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녀들의 빛나는 여름 여행지

2019.07.15

by 공인아

    그녀들의 빛나는 여름 여행지

    마요르카부터 스위스 플림스까지. 그녀들이 여름 여행지에서 보내준 사진과 편지를 읽고 있자니 각자의 파라다이스에서 최고의 여름을 만끽하는 듯 보였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당신을 위하여!

    리빙숍 루밍(Rooming) 대표 박근하

    Mallorca

    남편의 해외 출장 기간에 맞추어 조금 늦은 신혼여행을 나섰다. 몇 년 전부터 환상을 갖고 있던 마요르카, 이곳은 관능적이면서도 순수한 자연을 품고 있었다. 농가를 개조한 호텔, 과거 수도원으로 쓰였던 호텔,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최고의 바다. 마요르카에 와서야 내가 찾던 파라다이스가 이곳이었음을 실감하는 중이다.

    Fundación Pilar i Joan Miró

    호안 미로는 60이 넘어 이곳 마요르카에 정착했다. 그가 죽을 때까지 작업실로 썼던 곳을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Agroturismo Son Viscos Hotel

    지은 지 400년이 넘은 농가 주택을 개조한 호텔이라 그런지 낭만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자두나무, 레몬나무, 포도나무에서 갓 따온 과일과 풍성한 재료로 조식을 차린다.

    큰 정원에 있는 'Honesty Bar'를 이용하며 선베드에 누워 수영장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Torrent de Pareis

    산꼭대기를 타고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하고서야 도착한 해변. 두 개의 동굴을 지나 도착한 해변은 기괴한 암석으로 둘러싸인 신비로운 곳이었다. 저녁 7시쯤 도착해서 그런지 한가로운 해변에서 더욱 로맨틱한 시간을 보냈다.

    Caló des Moro

    절벽 아래 있다 보니 가는 길이 험하지만 그만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매력적인 해변. 물빛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염도가 높으면 몸이 잘 뜬다는데 역시 신기하게 몸이 둥둥 잘 떴다. 대신 엄청 짠 소금물을 맛보게 될 것.

    Hotel Convent de la Missió

    수도원을 현대식 호텔로 만든 곳으로 호텔 로고가 십자가 모양이다. 웰컴 드링크를 제공하는 멋진 바의 플로어에는 고가 스페인 브랜드 나니마르키나(Nanimarquina) 러그가 깔려 있었다. 자정에도 루프톱의 작은 수영장에서 달빛 아래 수영을 즐겼다. 북두칠성을 비롯한 별이 반짝이는 마지막 밤이었다.

    아모멘토(Amomento) 대표 이미경

    Paris & Berlin

    바잉 트립으로 떠난 6월의 파리는 때 이른 폭염으로 무척 뜨거웠다. 아직 관광객이 몰리기 전이라 파리를 더 진하게 만끽할 수 있었다. 화려함과 우아함의 극치인 파리를 떠나 베를린에서는 온전히 휴식 시간을 가졌다. 베를린은 한결 느리고 호수와 나무, 공원의 어울림이 풍요롭다. 오래된 호텔 수영장,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지은 아담한 주택…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꿈인 듯 아른거리는 풍경.

    Paris

    어느 날 갑자기 타게 된 튈르리 공원의 대관람차. 파리 전경을 내려다보며 석양을 바라보던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15유로에 파리를 가질 수 있다.

    Villa La Roche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가 함께 지은 빌라 라로슈. 브레이크 타임에 도착해 오픈을 기다리며 풍경을 만끽하던 오후의 여유를 잊을 수 없다. 르 코르뷔지에의 공간을 보면 그가 건축가이자 훌륭한 화가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GALERIE_54

    다음 시즌 아모멘토의 뮤즈는 디자이너 샬롯 페리앙. 그녀를 생각하다 보니 좋은 갤러리도 발견했다. 빌라 라로슈 근처, 외관에 이끌려 들어간 이곳에서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샬롯 페리앙, 장 프루베의 훌륭한 컬렉션을 엿볼 수 있었다.

    Sauvage

    서머타임 덕에 모든 일정이 끝나도 숙소로 돌아가기가 아까웠다. 매일같이 먹던 와인과 음식. 그중에서도 우연히 이끌리듯 들어가서 먹었던 소바주의 내추럴 와인과 다이닝은 정말 최고였다.

    Berlin

    Hotel Oderberger

    19세기에 공중목욕탕으로 지은 이곳은 2016년 호텔로 탈바꿈했다. 기존 건축양식을 그대로 고수한 이곳에서 즐긴 수영은 정말이지 꿀맛!

    수영을 마치고 바지만 입은 채 저녁을 먹으러 미테로 걸어가는 길.

    KW Berlin

    베를린엔 공장 건물로 쓰이던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마가린 공장이었던 KW는 미테에서 가장 전위적인 전시를 여는 곳으로 유명하다. 작품도 좋았지만 공간은 더욱 멋진 곳.

    Mies van der Rohe Haus

    미스 반 데어 로에가 호숫가에 지은 집. 베를린의 아트 딜러였던 렘케(Lemke) 부부를 위해 지은 주택이다. 마침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미스 반 데어 로에 하우스 앞에서 우연히 만난 호수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다음엔 호수에서 수영을 할 것을 기약하며 돌아왔다.

    생활 도구 상점 카탈로그(Katalog) 대표 & 건축가 이진주

    Waldhaus Flims 

    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Graubünden)에 자리한 ‘숲속의 집(Waldhaus)’이라는 뜻의 이 호텔을 처음 찾은 것은 굵은 함박눈이 내리던 몇 해 전 겨울. 그때의 감흥이 오래도록 깊이 남은 만큼 이곳의 여름도 궁금했다. 7월의 햇빛을 받으며 여름의 진한 내음과 선명한 색을 한껏 발하는 모습은 파올로 소렌티노(Paolo Sorrentino) 감독의  영화 <유스(Youth)>(2015)의 장면 그대로다.

    내부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어딘가 은밀했던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진 것이 꽤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안개가 자욱히 낀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한 모습은 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다는 140여 년 전의 어느 날을 상상하게 한다.

    여행하는 내내 하루의 시작은 아침 안개가 내려앉은 텅 빈 풀과 사우나. 더 바랄 것 없는 느긋하고 평온한 순간이었다.

    산에서 내려온 물길이 만든 작은 못에도 용감히 뛰어들었다.

    호텔이 있는 스위스 플림스 지역에는 꽤 다양한 등산로가 있다.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걸을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길을 택했다.

    산길에 울려 퍼지는 워낭 소리.

    세 살 아이에게도 산길에 핀 작은 꽃이 아름다워 보인 걸까. 올라오는 길에 꽃 두 송이를 기어코 꺾더니 내내 그 작은 손에 꼭 쥐고 놓지 않는다. 만년설로 함께 만든 눈사람에 꽂아주고 내려왔다.

    호텔에서 삼 십 여분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카우마제 호수 (Caumasee)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차디찬 호수에 거침없이 뛰어든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사람 머리인지, 청둥오리인지!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선영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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