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Mr. 에너자이저

2019.07.11

by 송보라

    Mr. 에너자이저

    ‘호이’를 브랜드화하기 위한 김호영의 오랜 목표는 곧 이뤄질 것이다.

    로고를 새긴 흰색 터틀넥, 블랙 데님, 벨트와 파란색 에나멜 부츠는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호이쇼’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가사, 안무, 뮤직비디오 등 당신답지 않은 부분이 없다. 자기애가 가득해 다들 내가 작사한 줄 알지만 소속사 대표의 작품이다. 늘 대표님에게 “‘호이’가 브랜드나 아이콘이 되길 바란다. ‘호이스럽다’가 형용사가 되길 꿈꾼다”고 말했더니 그 모습에 빗대 가사를 써주신 게 아닌가 싶다. 김호영도 사니까 여러분도 잘 살라는 노래다(웃음). 호이는 스페인어로 ‘오늘’이라는 뜻이다. ‘오직 오늘뿐,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다’를 철학으로 삼고 산다.

    호이는 어릴 적 별명이었나. 친구들이 ‘호영호영’ 부르다가 ‘호이호이’가 됐다. 학교 다닐 때도 지금과 스타일이 똑같았다. 어머니가 화려한 옷을 많이 사줬는데 걸어 다니는 베네통이었다. 친구들 눈에는 만화처럼 느껴졌나 보다. 사람들이 처음에 나에게 선입견을 가지는데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금방 친해진다. 그 놀라운 친화력이 호이호이를 외치는 둘리의 마법 같다고 해서 호이가 별명이 됐다. 사회생활을 하며 어떤 경계를 허물기 위한 호칭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첫 싱글 ‘인생은 짜라짜’는 트로트였는데 이번에는 스윙 재즈다. 스스로 베스트 싱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수로 음원 발매를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트로트에 자신이 있어 냈는데 특정 세대에 편중된 느낌도 있었다. 누구나 즐기고 흥얼흥얼할 수 있는, 유쾌하고 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노래를 생각하다가 이 곡을 냈다.

    늘 뮤지컬 무대에 올랐지만 새로운 재미를 느꼈을 것 같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내가 맡은 역할의 노래를 불렀다. 음원을 내면서 내 노래를 가진 희열을 느꼈다. 무대에서는 구력이 있지만 음악 방송은 또 다른 세계였다. 무대처럼 에너지를 한꺼번에 터뜨리면 굉장히 ‘오버’스럽다. 카메라 안에서 보이도록 테크닉적으로 수위 조절이 필요했는데 새로 배워가는 거라 재미있었다. 음악 방송 출연 당시 나를 제외한 17팀이 모두 아이돌이라 내가 나갈 자리가 맞나 의구심이 들었는데 아이돌이나 관계자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뮤지컬 해보고 싶다고 조언을 구하는 아이돌 멤버도 있었고. 라이브 실력은 물론 무대 애티튜드, 칼군무, 카메라 시선까지 완벽한 아이돌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봤고 자극도 받았다. 어떤 무대도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싶었다.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최종 목표로 ‘호이’의 브랜드화를 얘기했다. 음악 활동은 목표를 이루는 데 어떤 의미를 가지나. 주변 사람들이 “네가 하고 싶어 하던 목표를 하나씩 일궈내는 것 같아”라고 한다. 계속 ‘호이답게 해야 한다’ ‘호이 브랜드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말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말에 책임을 져야 하니 그걸 일궈내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한다. 자꾸 내세우니 정말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팟캐스트 등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이 시대 분위기를 백분 활용하고 있을 것 같다. 사실 4년 전부터 혼자 엄청 해봤다. 한 달에 한 번 ‘호이스타일 매거진쇼’라는 토크쇼를 진행했다. 나는 편집장, 게스트는 그달의 모델, 관객은 에디터 겸 구독자로 역할을 정했다. 당시 해시태그를 아무도 몰라 사용법 브리핑까지 해줬고 관객에게 공연을 다 찍어 올리라고 가이드도 했다. 지금이라면 라이브로 했을 텐데 사진 한 장, 영상 15초밖에 안 올라가던 시절이었다. 너무 앞서간 아이템이었다. 방송국이나 인터넷 기업 콘텐츠 팀이나 피키캐스트 측에서 보러 왔고 여러 제안도 오갔는데 잘 안 됐다. 혼자 모든 걸 하려니 지치기도 했다. 그때 경험이 너무 힘들어 최근에 1인 크리에이터가 뜰 때 막상 할 엄두가 안 났다.

    평소에 아이템이 계속 떠오르는 편인가 보다.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다. 콘텐츠에 관심이 많고 연구도 많이 한다. 언젠가 공연에 맞는 스타일링을 해주는 여행 아이템도 하고 싶다. <오페라의 유령>은 턱시도를 입고, <맘마미아>는 그리스의 자유분방한 룩을 입고 관람하는 거다. 호이쇼에 컬러를 주고 싶다. 호이쇼 레드에서는 패션을, 호이쇼 그린은 문화 예술 공연, 호이쇼 블루는 인터뷰를 하는 식으로. 그렇게 호이쇼 레인보우로 완성하고 싶다. ‘호이스타일 매거진쇼’를 할 때 카페도 운영했는데 카페에서 심리 치료나 미술 치료도 했고 먹으면서 고민을 푸는 바비큐 파티도 했다. 다 너무 빨랐다(웃음). 그래서 변정수 누나가 우스갯소리로 “너 지금 뭐하고 싶니? 그걸 1~2년 뒤에 하면 될 것 같아” 그런다.

