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넷플릭스가 너무해

2019.09.06

by 황혜영

    넷플릭스가 너무해

    21세기 들어 가장 성공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꼽히는 넷플릭스. 자체 제작으로 공개한 많은 영화와 드라마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단의 높은 평가와 팬들의 아우성에도 시즌 제작이 취소된 경우가 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성공의 기준이 된다는 리뷰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도 높은 지수를 기록한 시리즈인데도 말이죠아쉽지만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넷플릭스 시리즈,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 겟 다운>

    디스코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70 후반의 미국 사우스 브롱크스를 배경으로 힙합 문화가 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 겟 다운>. 대부분의 배우들이 신인이고, 음악의 비중이 커 음악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했어도 시절 힙합 음악에 대한 고증과 추억이 깃든 당시 풍경을 묘사한 영상미로 많은 음악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드라마였죠.

    하지만 정성을 많이 들이다 보니, 돈도 많이 들고 말았습니다. 최초 13화로 계획한 시즌을 11화로 줄였고, 넷플릭스 최초로 파트 1, 2로 나눠 방영하여 제작 시간을 벌려 했지만, 한 시즌 제작비로만 1,360억원이 들었습니다. <왕좌의 게임> 한 시즌을 더 만들 수 있는 큰 액수였죠. 많은 제작비에 비해 그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해, 결국 시즌 1으로 작별을 고하고 말았네요.

    <센스8>

    <매트릭스>로 알려진 워쇼스키 자매가 연출한 넷플릭스 드라마에, 한국 배두나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센스8>.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남녀 여덟 명이 어느 갑자기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각국의 남녀 여덟 명’이라는 설정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센스8>은 매번 전 세계 16개국 이상의 나라를 돌며 촬영해야 했습니다. 물리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걸까요? 참신한 소재와 워쇼스키 자매만의 독특한 연출법으로 평단의 리뷰가 좋았던 이 드라마는 시즌 2를 끝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마블 히어로 시리즈

    넷플릭스가 마블 코믹스와 함께 제작한 히어로 시리즈, <제시카 존스>, <데어데블>,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 <퍼니셔>, <디펜더스>까지 모두 작별을 고했습니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 히어로들은 모두 강하고, 사람이 아니거나, 심지어 초능력을 가져 일반인들이 깊이 공감하기는 어려웠죠. 그러나 넷플릭스의 히어로 시리즈 히어로는 모두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허점도 있고 실수도 하며, 고통 속에서 사람들을 돕기 위해 히어로가 되었습니다.

    기존 히어로 영화의 오락성만 강조하지 않고 히어로의 인간적인 면을 강조해 평가도 좋았습니다. 특히 <데어데블>은 로튼 토마토 지수 93%를 기록하고 있고요. 그러나 넷플릭스가 마블 코믹스 TV 드라마 시리즈의 신규 편성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마블 코믹스의 모회사 디즈니가 올해 하반기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를 예고함에 따라 이를 앞두고 가장 큰 경쟁사인 넷플릭스와의 결별은 이미 예상 가능한 일이었죠. 뉴욕의 다크 히어로들이 그리워질 것 같네요.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는 하루아침에 좀비가 평범한 부동산 중개인 쉴라와 그녀의 가족이 겪은 좀비 호러 코미디물로, 얼마 시즌 3를 마지막으로 시즌 4 제작이 취소되었습니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배우 드류 배리모어의 첫 TV 시리즈 고정작이자 <워킹 데드>로 우중충한 좀비물만 접한 시청자들에게 좀비 호러 코미디물이라는 신선함을 선사해 이목을 끌었던 시리즈입니다. 다소 잔인하지만 긴장감 넘치며 재미와 웃음까지 선사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죠.

    얼마 전 공개된 시즌 3는 로튼 토마토 지수 100%를 기록한 데다 마지막 에피소드가 충격적인 결말을 선보여 시즌 4 제작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갑자기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의 제작 취소를 공지했는데요, 기다리던 팬들 입장에선 시즌 4 제작 취소의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더 아쉬움이 남겠네요.

    <원 데이 타임>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방영된 동명의 시트콤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로, 자녀를 쿠바계 열혈 싱글맘 페넬로페의 일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이전에는 백인 가족이 중심이었다면, 이 리메이크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라틴계로 바꾸고 현재에 맞게 재해석한 이야기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민감한 사회 이슈를 에피소드마다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 가볍지 않은 문제를 다루지만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가득하다는 점 때문에 최근 넷플릭스 정주행족의 0순위 시리즈였죠. 그러나 낮은 시청률과 제작자와의 계약 종료로 갑작스럽게 시즌 4 제작이 취소되었습니다.

    <세븐 세컨즈>

    10대 흑인 소년이 경찰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뉴저지 흑인 사회와 백인 경찰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담아낸 드라마 <세븐 세컨즈>도 시즌 1 마지막으로 돌아올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미국 사회에서도 아직까지 민감한 주제인 인종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어 평단의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죠. 탄탄한 내용과 그를 뒷받침하는 주인공 레지나 킹의 열연이 돋보이는 수작이었으나, 다소 느린 전개 탓일까요? 시청자들을 완전히 사로잡는 데 실패하며 시즌 1이 공개된 지 두 달여 만에 시즌 2 제작을 전면 취소했습니다.

    제70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레지나 킹이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나름대로 유종의 미는 거두었네요.

      프리랜스 에디터
      김시화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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