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슬리먼이 셀린을 위해 선택한 아티스트 3인

Fashion

에디 슬리먼이 셀린을 위해 선택한 아티스트 3인

2019-06-22T00:42:43+00:00 2019.06.20|

셀린(Celi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은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진작가입니다. 패션 하우스에 대한 그의 비전에서 예술이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죠. 그는 셀린 매장에 전시할 작품을 위해 부상하는 신진 아티스트 세 명을 선택했습니다.

에디 슬리먼은 지난해 셀린의 수장이 되었을 때, <르 피가로(Le Figaro)>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74년 역사의 프랑스 패션 하우스 셀린의 ‘새 장’을 열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이 패션 하우스에서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른, 우리만의 이야기와 우리만의 문화에 개인적 의미를 부여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하며 중립적인 태도로 모든 역경을 이겨내야 합니다.”
에디 슬리먼은 패션 디자이너이면서 사진작가이기도 하죠. 그는 베를린 쿤스트베르케 현대미술 연구소(Kunst-Werke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의  레지던시에 작가로 입주했습니다. 패션계에서 인기 있는 젊은 페인터 클로에 와이즈(Chloe Wise)뿐 아니라 생존 화가 가운데 작품 가치가 높은 리처드 프린스와 제프 쿤스 같은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알민 레흐 갤러리(Almine Rech Gallery)에서 전시회를 연 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셀린을 향한 에디 슬리먼의 비전에서 예술이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죠.

지난 2월 셀린은 새로운 건축 개념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영국 아티스트 제임스 뱀포스(James Balmforth)에게 셀린의 매디슨 애비뉴 매장을 위한 오리지널 미술품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이후 도쿄와 파리 매장을 각각 맡아 진행한 일레인 카메론 위어(Elaine Cameron-Weir)와 오스카 투아존(Oscar Tuazon)을 비롯한 몇몇 아티스트와 파트너십을 추가로 발표했는데요. <보그>가 이들 3인을 만나 그들의 작업과 스튜디오 안팎에서의 삶,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Courtesy of Elaine Cameron-Weir

1. 일레인 카메론 위어(Elaine Cameron-Weir)

일레인 카메론 위어(©Isabel Asha Penzlien)

34세의 이 캐나다 조각가는 시골인 앨버타주에서 성장기를 보낸 후 번잡한 대도시 뉴욕으로 갔죠. 뉴욕대학의 명망 있는 예술대학 스타인하트 스쿨(Steinhardt School)에서 순수예술 부문 석사를 수료했습니다. 2017년 뉴욕의 뉴 뮤지엄(New Museum), 지난해 독일 도르트문더 쿤스트페어라인(Dortmunder Kunstverein)에서 두 차례 단독 전시회가 열렸죠. 갈수록 자연계와 분리되는 인간의 삶을 탐색하는 그녀의 작품은 세계 각지에서 전시 중이죠.

첫 일자리 중 하나였던 나무 심는 일에 대하여

“제가 열아홉 살 때였죠. 앨버타예술디자인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하며 1학년을 보낸 후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72시간이나 타고 북부 온타리오주로 갔습니다. 삼림 관리와 관련된 일자리였는데 여름 내내 나무를 심는 일이었어요. 매일 텐트에서 자면서 나무를 심었는데, 조별로 교대해가며 2,000그루 정도를 심어야 했죠. 나무 한 그루당 임금을 받았기 때문에 나무를 많이 심을수록 더 많은 돈을 벌었어요. 마치 기이한 나무 올림픽 같았죠. 여름이 끝나갈 즈음, 충동적으로 뉴욕행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난생처음 뉴욕에 간 거죠. 그때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뉴욕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Courtesy of Elaine Cameron-Weir

도시 생활에 대한 첫인상에 대하여

“제가 스물세 살 때예요. 학사 학위를 받은 후 뉴욕대학의 스튜디오 아트에서 순수예술 부문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겼어요. 처음 뉴욕 여행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뉴욕 같은 대도시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뉴욕에 압도당하기보다는 오히려 모든 것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그곳의 활기찬 분위기에 어안이 벙벙했어요. 소도시에서 성장했지만, 한 번도 거기에 그대로 머물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 작품을 좋아하는 고객을 만나려면 더 많은 일이 벌어지고, 더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며, 더 많은 기회와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에 사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셀린 도쿄 매장을 위해 의뢰받은 작품에 대하여

“이 프로젝트를 의뢰받은 후 그 공간이 아직 완성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곳에 설치하려면 작품 크기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9m) 알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선형 계단 근처에 설치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알맞은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었죠. ‘스네이크 X(Snake X)’는 제가 2016년에 시작한 조각 시리즈의 연작물로 작품 크기만 더 키웠어요. 사슬 금속망 위로 에나멜 처리한 구리 비늘을 배치하는 식으로 만들어서 뱀가죽을 닮았어요. 저는 그전부터 순환적인 사물의 주기와 그것을 상징하는 존재로 뱀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많이 생각했거든요. 그게 ‘아담과 하와’ 같은 <성경>의 우화에 등장한 뱀일 수도 있고 영원의 회귀에 대한 비유로서 고대 도상학의 우로보로스에서 보여주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일 수도 있어요.”

