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돌아온 별, 로렌 허튼

Fashion

패션계의 돌아온 별, 로렌 허튼

2019-07-08T17:06:24+00:00 2019.07.08|

올해로 75세가 된 로렌 허튼. 처음부터 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한 줄 알았는데요. 알고 보니 패션모델로 먼저 데뷔했습니다. 60년대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했지만 벌어진 앞니 때문에 퇴짜 맞기 일쑤였죠. 한때 그 틈을 가리려고도 해봤지만 결국 그녀의 시그니처가 됐고, 1968년에는 리처드 아베돈이 촬영한 샤넬 N°5 광고의 메인 모델로 등장했답니다. 모델 활동과 동시에 영화에도 출연했는데요. 1968년 <라이온의 영웅(Paper Lion)>으로 데뷔, 1980년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로 유명해졌습니다.

1973년에는 마흔 살의 나이로 당대 최고 액수를 기록하며 뷰티 브랜드 레브론과 모델 계약을 맺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1년에 20일 일하는 조건으로 연 25만 달러씩, 총 10년 계약을 맺었거든요. 250만 달러는 요즘 시세로 치면 1,400만 달러의 가치입니다. 20년 후인 1993년에도 또 다른 제품 라인의 홍보대사로 레브론과 계약을 연장했죠. 허튼은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사실 레브론은 저와 계약을 끝내려고 했어요. 당시엔 모두가 40대 중반도 나이가 너무 많다고 여겼거든요. 대표 집단을 선정해서 조사했는데 그 그룹에서도 40대 이상은 아무도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당시 레브론의 중역은 모두 60대였고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여자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사람들이었어요.”

레브론의 첫 공식 모델로 등장한 1974년 ‘울티마 2’ 광고.

레브론과 맺은 역사적인 계약은 그녀가 모델 커리어를 지속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크고 작은 브랜드의 광고에 출연하면서 67세였던 2011년에는 비욘세, 다프네 기네스 등과 함께 톰 포드 데뷔 쇼에 모델로 서기도 했죠. 72세가 된 2016년에는 보네가 베네타 50주년 쇼에서 캣워크를 했고요. 하우스에서 로렌 허튼을 선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요. 바로 1980년에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그녀가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클러치를 들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피날레에서 지지 하디드의 팔짱을 끼고 걷는 건 처음부터 계획된 게 아니었습니다. 허튼은 아주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있었고, 그녀가 백스테이지로 돌아가자마자 곧바로 “줄 서세요! 다시 나갈 거예요!”라고 누군가 외쳤죠. 허튼이 “안 돼요, 난 못해요”라고 말했고 쇼의 스타일리스트였던 케이티 그랜드가 “지지의 뒤만 따라가면 돼요”라고 안심시켰습니다. 허튼은 “정말 못하겠어요. 다시 걸으려면 지지를 붙잡아야겠어요”라고 말한 뒤 실행에 옮긴 거죠. 하디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설적인 아이콘과 함께 런웨이에 서게 돼 영광이라는 내용을 포스팅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로렌 허튼은 발렌티노 오뜨 꾸뛰르 런웨이에 다시 섰죠. 로렌 허튼은 11번째로 무대를 걸었는데요. 허리를 졸라매고 길이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초록색 드레스에 연한 핑크빛 코트를 걸친 차림이었습니다. 비즈 장식의 빨간 오페라 장갑을 착용하고 밝은 갈색의 스웨이드 부츠를 신었죠. 캣워크 내내 어딘가 걷는 게 불편해 보였는데, 결국 사진가들 앞에서 턴하는 순간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4인치에 달하는 굽 높이가 쉽지 않았던 거죠. 드레스에 걸친 코트도 무거워 보였고요.

모두 놀라며 게스트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은 가운데, 바로 뒤에 걷고 있던 키키 윌렘스의 도움으로 허튼은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다친 데는 없어 보였고 허튼은 머쓱한 듯 활짝 웃었죠. 피날레까지 끝나고 모두가 쇼장 밖 잔디밭에서 포즈를 취할 때 허튼은 맨발이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모델로 활동한 베테랑이지만, 10cm가 넘는 굽은 20대에게도 쉽지 않으니까요. 다음번엔 좀더 편안한 신발로 멋지게 워킹하는 그녀를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