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로 향한 프라다와 말리부에 도착한 생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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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로 향한 프라다와 말리부에 도착한 생로랑

2019-06-07T19:02:54+00:00 2019.06.07|

패션 팬이라면 이제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리조트 혹은 크루즈 컬렉션이 익숙할 것이다. 올해만 해도 루이 비통은 뉴욕 공항을 빌렸고, 디올은 모로코 마라케시를 향해 전세기를 띄웠다. 구찌는 로마, 막스마라는 베를린, 끌로에는 상하이, 프라다는 뉴욕에서 각각 올해 말 혹은 내년 봄 즈음 만날 수 있는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세계 여행에서 재미를 본 것일까. 이제 각 브랜드는 남성복 컬렉션 역시 전 세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프라다와 생로랑은 6월 6일 동시에 중국 상하이와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변에서 2020년 봄/여름을 위한 남성복 쇼를 펼쳐 보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린 두 브랜드 쇼의 이모저모.

프라다가 밀라노를 떠나 상하이로 간 것은 남성복 세계에서는 꽤나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밀라노 패션을 지탱하던 거대한 기둥이 동방의 나라로 옮겨간 것이나 마찬가지. 그동안 레플리카(현지에서 선보인 쇼를 똑같이 재현한) 패션쇼는 열렸지만, 정식 컬렉션을 밀라노가 아닌 곳에서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공식적인 이유로 밀라노와 상하이가 자매도시 결연을 맺은 지 40주년을 축하하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아마도 그녀 역시 아시아의 기운을 얻고 싶었음이 분명했다. 다시 살아난 리네아 로사 라인은 중국의 어린 패션 팬들을 매혹시켰고, 현재 상하이 어디에서도 프라다 광고를 피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업적인 이유로 프라다를 해석할 수는 없다. 민생 부두(Minsheng Wharf)의 거대한 창고를 변화시킨 쇼장은 프라다가 꿈꾸는 미래 그 자체. 클래식한 수트를 변형시킨 룩, 스포티한 아노락 등은 그 어느 때보다 화사했다. 남성으로 성전환한 후 처음 쇼에 선 네이선 웨스틀링, 쇼장을 찾은 프랭크 오션, 웨이션브이의 멤버 윈윈, 데인 드한 등도 프라다의 밤을 기억할 때 빼놓을 수 없을 것.

파리 에펠탑 앞에 새하얀 야자수를 세울 때부터 생로랑의 다음 행선지는 정해져 있었다. 사실 히피와 자유를 부르짖던 이브 생 로랑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 2016년부터 하우스를 지키고 있는 안토니 바카렐로는 드디어 2020년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을 위해 서부 해변을 찾았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를 마주한 관객들은 검은 무대를 거니는 70년대 말리부의 ‘비치 범(Beach Bum)’들의 환생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근사한 블라우스와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와이드 팬츠, 언제나 멋진 데님 쇼츠, 벨벳 스키니 팬츠와 시퀸 튜닉 톱은 만약 이브 생 로랑이 말리부 해변을 찾았다면 선택할 만한 스타일 그 자체. 할리우드와 가까운 곳에서 패션쇼를 열 때의 장점 중 하나는 스타 파워. 이번 시즌 캠페인 모델이자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키아누 리브스, 헤일리 비버, 마일리 사이러스와 리암 헴스워스 부부 등은 말리부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쇼를 감상했다. 한국인으로는 갓세븐의 JB가 생로랑의 남자로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