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 성범죄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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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성범죄자가 산다

2019-05-30T18:29:35+00:00 2019.05.30|

버닝썬 사태에 이어 조두순 출소가 내년으로 다가왔고, 얼마 전에는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유명 정신과 의사의 그루밍 성폭력도 드러났죠. 성범죄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끊임없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지금만큼 혹은 훨씬 더 많았겠죠. 하지만 피해자들이 밝히길 꺼리거나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탓에 드러나지 않은 사건도 많았을 거라 추측됩니다.

조두순 사건을 영화화한 <소원>.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의 경우는 정말 아슬아슬합니다. 해당 남성이 엘리베이터에 타서 7층을 눌렀기 때문에 6층에 사는 여성은 의심하지 않았는데요. 엘리베이터가 6층에 서자 따라 내려서 간발의 차로 닫힌 현관문을 두드립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동거인인 줄 알 정도로 문을 두드리고 사라진 척 계단에 숨어 있다가 현관문 잠금장치를 보기도 하는 등 아주 집요합니다.

문제는 처벌인데요. 온라인에는 처음부터 ‘강간 미수’라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죄목이 주거침입일 뿐 강간 미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설사 자수한 범인이 ‘성폭행하려고 그랬어요’라고 자백하더라도 쉽지 않습니다. 강간 미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성폭행을 하려는 준비 과정, 즉 폭행 협박이 행동에 들어가야 하는데요. 현재 증명할 수 있는 건 단지 여자를 따라 집에 들어가려고 했다는 것뿐입니다.

영화 <쓰리 빌보드>. 주인공은 딸의 강간 살해 사건 수사가 부진한 데 대해 광고판으로 경찰에게 항의합니다.

해당 범죄자가 자수해 형량이 더 낮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분노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이 사건을 스토킹으로 봅니다. 모르는 사람을 쫓아가서 그 사람의 집에 침입하려고 수 분 동안 잠복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스토킹 방지법을 제정, 중범죄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생각해보면 범죄 예방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거 침입과 스토킹을 중범죄로 처벌하는 거죠. 그 행동 자체가 다음에 범죄가 따라올 것을 예고하는 것이고 그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과 배경이 흡사한 영화 <도어락>.

정신과 의사의 그루밍 성폭력의 경우 해당 의사는 자신이 오히려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명의 환자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의사가 예약해놓은 호텔로 가서 의사를 기다렸다는 상황을 봤을 때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루밍 성폭력은 아동이나 미성년자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적지 않게 일어나는 범죄입니다. 그루밍 성폭력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다음 심리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하죠. 뉴욕시 인권위원회에 의하면 여성이 밤에 공원에서 혼자 조깅하는 것보다 정신과 상담 중에 소파에서 성폭행 당할 위험이 수치상으로 더 높습니다. 영국의 경우 정신과 의사 중 25%가 다른 정신과 의사와 성적으로 접촉한 경험이 있는 환자를 상담한 적이 있다고 하고요.

정신과 의사와 환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다룬 영화 <사이드 이펙트>.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잠재적 성범죄자가 있는지도 알 수 없고요. 바로 우리 옆집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최근 이런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동시 접속자 수가 너무 많아서 사이트에 접속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죠.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성폭력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성범죄를 피해서 이사한 아파트에 또 다른 성범죄자가 산다는 것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밤 나들이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는 데 놀라곤 하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사는 여자와 아이들은 대낮에도 공포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아질까봐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