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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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원빈

2019-06-04T14:54:40+00:00 2019.06.04|

살아 숨 쉬는 CG라 불리는 배우 원빈. 늙지도 변하지도 않는 그의 외모 덕분에 얻은 별명이죠. 종종 TV CF를 통해서는 만날 수 있지만, 그가 출연한 작품을 떠올려보자니 기억이 희미해집니다. 벌써 노화가 온 건 아닐 테고, 원빈이 출연한 작품이 워낙 오래전이라 그렇겠죠.

최근 ‘토스’ 광고를 찍어 광고 한 편이 더 추가되긴 했지만,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본 지는 정말 오래됐습니다. 아내인 배우 이나영조차도 최근 인터뷰에서 “그러게 왜 작품을 안 해서 그렇게 욕을 먹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 그 ‘욕’이라 함은 잘생긴 얼굴 아끼지 말고 어서 보여달라는 팬들의 애정 섞인 투정일 거예요.

최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일부 영화관에서는 ‘봉준호 전작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을 재상영하는데요, 유난히 반가운 작품이 있었습니다.

‘국민 엄마’ 김혜자와 원빈이 출연한 <마더>! 덥수룩한 머리에 후줄근한 옷, 세상 착해 보이는 눈동자. 동네 바보로 나왔던 원빈은 이 영화에서도 빛이 났습니다. 얼마 안 된 것 같은 이 영화도 무려 10년 전 영화라는 것!

원빈이라는 이름에 가장 큰 정점을 찍었던 작품 <아저씨>를 기억하시나요? ‘원빈=아저씨’라는 공식을 낳은 명작이죠. 마초와 꽃미남 사이를 오가며 강한 모습을 보여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랑에 빠졌던 원빈.

함께 <아저씨>에 출연했던 소녀 배우 김새론은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성인 배우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 지도 어느덧 9년이 지났는데요, 그동안 우리의 원빈은 왜 작품에 출연하지 않은 걸까요?

돌이켜보면 원빈은 2001년 <킬러들의 수다>를 시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 형>, <마더>,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닙니다. 고심 끝에 고른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죠. 이나영에 의하면 “원빈은 작품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작품이 많지 않아서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 같다. 휴머니즘이나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장르의 시나리오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 하며 아이와 즐겁게 놀아준다고 하니, 상상만으로도 이미 드라마의 한 장면 같네요.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춘 동안 원빈은 크고 작은 떡밥으로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아저씨> 이후 워쇼스키 자매(그 당시는 워쇼스키 형제) 감독이 원빈을 캐스팅하려고 검토 중이라는 소식부터 2012년에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캐스팅설까지 나왔죠. 이듬해에는 이창동 감독 작품 출연을 논의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이후 2016년까지 몇 번 더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았으나 출연을 고사했다고 합니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은 “개인적으로 원빈은 연기력이 가장 과소평가된 사람인 것 같다. 좀 저평가됐다”면서 “영화를 조만간 찍었으면 좋겠는데, 저도 본 지 오래돼 너무 보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40대가 되고 한 남자로서, 인간으로서 더 깊어졌을 원빈. 팬들도, 봉준호 감독도 후속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 그의 작품 출연 소식이 전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