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비하인드 스토리(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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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비하인드 스토리(스포 주의)

2019-06-10T16:54:12+00:00 2019.06.10|

*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향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5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죠. 관객의 반응도 뜨겁습니다. <기생충>을 본 관람객들은 영화 장면과 캐릭터 설정을 두고 각자의 해석을 내놓으며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는데요. 영화를 보고도 혹시 몰랐을 이야기, 알고 나면 더 재미있을 <기생충>의 이모저모를 정리해봤습니다.

# <기생충> 말고 다른 제목이 될 뻔했다?

<기생충>이라는 제목이 처음 알려졌을 때, 대중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떠올렸습니다. 괴물처럼 기생충이 나와 난리가 나는 이야기. 하지만 <기생충>은 전혀 뜻밖의 작품이었죠. 가족 스릴러를 표방하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제목 후보도 있었다고 합니다. ‘데칼코마니’와 ‘해피 투게더’.

제목만 들으면 어떤 의미에서 후보에 올랐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봉준호 감독은 2013년 <설국열차>를 찍을 당시 ‘데칼코마니’처럼 보이는 4인 가족의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수평적인 이야기로 풀고 갈 생각에 이런 제목을 염두에 뒀다고 합니다. 또 다른 후보 ‘해피 투게더’는 <살인의 추억>처럼 역설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서 고려한 제목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왕가위 감독의 동명 작품이 있고, 예능 프로그램도 같은 제목이 있어 패스!

# 규칙적인 영화 현장

<기생충> 개봉과 함께 화제가 된 것이 있습니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지키는 현장에서 촬영했다는 점! 낮은 임금과 불규칙한 촬영 시간으로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위한 봉준호 감독의 배려였는데요. <기생충>의 주연배우인 송강호 역시 한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밥때를 너무 잘 지킨다. 식사 시간이 정확하다. 저희들이 굉장히 행복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시는 분”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 아역 배우 보호

<기생충>에는 귀여운 아역 배우들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이선균-조여정 부부의 아들 ‘다송’ 역으로 나오는 아역 배우 정현준은 집 안팎을 오가며 촬영해야 했는데요, 정원에서 노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때는 폭염이 이어지던 시기.

결국 봉준호 감독은 이선균이 나오는 장면을 블루 스크린을 덧대 미리 촬영해놓고, 아역 배우가 나오는 장면은 9월 초에 따로 촬영해 합성했다고 합니다. 제작비가 추가되는 것보다, 아역 배우를 보호하는 게 먼저라는 마인드를 가진 봉준호 감독! 역시는 역시!

# 최우식의 ‘소주 한 잔’, 칸에서는 없었다?

<기생충> 영화가 끝나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배우 최우식이 직접 부른 노래 ‘소주 한 잔’. 영화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정재일이 지은 노래입니다. 영화의 여운을 더하는 노래가 칸 영화제 공식 상영장에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영화제 측이 영화가 끝난 줄 알고 사운드를 꺼버렸기 때문이죠. 봉준호 감독은 칸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씁쓸함과 나름의 정서가 있는 이 엄청난 일을 겪었고, 무시무시한 사건을 경험하고 살아야 하니까 꾸역꾸역 살아야 한다. 힘찬 톤의 영화, 그 여운을 갖고 나가기를 바라는 게 있었는데 뚝 끊겼다. 시사회나 국내 상영 때는 잔상과 함께하며 극장을 떠나면 영화 마지막 여운이나 느낌이 살짝 다를 것이다”라며 ‘소주 한 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 뉘앙스를 살린 번역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기립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적절하고 상황에 들어맞는 번역이 한몫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대사로 이뤄지다 보니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번역이 필요했던 거죠.

이번 영화의 절묘한 자막은 번역가 달시 파켓의 작품입니다.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서울대’를 ‘옥스퍼드대학교’로, ‘짜파구리’를 라면과 우동을 섞은 ‘람동’으로 표현해 외국인에게도 이질감 없이 와닿게 했습니다. 달시 파켓은 <살인의 추억>과 <괴물>의 영어 자막도 맡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