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돌아온 라쎄 린드

2019.07.05

by 송보라

    돌아온 라쎄 린드

    우리가 사랑한 로맨스 드라마에는 어김없이 ‘라쎄 린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덤덤한 듯하지만 쓸쓸해서 간절했던 그의 목소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별하던 순간과 함께했다. 1년 동안 한국에 살며 ‘신촌 자취생’으로 불리던 그가 7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새 앨범을 들고서.

    민트색 셔츠와 팬츠는 이스트 하버 서플러스(East Harbour Surplus at San Francisco Market), 운동화는 컨버스(Converse).

    7년 만이다. 그동안 한국을 떠올릴 때 무엇이 그리웠나. 매운 음식! 그리고 삼겹살도 그리웠다(웃음).

    공백이 길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병간호를 하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자주 불러드렸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더 이상 어떤 음악도 만들 수 없었다. 사실상 음악을 그만뒀다. 5년 전에 결혼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차분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워졌다. 아내와 함께하고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그리고 6개월 전 비로소 새로운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Demons in a Locket>은 그렇게 나온 앨범이다.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도 앨범 사운드는 오히려 경쾌하다. 내가 밝아졌다. 직접 프로듀싱해서 자유롭기도 했다. 예전에는 픽션을 주제로 삼았다면 이번 앨범은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에 대한 앨범이다.

    계속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깨비> OST인 ‘Hush’ 같은 노래를 보면 한국 사람들이 내가 그런 노래를 부르기를 바란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하지만 이번 앨범은 좀 다르다. 내가 원하는 사랑 얘기를 담았다. 계속 사랑 노래를 하는 이유는 지금 완벽하게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주 슬픈 노래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슬프지 않다. 좋은 사랑에 대한 노래를 만드는 일이 매우 재미있다. 사랑에 대한 노래를 쓸 때 너무 감미롭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팝적으로 혹은 일렉트로닉하게 프로듀싱하면 훨씬 더 쿨한 느낌이다.

    가사가 섬세하다.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가사 쓰는 걸 정말 좋아한다. 글은 항상 쓰고 있다. 요즘은 아티스트가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서 좀 슬프기도 하다. 극작가인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아버지는 나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쾌한 글을 쓴다. 그에 비해 나는 좀더 무드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책에서 가사의 영감을 받곤 했는데, 나 역시 예전만큼 책을 읽지 않는다. 가장 영감으로 작용하는 건 개인적인 감정이다.

    노래는 보통 어떻게 만드나. 먼저 어쿠스틱 기타로 멜로디를 만든다. 템포를 결정한 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더한다. 드라마틱하게 갈 것인지, 에너제틱하게 갈 것인지 정하고 조금씩 매만지며 완성한다. 모든 사운드가 유일무이해야 하고 모든 사운드가 중요하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Boy’가 앨범 전체의 톤을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사운드를 많이 담으려고 했다. ‘Baby When You’re Gone’은 모던 레트로 분위기를 지닌다. ‘Don’t Let Her Go’도 만족스러운 곡이다. 가사가 마음에 든다. 모든 창의성이 이 앨범에 다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이번 앨범은 최고다(웃음).

    한국에서 유독 당신 음악이 로맨스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장면에 울려 퍼지는 게 흥미롭지 않나. 스웨덴과 한국에서 당신을 얼마나 다르게 인식하나. 9년 정도 스웨덴어로 프로듀싱을 하지 않아서 스웨덴 사람들은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이 없을 것 같다. 음악은 빠르게 변하니까. 스웨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당시에는 인디 팝을 하는 로커였다. 하지만 이제 나는 로맨틱 뮤지션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렇게 변했다. 빠른 비트의 음악은 여전히 좋아한다. 이번 앨범 수록곡 중 ‘Boy’가 그렇다.

      에디터
      조소현
      포토그래퍼
      이윤화
      스타일리스트
      김지수
      헤어/메이크업
      장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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