대체로 이해 불가한 디지털 세대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정도의 성공이라면 누구라도 한 단계 올라서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이성을 잃기 쉽다. 실제로 패션계는 하이엔드가 되고자 하는 여러 브랜드의 열망 가득한 시도를 지켜봐왔다. 그중엔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성장은 브랜드에 중요하고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꼭 가격대나 포지셔닝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우리의 강점은 컨템퍼러리 브랜드라는 점이고 그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르제티는 MSGM의 대표 아이템이 화려한 프린트나 자수가 놓인 스웨트셔츠라고 말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다. 10년 전 매우 이탈리아적인 방식의, 재미있고 대담한 컨템퍼러리 패션을 전개해보자고 마음먹은 것도 기존 패션이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MSGM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캐주얼한 데님 재킷과 사이키델릭한 플로럴 패턴의 풀 스커트,
로고 패턴의 티셔츠.
PHOTOGRAPHER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주위에는 늘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릴 때 5촌 친척 아저씨가 운영하는 자수 공장에 놀러 가곤 했어요. 스웨트셔츠에 자수를 장식하는 곳이었는데, 주말이면 사촌들과 몰려가서 구석에 쌓인 잡지를 보거나 옷 더미를 구경했죠. 평일에 엄마와 함께 그 공장에 간 적 있어요. 수많은 여자들이 등에 거대한 장미 자수가 놓인 데님 재킷을 입고 있었죠. 그걸 본 순간부터 등에 자수 장식이 있는 데님 재킷을 좋아하게 됐어요!” 음악 또한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그는 종종 자신의 컬렉션을 음악에 비유한다. 그가 참석한 가운데 멀티숍 ‘한스타일’ 청담 매장에서 선보인 2019 봄 컬렉션에 대해 생각해보자. “<처녀 자살 소동> OST나 캣 파워, 오 흐브와 시몬 같은 여성 뮤지션의 음악이에요.”
조르제티는 스무 살 때부터 DJ로 활동했는데, 스스로를 DJ라기보다 ‘선곡자(Music Selector)’라고 표현했다. 수줍은 성격 때문에 사람들이 바글대는 유명한 휴양지의 클럽보다는 소규모 파티나 호텔 루프톱 바 같은 아늑한 곳에서 음악 트는 걸 선호한다. 모든 장르의 음악을 듣지만 특히 좋아하는 건 인디 음악이다. “획기적이었거든요. 하나의 노래 안에 브릿팝, 클래식, 일렉트로닉 뮤직 등 온갖 영감이 결합돼 있었으니까요.” 인디 밴드 MGMT의 앨범 커버에서 멤버들이 화려한 프린트와 조그 팬츠, 테일러링이 뒤섞인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죠. MGMT와 콜드플레이의 앨범 커버를 벽에 붙여놓고 MSGM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냈어요. 지금도 내 스튜디오에 그 앨범이 있답니다.”

아쉽게도 그는 아직 K-팝을 들어본 적 없다.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를 좋아하지않을 것 같다고 하자, 음악에 대해 지나치게 고상하게 굴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음악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듣느냐에 달려 있어요.” 그는 패션도 음악 같다고 여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나와 자신에게 맞는 서로 다른 장르의 노래를 부르죠. 어떤 디자이너는 강렬한 가죽 바이커 재킷을 디자인하고, 어떤 디자이너는 로맨틱한 꽃무늬 드레스를 만드는 것과 똑같아요. 재능과 취향에 좌우되는 창의적인 일입니다.” 마시모 조르제티는 음악을 선곡하듯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골라 MSGM을 만들고 발전시켜왔다. 그의 다음 컬렉션이 궁금하다면 이것이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다. “요즘 완전히 꽂힌 밴드가 있어요. 영국 인디 록 밴드 ‘쿡스(The Kooks)’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