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슈퍼 밴드

2019.07.05

by 송보라

    슈퍼 밴드

    펑키한 요조숙녀, 이 아이러니한 여자들의 필수품.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순가련 이미지의 상징 ‘헤어밴드’를 기억하시는지. 최근 강인하고 자주적인 여성상이 대두되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요조숙녀의 표식인 머리띠를 벗어 던졌다. 그런데 신경 쓰이는 앞머리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바로 요 헤어밴드가 트렌드의 정점을 찍으며 부메랑처럼 멋지게 우리 여자들의 머리 위로 귀환했다.

    발맹

    돌아온 헤어밴드는 더 이상 가녀린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기 펑키한 매력으로 중무장한 공주들 좀 보세요. 어리고 생기 넘치는 그녀들의 긴 머리를 낮게 묶고 체인 장식 머리띠를 둘렀죠.” 발맹 쇼 백스테이지를 진두지휘한 헤어 스타일리스트 샘 맥나이트는 일찌감치 헤어밴드의 유행을 점쳤다. 또 슈퍼 헤어 아티스트 귀도 팔라우는 프라다, 미우미우, 디올 쇼에서 헤어밴드를 활용한 다채로운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프라다

    프라다

    “이번 시즌 프라다 모델들은 소년 같은 소녀의 표상이죠.” 면도기로 거칠게 다듬은 베이비 뱅 헤어에 살짝 걸친 두툼한 헤어밴드를 보는 순간 트위기와 진 세버그가 떠올랐다. 그런가 하면 시몬 로샤 전속 헤어 스타일리스트 제임스 페시스는 두 시즌 연속 헤어밴드를 등장시켰다. 주목할 포인트는 활용성에서 헤어밴드를 차용했다는 점이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헤어스타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매우 실용주의적 인물이었고 늘 앞머리를 뒤로 고정했죠. 헤어밴드 하나면 루이즈의 룩을 오마주할 수 있어요.” 자유분방하게 뻗친 앞머리 위로 비즈 장식 헤어밴드를 씌워 소녀다운 분위기를 강조한 S/S 시즌과 달리 F/W 시즌에 선 모델들은 헤어밴드로 지저분한 앞머리를 뒤로 싹 넘기며 훨씬 ‘쿨’해졌다.

    시몬 로샤

    오랜 시간 외면받아온 복고풍 아이템이기에 헤어밴드 사용을 주저할지 모른다. “정갈한 가르마에 헤어밴드를 얹는 실수만 범하지 않으면 돼요. 특히 이번 시즌 짧은 앞머리에 헤어밴드를 얹는 스타일이 많죠. 시스루 느낌의 앞머리 피스를 짧게 다듬고 머리띠와 연출하면 어색한 이음매가 밴드로 가려지니 일석이조!” 헤어 아티스트 윤성호의 조언이다. 울퉁불퉁한 헤어라인이 고민이신가? 헤어 아티스트 임안나는 페이스 라인을 손가락으로 살짝 비벼 잔머리를 자연스럽게 연출하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아이돌처럼 잔머리를 과하게 컬링하진 마세요. 이번 시즌 헤어밴드의 쿨한 무드를 반감시키니까요.”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일중은 어깨 길이의 중단발을 위한 헤어밴드 스타일링 연출을 전했다. “컬 없이 스트레이트로 연출한 뒤 심플한 헤어밴드를 둘러주세요. 두 개를 레이어링해도 멋지죠.”
    자, 여기까지가 이번 시즌 메가트렌드인 헤어밴드의 스토리텔링이다. 선명한 색깔, 새틴 혹은 가죽처럼 호화로운 소재, 살짝 과할 수 있는 큼직한 21세기형 헤어밴드가 우리 머리 위에 돌아왔다.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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