셀린 도쿄 매장 ©Courtesy of Celine

자연계와 인공계 사이의 간극 줄이기에 관하여

“자연계의 한 종인 인간이 마치 자연계와 분리되어 있다거나 어느 정도는 그것의 관할구역 밖에 있는 것처럼 말할 때 그게 참 재미있어요. 저는 물질을 감각적으로 인지함으로써 이러한 종류의 분리 상태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명백히 모든 물질은 천연자원에서 나왔고, 그것 중 일부는 인간이 설계한 일련의 과정을 거쳤어요. 저는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근본적이거나 진짜인 것과 창조된 것을 어떻게 달리 정의하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2. 제임스 뱀포스(James Balmforth)

©Nick Seaton

‘좌절한 엔지니어’임을 자처하며 런던에서 활동하는 39세의 화가 제임스 뱀포스는 콘크리트와 강철 같은 재료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산업계의 기법을 사용해 거대한 조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명망 있는 첼시예술대학 졸업생인 뱀포스의 작품은 영국 왕립예술학교와 테이트 모던에 전시되고 있으며, 선구적인 사우스 런던 갤러리스트인 한나 배리(Hannah Barry)가 그의 에이전시를 대리하고 있죠.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경우에 대하여

“ 뭐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요. 첼시예술대학 시절에 강연자들이 말하는 내용을 재해석해보곤 했어요. 다양한 정보를 뒤섞으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책과 영화,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지금도 저는 이란 태생의 철학자 레자 네가레스타니의 <지성과 영성(Intelligence and Spirit)>과 마크 윌슨의 <물리학 회피(Physics Avoidance)>를 같이 읽고 있어요. 항상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요. 그래야 그런 책에서 탐색한 아이디어를 교차 수분할 수 있으니까요. 에세이 영화인 크리스 마르케(Chris Marker) 감독의 <태양 없이(Sans Soleil)>와 요한 그리몬프레즈(Johan Grimonprez) 감독의 <다이얼 히스토리(Dial H-I-S-T-O-R-Y)> 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예요. 이런 영화는 우리가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죠. 스튜디오에서는 작업할 때 방해가 덜 되는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듣곤 하는데요, 현재 즐겨 듣는 곡은 보이 허셔의 ‘모르핀(Morphine)’이에요. 총체적으로 이러한 자극이 더해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과정을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Barney Hindle

자신만의 공간을 찾는 것에 대하여

“런던 같은 대도시에서 아티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에요. 생활비가 아주 비싸기 때문이죠. 특히 조각가라면 더해요. 작업 공간이 필요하니까요. 가끔씩 시골이나 영국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갈까도 생각했지만 제게는 런던의 창조적 에너지와 예술 자본이라는 입지를 고려하면 이곳에서 만들 수 있는 인맥이 필요했어요. 저는 런던 남부 페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곳에서 저는 비영리단체로부터 작업 공간을 빌리는 대신 유지, 관리를 도와주고 있어요. 이렇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루어지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극단적인 창조 활동에 대하여

“저에게는 상당히 좌절한 엔지니어 같은 구석이 있어요. 작업 과정에서 산업 기법과 메커니즘을 사용해 재료를 압력과 열 같은 극한 환경에 노출시킵니다. 최근에 많이 사용한 도구는 열 랜스(Lance)였어요. 그것은 토치 같은 것인데요, 7,000도의 고열에 콘크리트와 강철을 태울 수 있어서 해체 작업에 주로 쓰입니다. 그 작업은 사실 아주 무시무시해서 특수 가죽 보호복을 착용한 후 그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금속 증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 흡입하고 싶지 않다면 호흡 보조기도 착용해야 합니다. 짐작하듯이 사람이 없는 개방된 공간에서 그것을 사용하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그리고 완성한 조각품 또한 개방된 야외 공간에 전시하는 게 좋아요. 그런 장소를 한 군데 꼽자면 런던 외곽 버킹엄셔주에 있는 풀머 현대 조각관인데요, 제 작품 몇 점이 그곳에 전시되어 있어요. 19세기 후반 빅토리아 여왕의 전속 부관이던 해리 레그 경이 처음 조성한 아름다운 개인 정원 사이에 전시되어 있어요. 빅토리아 여왕이 그곳에서 나무를 심곤 했죠.”

