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에 선 소설가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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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에 선 소설가 한강

2019-05-27T18:37:12+00:00 2019.05.27|

100년. 세기가 바뀌고 한 나라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긴 시간이죠. 내가 지금 해놓은 일을 100년 후에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작가는 100년 뒤에 세상에 나올 소설을 썼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25일, 노르웨이 오슬로의 가문비나무가 울창한 숲속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숲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흰 천으로 인도한 사람은 한강 작가입니다.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한강 작가가 최근 집필을 마친 작품의 제목을 전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한강 작가는 한국에서 가져간 흰 천으로 한글 원고를 둘둘 싸맨 뒤 제목을 발표하는 의식을 치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생아 배냇저고리나 장례식 때 입는 소복, 이불 홑청으로 쓰인다는 의미로 한강 작가는 흰 천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쓴 소설은 제목만 알려졌을 뿐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모두 비밀!

Future Library 5th handover ceremony 25 May 2019: Han KangThe award-winning novelist Han Kang from South Korea will hand her new manuscript over to Mayor of Oslo Marianne Borgen at a special ceremony in the Norwegian forest on Saturday 25th May 2019 at 10:30 am.****Framtidsbibliotekets 5. overrekkelse 25. mai 2019: Han KangDen kritikerroste sør-koreanske forfatteren Han Kang er den femte forfatteren i Framtidsbiblioteket (Future Library). Hun overrekker sin nyskrevne tekst til Ordfører Marianne Borgen i Framtidsbibliotekskogen lørdag 25. mai 2019 ca. kl. 10.30.

게시: Future Library 2019년 5월 25일 토요일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 한강 작가가 이번에 쓴 작품입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지금 당장 볼 수 없습니다. 한 세기 뒤인 2114년 출간되기 때문이죠. 그때까지 이 원고는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합니다.

“마치 내 원고가 이 숲과 결혼하는 것 같았고, 또는 바라건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기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

한강은 최근 노르웨이 공공 예술 단체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습니다. 지난 2014년 시작한 미래도서관 사업은 매년 한 명씩 총 100명의 작가를 선정해 진행합니다. 그리고 100년간 키운 나무 1,000그루를 사용해 2114년 작품을 출판하는 노르웨이 공공 예술 프로젝트.

선정 기준도 독특합니다. 단순히 유명하다고 선정되는 게 아니죠. 문학에 대한 기여도, 현세대와 미래 세대를 잇는 상상력을 다룬 작품을 기준으로 합니다. 여기에 뽑힌 한강 작가는 다섯 번째 참여 작가이며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마침내 첫 문장을 쓰는 순간, 나는 백 년 뒤의 세계를 믿어야 한다. 거기 아직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인간의 역사는 아직 사라져버린 환영이 되지 않았고 이 지구는 아직 거대한 무덤이나 폐허가 되지 않았으리라는,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을 믿어야만 한다.”

지난달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당시 발표한 소감문을 이날 한강 작가는 다시 한번 읽어 내려갔습니다. 행사의 마지막 역시 특별했습니다. 100년 후를 꿈꾸는 노르웨이의 숲에서 30초 동안 침묵한 채 숲의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