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유하는 인형 아트
국제 섬유 비엔날레의 아시아 유일 참가 작가
올해로 6회를 맞는 네덜란드의 ‘2019 국제 섬유 비엔날레(2019 Rijswijk Textile Biennial)’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정희기 작가가 선정되었습니다. 본 비엔날레는 섬유 예술의 현대성을 반영하는 권위 있는 행사이자 전 세계 아티스트가 주목하는 이벤트입니다. 오는 6월 18일부터 10월 6일까지 네덜란드 라이스바이크시 ‘라이스바이크 뮤지엄(Museum Rijswijk)’에서 열리죠. 이곳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정희기 작가는 문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천과 실∙바늘을 이용해 삶을 기록하는 작가입니다. 문예창작을 전공한 정희기 작가는 “바느질이 곧 글을 쓰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죠.
이번 비엔날레가 선정한 작품은 인간과 반려동물의 사랑과 죽음에 관한 메모리얼 시리즈입니다.
네덜란드 현대미술 평단은 정희기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시적인 표현에 주목한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이 작가를 오랫동안 지켜봤습니다. 특히 한 전시에서 각자 유년의 인형을 기억해내며 마음을 치유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듯 온기를 품은 작가입니다. 어딘가 외롭고 헛헛하다면 그녀의 작품을 주목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녀의 작품을 감상해보시죠.
ShaSha / hemp cloth, polyester thread, pp cotton filling / 40×37×28cm / 2017
선고를 받고 난 뒤 6개월이 지나자 샤샤 몸에는 크고 작은 종양이 곳곳에 생겼고 코 옆에 생긴 종양은 콧구멍 한쪽을 막아 숨 쉬는 것조차 힘겹게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식기 쪽과 꼬리까지 종양이 번져 점차 살아 있는 것을 힘겨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샤샤의 종양에서 나온 고름과 피가 집 안 곳곳에 묻었다. 우리는 4월 어느 날 샤샤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날따라 샤샤는 차 안에서도 울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덤덤했다.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샤샤는 주사 두 방을 맞고 숨을 멈췄다.
I am sorry / stock fabric, pp cotton filling, Cotton thread / 120×180cm / 2016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한 여운은 오래도록 이어진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미안해”였다.
Aoki / hemp cloth, used, polyester thread, pp cotton filling / 9×28×26cm / 2017
아오키는 체구가 작고 통통한 요크셔테리어였다. 나이가 들고 치아가 빠지고 나니 저절로 혓바닥이 밖으로 나왔는데, 늘 ‘메롱-’을 하고 있던 아오키의 혓바닥은 공기에 닿아 바싹 말랐다가, 침을 묻히고 나면 금방 촉촉해졌다. 죽기 직전에는 통통했던 아오키의 혓바닥도 가늘어지고 건조해져 바스러질 것 같았다. 긴 혓바닥을 내민 아오키의 별명은 ‘아오깽이’였다. 지금도 가끔 아오키의 울음소리와 입 냄새가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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