셀린 뉴욕 매장 ©Celine

셀린 뉴욕 매장을 위해 의뢰받은 작품에 대하여

“’표면 반응(Surface Response)’은 2016년에 시작한 시리즈물에서 계속 이어지는 작업입니다. 그것은 네 개의 스테인리스강 정육면체를 서로 겹쳐 쌓아 올린 8.5피트 높이의 탑이에요. 각 정육면체의 한쪽 면은 열 랜스로 작업이 이뤄져서 이때 발생하는 화학반응으로 본질적으로 강철 내부 쇠의 산화작용인 부식이 지나치게 가속화되고 있어요. 그로 인해 생성된 결과물은 새까매지고 마른 용암처럼 거품이 이는 질감을 갖고 있죠. 이 잔류물은 슬래그(slag)로 알려져 있고 산업 폐기물로 여겨요. 저는 그것에 목적과 가치를 부여한다는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3. 오스카 투아존(Oscar Tuazon)

©Nuage Lepage

‘좀 앨로이(Zome Alloy)'(2015)라는 제목의 예술 작품의 한 부분이자 스티브 베어의 ‘좀 하우스(Zome House)’에 대한 지지 표명이기도 한 그의 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에서 43세의 시애틀 출신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공동체 정신을 북돋우는 설치미술품을 만들기 위해 나무와 콘크리트, 유리와 강철을 사용해 예술과 건축, 지속 가능한 환경 간의 관계를 탐색합니다다. 현재 아스펜 미술관과 미시간주립대, 시애틀 인근의 벨뷰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세 개의 대규모 단독 전시회의 주인공인 투아존은 베니스 비엔날레뿐 아니라 아트 바젤과 프리즈 같은 대규모 아트 페어에서도 모습을 드러냈죠.

에디 슬리먼과 진행하는 작업에 관하여

“우리가 처음 만난 건 2011년에 에디가 벨기에 브뤼셀의 알마인 레흐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 때였죠. 자신의 전시회 <미국의 파편들(Fragments Americana)>의 작업에 동참하도록 저를 초대하는 바람에 만났어요. 로스앤젤레스와 파리라는 공간에 각자 살고 있었지만, 우리의 삶은 아주 유사했고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는 사진 모음집을 전시하고 있었고 저는 조각 세 점을 전시했어요. 우리는 일주일 동안 전시 작품을 설치하고 함께 일하고 생각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죠. 그 후 계속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

셀린 파리 매장 ©Celine

셀린의 파리 매장을 위해 의뢰받은 작업에 대하여

“패션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콜라보레이션은 힘의 불균형으로 브랜드가 아티스트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저를 가장 흥분시킨 것은 에디가 제게 전권을 위임했다는 점입니다. 선적 컨테이너와 다른 운송 인프라로 제작하는 최근 작업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여행이었어요. ‘이동식 바닥 (Mobile Floor)’은 강철, 전나무와 오크, 콘크리트, 알루미늄과 페인트로 선적 컨테이너 바닥 형태로 셀린 매장에 설치하기 위해 제작한 설치미술품이에요. 고객이 매장을 찾는 이유는 옷을 만져보고 실제로 입어보려는 거잖아요. 저도 물리적 동참을 끌어내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

예술과 활동에 대하여

“2016년에 스탠딩록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열린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시위에 나섰는데, 이것이 수계(水系)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어요. 현재 미시간주립대 엘리 앤 에디스 브로드 아트 뮤지엄에서 저의 ‘워터 스쿨(Water School)’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를 전시하고 있어요. 설치미술품인 물로 가득한 커다란 유리 파사드는 최초의 패시브 태양열 건축 사례 가운데 하나인 ‘좀 홈(Zome Home)'(1972)을 만든 엔지니어이자 발명가인 스티브 베어에게 영감을 받았어요. 이 건물은 낮 동안 커다란 퇴창에 설치된 물통에 태양에너지를 저장해 밤에 태양열을 제공합니다.”

©Oscar Tuazon; Courtesy of the Artist, Luhring Augustine, New York,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and Eva Presenhuber, Zürich, New York

공동체 정신 창출에 대하여

“창의성과 자연계 간에 연관성을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과 디자인은 우리가 환경에 가하는 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저의 ‘워터 스쿨’ 프로젝트는 물과 토지권, 다른 사회 환경의 쟁점을 처리하기 위한 일련의 공개 회담과 예술 프로그래밍으로 구성되어 있죠. 보통 아티스트는 혼자 작업하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작업하며 공동체 정신을 창출하고 전통적인 예술 공간 너머로 확대하는 것이 정말로 흥미로워요. 시애틀 인근의 벨뷰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저의 단독 전시회 <콜라보레이터(Collaborator)>는 최소 15명과 협업한 작품을 특별히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 15명 가운데는 두 개의 콘크리트 화덕 작업을 저와 같이 한 건축가 앙투안 로카도 있어요. 콘크리트 화덕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은 아스펜 미술관에서 열리는 저의 또 다른 단독 전시회에서 전시 중이죠. 사람들이 따뜻한 화덕 주변으로 모이게 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