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To Rome with Love

2019.07.03

by 송보라

    To Rome with Love

    5월 30일. 로마.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당도할 수 있는 카피톨리니 미술관(Musei Capitolini). 이 순간, 시공간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매섭게 퍼붓는 빗줄기에도 엄청난 인파가 구찌 크루즈 패션쇼장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거의 이탈리아 팬들이었지만 그들이 한목소리로 연호하는 단어는 한국인들의 귓가에 명확히 들렸다. “엑소!” 그리고 “카이!”.

    카피톨리니 미술관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한 카이.

    구찌 앰배서더로 몇 시즌째 활약 중인 카이의 로마 출현 소식은 이미 며칠 전부터 예고됐다. 출국일 2019 F/W 컬렉션의 블루 워싱 데님 재킷과 팬츠, 백팩을 메고 인천공항을 나가는 카이의 사진은 포털 사이트를 도배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2020 크루즈 쇼 당일, 카이는 블루 밀리터리 재킷과 팬츠에 파격적인 스파이크 초커를 하고 늠름하게 등장했다. 전 우주적 아이콘이 포토월로 향하는 순간, 팬들의 함성은 로마의 하늘을 찔렀다(카이의 폭발적인 인기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수천 개 포스팅에 달린 해시태그 ‘#kai_gucci20’가 증거다).

    프랑스 고고학자 폴 벤(Paul Veyne)의 말에서 따온 구절. “오래된 이교의 유물만이 나의 욕망을 깨웠다. 그 세계는 선진국이었으며 또 폐허가 된 세계였기 때문이다.”

    쇼장 내부 전경.

    패션쇼가 열린 카피톨리니 미술관은 고대 조각품 등을 1471년 대중에게 공개한 유서 깊은 박물관으로, 함께 지어진 캄피돌리오 광장은 미켈란젤로가 1536년에 설계했다. 카이는 고대 대리석 석상으로 가득한 어두컴컴한 쇼장에 앉아 객석마다 놓인 손전등으로 모델들을 비추며 쇼를 관람했다.

    고대 의상 ‘토가(Toga)’를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나온 모델.

    컬렉션 주제는 ‘자유와 자기 결정권’에 대한 메시지.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1970년대 시작된 여성의 자유에 주목해 페미니스트의 슬로건이었던 ‘My Body, My Choice’, 최근 이슈가 된 낙태권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남녀 의상 97벌을 발표했다. 쇼가 끝난 뒤, 팔라초 브란카치오(Palazzo Brancaccio)에서 열린 애프터 파티에도 참석한 카이는 이튿날 아침부터 <보그> 촬영에 임했다.
    촬영 중간중간 쏟아진 폭우에도 카이는 그야말로 ‘살신성인’하며 더 멋진 비주얼을 선보여 ‘화보 장인’이란 말을 실감하게 했다. 그의 화보 ‘Narcissist’를 감상해보길.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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