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의 첫 번째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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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튼 존의 첫 번째 결혼

2019-05-27T20:41:58+00:00 2019.05.27|

엘튼 존이 동성애자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가 여자와 결혼한 적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영화 <로켓맨>에서는 그의 결혼 생활을 짧게 다루는데요. 실제로 4년 동안 지속됐다고 합니다. 전성기를 지나 슬럼프에 빠진 후 재기를 다지던 1980년대 초였죠.

 

<로켓맨> 영화 속에서 묘사한 엘튼 존과 레나테 블라우엘의 결혼식.

상대방 여성은 당시 서른 살의 독일인 사운드 엔지니어, 레나테 블라우엘이었습니다. 둘은 엘튼 존이 가수 키키 디와 함께 ‘Don’t Go Breaking My Heart’를 녹음한 런던의 에어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죠. 당시 존의 상태는 여러모로 좋지 않았습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직후였고 제정신이 아닌 그는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제대로 앉지도 못할 정도였죠. 한편 블라우엘은 엔지니어로 참가한 첫 세션이었기 때문에 매우 긴장한 상태였습니다. 존을 처음 본 그녀는 그가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녹음하는 내내 그가 말을 할 때마다 키득거렸습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던 존도 그런 그녀를 눈여겨보게 됐고요.

레나테 블라우엘은 독일 출신으로 뮤직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런던으로 왔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스튜디오에서 엘튼 존을 만났죠.

엘튼 존은 1984년 2월 10일, 인도 레스토랑에서 카레를 앞에 두고 그녀에게 청혼합니다. 그리고 나흘 후인 발렌타인데이에 호주 시드니의 오래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존의 성 정체성을 알고 있던 그의 친구들은 아연실색했고 음악계 역시 발칵 뒤집혔죠. 결혼 전인 1976년 <롤링 스톤>지와 인터뷰에서 양성애자임을 밝힌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 그를 취재하던 저널리스트 레슬리 앤 존스는 엘튼 존이 사회적으로 용인된 길을 가기 위해서 결혼을 계획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한 거라고요. 존의 전 남자 친구였던 게리 클라크는 결혼식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존이 자신과 호텔 방에 묵었다고 분노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결혼식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존은 결혼 선물로 그녀에게 호주 디자이너 케리 크레이그 리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를 선물했죠. 드레스의 가슴 아랫부분에는 다이아몬드 63개가 하트 모양으로 장식돼 있었습니다. 당시 존의 공연 기획자였던 듀엣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징 디렉터 할리 메드카프는 나흘 만에 결혼식 준비를 마쳐야 했는데요. 그럼에도 결혼식 하객들을 위해 엄청난 음식을 마련했습니다. “굴은 뉴질랜드에서 공수했어요. 메뉴는 랍스터, 새우, 굴, 가리비, 연어, 양고기, 게, 사슴고기, 소고기, 송아지, 메추라기, 닭고기, 돼지고기, 칠면조, 햄과 송어 등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죠. 하객들에게 제공한 빈티지 와인 중에는 1978년산 르 몽라셰 샤토 데 제보 자크 프리외르도 있었습니다. 2000년에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 병에 683달러에 판매된 적 있는 최고 품종이죠.”

1984년 발렌타인데이에 호주 시드니에서 치른 결혼식.

누가 뭐라든 오래된 교회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존과 블라우엘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존이 소유한 축구 팀 경기장에는 더 이상 동성애를 비하하는 발언이나 야유도 들리지 않았고요. 존의 친구인 호주의 유명 코미디언 배리 험프리는 1984년에 아내와 함께 영국 버크셔의 우드사이드에 있는 존의 신혼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어요. “엘튼은 블라우엘을 여자 친구라고 소개했어요. 그녀는 매우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이었죠.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으며 예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블라우엘은 베를린 출신으로 그녀의 아버지는 부유한 출판업자였습니다. 그녀는 루프트한자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스물두 살에 음악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런던으로 갔는데요. 내성적이고 매우 조용한 성격이었습니다. 결혼할 당시 그녀가 서른 살, 엘튼 존이 서른여섯 살이었답니다.

결혼식 직후 둘은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고 각자 자신의 침실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1988년 <피플> 매거진은 엘튼 존이 호텔에서 남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기사를 냈습니다. 그의 성 정체성을 공격하는 기사가 연이어 터지자 존은 집에서조차 자신을 고립시켰습니다. 블라우엘은 남편이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그의 방 창문에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가야 할 정도였죠. 결국 1988년 11월에 이혼합니다. 존은 400만~4,000만 파운드에 이르는 액수를 그녀에게 위자료로 지급하고 그녀의 거처로 서리에 있는 작은 별장도 사줍니다. 블라우엘은 존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개했기 때문에 이혼한 후에도 20년 동안 그를 보지 않았죠.

그리고 1993년 엘튼 존은 지금의 배우자 데이비드 퍼니시를 만나서 2014년 두 번째 결혼식을 치릅니다. 그리고 존은 자신의 첫 번째 결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레나테를 사랑했어요. 그녀는 훌륭한 여자입니다. 난 정말로,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어요. 내 삶에서 가장 후회하는 게 있다면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입니다.” 당시 결혼식 준비를 도맡았던 메드카프는 이렇게 전했죠. “결혼할 때 블라우엘이 존의 성 정체성을 정말로 몰랐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둘이 함께 손을 잡고 서 있던 그때의 모습이 정말 마법 같았다는 것뿐이에요. 누구에게든 존과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레슬리 앤 존스는 다음과 같이 기억합니다. “행사장이나 파티에서 그 커플을 마주치면 존이 얼마나 블라우엘을 신경 쓰는지 알 수 있었어요. 그녀에게는 늘 공손하고 다정했죠. 그를 아는 사람들 모두가 그걸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