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세탁하고, 핫도그 먹으러 가는 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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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세탁하고, 핫도그 먹으러 가는 주유소?

2019-08-31T15:32:27+00:00 2019.08.31|

주유소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친절한 서비스, 푸짐한 사은품을 주유소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는데요, 유가가 상승한 요즘은 아무래도 최저가 주유소를 찾아가게 되죠. 조금만 교외로 빠져도 리터당 단가가 크게는 몇백 원까지 차이가 나니 차라리 조금 멀리 나가 주유하는 것이 이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주유소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의 SK장안주유소에는 무인 세탁 편의점 ‘펭귄하우스’가 입점했다고 하네요. 점차 집안에서 세탁기가 퇴출되고, 세탁기나 건조기가 있더라도 이불이나 커튼 등 덩치 큰 빨래는 코인 세탁소에서 편하게 해결하는 추세인데요, 1시간 이상 멍하니 기다려야 하는 코인 세탁소가 주유소에 있다니 여러모로 이득이죠. 빨래를 돌려놓고 주유도 하고, 세차도 하다 보면 어느새 보송보송하게 잘 마른 이불을 다시 실어올 수 있을 테니까요. SK네트웍스는 영등포구에도 이런 복합 주유소를 하나 더 냈다고 하네요. SK주유소는 우정사업본부와 업무 협력도 맺었다고 하니, 신박한 콜라보레이션이 곧 펼쳐질 것 같습니다.

자동차 수리 가격 비교 앱인 ‘카닥’은 지난해 말 GS주유소를 하나 차렸습니다. GS칼텍스 카닥일산주유소입니다. 자유로에서 일산으로 빠지는 장항IC를 나가면 바로 나오는 위치죠. 전통적으로(?) 이 길은 기름값이 저렴해 원정 주유를 하러 가는 이들이 많은데 위치 선정이 절묘합니다. 

카닥의 유전자가 카센터이니 소모품 교체 등 간단한 정비가 가능합니다. 물론 자동 세차도 되고, 손 세차도 할인 행사를 쭉 하고 있어서 꽤 저렴한 편입니다. 여기까지는 뭐 일반적인 주유소 풍경이죠? 백미는 주유소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서부터입니다.

주유소 안에 카페가 입점한 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GS칼텍스 카닥일산주유소의 카페 ‘온더로드’는 일단 커피 맛이 좋아요. 특별한 일이죠. 종로의 ‘커피 노포’ 카페 뎀셀브즈의 메뉴를 고스란히 가져왔습니다. 전문적으로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 블렌드를 마실 수 있는 주유소는 흔치 않아요.

간단한 음식도 판매합니다. 역시 카페 뎀셀브즈의 컨설팅인데요.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핫도그! 핫도그입니다. 쟌슨빌의 통통하고 육즙 풍부한 소시지에 양파 피클도 듬뿍 얹어 오븐에 순식간에 구워줍니다. 주유를 하면 2,000원 할인가인 1,0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 됩니다. 상하목장 소프트아이스크림과 수박주스 등 커피와 핫도그 외에도 메뉴가 다양해서 아예 카페 대신 가기에도 합격입니다. 주차 공간이 넉넉해서 약속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적도 있어요.

아까 백미가 건물 안에 있다고 했습니다. 세차할 수 있다고도 썼지요. 네, 손 세차를 맡기면 대기 시간이 길어 지루하기 십상인데 온더로드 카페에 설치된 모니터로 손 세차 중인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됩니다. 내 차가 얼마나 더러웠는지, 얼마나 꼼꼼하게 씻겨지는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후딱 가지요. 화장실은 우리 집 화장실만큼 깨끗하고, 카페 모든 좌석에 콘센트와 USB 포트가 빌트인 되어 있어 휴대폰 충전하며 게임을 하거나 노트북으로 넷플릭스 한 편 보기에도 딱 좋죠.

비록 내일 비가 오더라도 일산까지 가서 손 세차를 맡기고 핫도그를 먹으며 질 좋은 커피를 마시고 옵니다. 단지 기능적인 주유가 아니라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즐겁게 다녀오는 주유소, 이불 빨래, 택배 픽업 등 더 많은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유소. 앞으로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