    사업가 기질도 있나. 엄청 있다. 사업도 했다. 양말도 만들어봤고 예약 주문 도시락도 만들어봤다. 그런데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지쳤다.

    연기는 늘 완벽하게 준비하고 기다렸을 것 같다. 드라마 <보이스>에서 사이코패스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나. 반면 예능 프로그램으로 생긴 밝은 이미지는 기회를 제한할 것 같다. 현재 나의 상황과 위치, 분수, 주제를 잘 아는 스타일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많이 조사하고 노력한다. 사실 배우로서 욕심이 아주 많은데 뮤지컬에서도 굳어진 이미지가 있다. 여장 남자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덕분에 일찍 주목받았지만 고정관념이 생겼다.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는데 금방 깨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과 온도 차가 심하다는 걸 느꼈다. 연기만 잘한다고 캐스팅되지 않는다.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을 하려면 SNS에 화려한 가방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면 안 된다. 그런데 막상 나다운 것을 표현하길 포기하려니 너무 재미가 없었다. <복면가왕>, <라디오스타> 등 예능으로 인지도를 높였고 사람들이 그 이미지를 주로 찾으니 ‘그래, 배우는 평생 할 거니까 나중에 기회가 오면 잡으면 된다. 지금은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싶었다. 스스로를 상품으로 봤을 때 대중이 나를 찾는 유효기간이 있다. 일단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보이스>도 정말 뜬금없이 연락 와서 들어갔는데 화제가 되지 않았나. 인생이 재미있는 건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욕심이 너무 컸는데 열망을 좀 식히니 희한하게도 요즘 제안이 많이 온다. 역시 각자 맞는 시기가 있고 계기는 어디서 어떻게 올지 알 수 없다. 지금 이 이미지를 더 살리고 알리다 보면 어떤 기회나 계기가 분명히 생길 거라고 믿는다.

    곧 새로운 드라마에 들어간다. 웹툰이 원작인 <쌉니다 천리마마트>인데, 일단 유부남이고 심지어 일곱 살 아이가 있다. 소심하고 약간 ‘찌질’하고 현실 감각이 없는 인물이다.

    당신의 긍정적 에너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는 어디서 에너지를 받나. 나 역시 사람에게 받는 다. 회사 사람들이 놀랄 만큼 틈틈이 사람들을 만난 다. 사람한테 받은 스트레스는 사람으로 푼다. 일 관련 스트레스라고 하지만 사람한테 받는 거 아닌가. 늘 사람들을 갈구하는 편이다.

    패션을 사랑하기로도 유명하다. 푸시버튼을 좋아했는데 얼마 전 플리 마켓에서 엄청 득템했다(웃음). 디자이너 장광효의 카루소를 입고 음악 방송에 나갔는데, 선생님도 가끔 “이건 김호영 옷인데?”라고 하실 때가 있다는 얘길 우스갯소리처럼 들려주셨다. 일하면서 동경하던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건 정말 큰 기쁨이다.

    소 스타일이 화려하다. 이른바 튀는 아이템은 한번 입으면 너무 각인이 되어서 다시 입기 꺼려진다. 이런 아이템을 스타일링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만약 튀는 팬츠를 입었다면 다음에는 더 튀는 옷을 입으면 된다(웃음). 더 튀는 걸로 눌러주는 거지! 가방 같은 화려한 액세서리로 시선을 끌거나.

    평소 패션에 들이는 에너지와 시간, 재화는 얼마나 되나. 지금 인터뷰가 끝나면 약속 장소에 갈 건데 이동하면서도 옷을 볼 것이다(웃음). 자기 전에도 보고 늘 본다. 나는 옷만 샀으면 좋겠다. 옷을 사면 언제 입어야겠다는 계획이 없다. 그 자리에서 바로 입어야 하니까. 그래서 또 입을 옷이 없다(웃음). 옷을 버리지도 못한다. 지금 입고 있는 조끼는 2005년에 샀는데 당시엔 사람들이 인정을 안 해줬다. 누가 이런 옷을 입느냐고.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너무 예쁘다고 한다. 그래서 버릴 수 없다. 무시당하던 애들이 지금 와서 빛을 발한다. ‘너희는 너희의 때가 있을 것이다.’ 내가 너무 앞서서, 캐릭터가 강해서 빛을 못 본 것처럼. 우리 집은 옷이 사는 집이다. 온 천지에 옷이다.

    패션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나. 배우의 꿈을 꾼 계기도 옷 때문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사극을 봤는데 세자들이 입는 금색 수가 놓인 빨간 옷의 색감에 매료됐다. 그때부터 변신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18년간 뮤지컬 배우로 일했는데 그런 면에서 직업을 잘 선택했다. 무대의상에 환장할 것 같으니까. 특이한 옷만 입는 건 아니고 수트도 좋아한다. 사람도 한 가지 성격만 있는 게 아니듯 다양한 옷으로 나를 표현한다.

    그나저나 무슨 호에 무슨 영 자를 쓰나. 범 호 자에 길 영. 길 위의 호랑이라는 뜻이다.

    역시, 범상치 않은 이름이다(웃음).

      에디터
      조소현
      포토그래퍼
      김영훈
      패션 에디터
      남현지
      헤어
      박인애
      메이크업
      박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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