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세상에 존재하는 백만 가지 꿀맛

2022.08.04

by 송보라

    세상에 존재하는 백만 가지 꿀맛

    세상의 설탕은 모두 달아요. 흑당에서 쌉쌀한 불 향이 나는 정도가 다를 뿐, 설탕은 그저 달기만 하죠. 향이 다르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벌이 만드는 꿀은 어느 꽃에서 모았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향을 지닙니다. 새콤한 향이 스치거나, 시원한 질감을 갖거나, 때로는 묵직한 한약 향을 품고 있기도 하죠. 맛 또한 단지 달기만 한 건 아닙니다. 꿀맛이라는 말을 다시 정의해야 할 정도로 다양한 맛이 나는데요. 신맛, 짠맛, 감칠맛, 쓴맛 모두 가진 것이 바로 꿀입니다.

    그 이유는 꿀이 자연이 돌린 룰렛이기 때문이죠. 꿀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가 자연 그 자체입니다. 벌이 꽃의 꿀샘에서 화밀(Nectar)을 채집합니다. 묽고 줄줄 흐르는, 아직은 덜 단 액체 상태인데요. 벌은 이 천연의 달콤한 액체를 몸 안에서 생성되는 효소와 뒤섞으며 수분을 40~50% 증발시켜 걸쭉한 꿀로 만듭니다. 벌의 몸 안에서 화밀의 전분이 당 분자로 분해되며 단맛이 상승하죠. 벌집 안에 꿀을 넣은 후에도 벌은 날갯짓으로 꿀을 말려 원래의 화밀에서 20% 정도의 수분만 남을 때까지 압축시킵니다. 이 과정이 3주 정도 걸리고요. 우리가 벌집에서 꺼내 먹는 꿀은 여과를 거쳐 유리병에 담긴 겁니다.

    시기와 지역에 따라서 벌이 날아드는 꽃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꿀맛이 다 다를 수밖에 없죠. 봄의 아카시아꽃 꿀과 여름의 야생화 꿀이 같을 수는 없잖아요? 다양한 꿀의 맛은 와인에 빗대 설명할 수 있는데요. 날아갈 듯한 소비뇽 블랑부터 쾌청한 샴페인, 묵직한 시라와 주정강화 과정을 거쳐 미묘한 향으로 압축된 포트 와인까지 모두 대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곁의 산업화된 꿀은 잡화꿀 아니면 아카시아꿀, 토종꿀 같은 딱딱한 말로만 나뉩니다. 시기와 지역을 정확히 한정해 어느 꽃의 꿀인지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소규모 양봉업자들의 꿀이죠. 혹자는 소규모 양봉업자들이 생산한 꿀을 ‘스페셜티 꿀’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마치 커피처럼요.

    도시 양봉가 이재훈 씨와 꿀 애호가 권도혁 씨가 여는 ‘It’s Honey! 허니 테이스팅 클래스’에서 스페셜티 꿀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온오프믹스(onoffmix.com) 사이트에서 신청을 받아 개최하는 정기 테이스팅 클래스죠.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대륙의 꿀 컬렉션을 풍부하게 비교 시식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일본 된장의 맛을 빼닮은 것부터 구운 베이컨 향이 나는 것까지 다양한 꿀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어요. 그뿐 아니라 벌이 들어 있는 벌집도 보여주고, 참가자들이 손수 벌집에서 꿀을 따고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꿀을 여과해볼 수도 있습니다. 참가비는 1만원이며, 작은 병에 참가자들이 수확한 꿀을 담아서 나눠주니 무료나 다름없죠. 5월부터 시작한 클래스는 인기가 높아서 매회 공지하자마자 마감됩니다. 6월엔 지난 29일에 열렸고 7월에도 29일에 열릴 예정. 곧 신청 페이지가 열리니 서두르세요!

      포토그래퍼
      Courtesy of It's Honey!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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