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AN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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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0T17:26:01+00:00 2019.09.02|

안영미가 쏘아 올린 ‘가슴총’에 대중이 열광한다. 시대가 안영미 면역이 생기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19금 개그의 잔 다르크. 더 쏘세요!

영미는 최근 유튜브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녀가 절친인 강유미의 결혼식에서 감회에 젖어 대성통곡하면서도 축가를 부르고 가슴총을 쏘는 장면은 ‘축가계의 전설’ 로 남을 거다. 그전엔 개그맨 허안나 결혼식 때 양가 부모님 코앞에서 털기 춤을 췄다. “그래서 요즘 결혼식 축가가 그렇게 들어오나 봐요. 으하하.” 안영미는 방송에서 본 대로 크게, 자주 웃는다.

검정 재킷은 준지(Juun.J), 체인 피어싱 초커와 검정 가죽 초커는 옷(Oht NYC).

‘안영미 강유미의 미미채널’에서 영등포 모 여관에 갔을 때부터 그가 유튜브를 접수하리라 예견했다. 여관방의 누런 이불을 덮지 못한 채 꿋꿋이 새벽을 맞이하고 장렬히 퇴근하는 뒷모습은 푸른 새벽빛에 싸여 미장센까지 느껴졌다. 안영미는 영상에선 전달되지 못한 엄청난 ‘담배 쩐내’를 다시 묘사해주었다.
지극히 앞서나가는 이 개그맨이 유튜브 채널을 열거나, 넷플릭스에서 본인 쇼를 만들면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안영미는 “앞서 언급한 콘텐츠도 누군가에겐 상처가 됐을 거란 생각에 자제하고 있어요”라며 이렇게 덧붙인다. “유일한 취미가 유튜브인데, 이것도 일의 연장이 되어버리니 힘들어요. 숨 쉴 공간이 없어지는 기분이죠. 또 밥상 차려주면 재미있게 놀 순 있는데, 유튜브 판을 제가 다 짤 자신이 없더라고요.”

화이트 셔츠와 검정 니트 베스트는 코스(Cos), 가죽 팬츠는 로우클래식(Low Classic), 흰색 가죽 부츠는 막스마라(Max Mara), 이어커프와 오른손 검지와 약지, 왼손 검지에 낀 링은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펜던트 목걸이는 베르사체(Versace).

안영미의 19금(혹은 29금) 개그를 두고 많은 이가 대안 채널을 권유하지만, 그는 계속 외친다. “지상파에서 하고 싶다고요!” 왜 그렇게 지상파에 집착하는지 물었다. 혹시 사회의 꽁한 성 문화를 조금이라도 열고 싶다는 소명 의식? “저는 잔 다르크가 아니에요. 그저 대중이 이런 개그에도 웃었으면 좋겠어요. 마니아 성격을 띠는 개인 방송에서 19금 개그를 하면 오히려 ‘성’이 더 숨을 것 같아요. 성을 유쾌하게 다루고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상파에서 하고 싶어요.”

검정 셔츠는 질 스튜어트(Jill Stuart), 팬츠는 로우클래식(Low Classic), 안경은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지금 안영미는 <라디오스타>에서 가슴총을 쏜다. MBC 예능의 핵에 고정 MC가 되었다. 꿈까지 한 발자국 디뎠달까. 워낙 주목을 받는 자리여서 기자회견도 열렸다. 그때 안영미는 소감을 전했다. “저도 모르게 (남자만 할 수 있다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있었어 요. 그것을 깰 수 있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안영미의 어머니만은 예감했다. 어머니는 <라디오스타> MC였던 규현이 입대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딸에게 전화했다. “규현 씨 군대 간다는데 네가 한다고 그래.” 안영미는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 크게 웃었다. “엄마가 <해피투게더>, <무한도전> 모두 저보고 하라고 전화하셨어요. 으하하. 그때마다 이렇게 말씀드렸죠. ‘엄마, 내가 하고 싶다고 시켜주지 않아. 그리고 그 자리는 늘 남자였거든? 나는 가당치도 않지.’” 사실 안영미는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나와달라는 요청을 수년간 거절했다. 그러고 보면 코미디 말고 예능 프로그램에선 안영미를 잘 보지 못했다. “마음껏 뛰어놀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무한걸스>에서 19금 개그를 한 건 그걸 받아주고 웃어주는 송은이 선배 같은 분이 있어서죠. 어느 프로그램이든 친한 사람이 없으면 제 개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리라 믿었어요. <라디오스타>도 함께 라디오를 하는 최욱 선배랑 섭외 요청이 들어와서야 출연을 결심했죠. 막상 나가니 옛날과 다른 거예요. PD님도 MC 오빠들도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괜찮아’란 분위기였어요. 그때부터 MC 자리에 욕심이 나더라고요. 또 가서 또 놀고 싶다!”

몇 년 전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실은 지금도 몇몇은) 여자 개그맨이 소비되는 형태는 예쁜 연예인의 비교 대상이었다. 드물지만 동등하게 토크 정글에 던져지거나. “저를 비교 대상으로 소비하자니 좀 애매하잖아요. 또 ‘토크’를 막 가로채서 웃기는 타입도 아니고요. 누가 질문을 던져주면 받아먹긴 하지만 중간에 끼어들어서 ‘이거 해볼게요’라고 못해요.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자신들이 생각한 캐릭터에 부합하지 않으니까 실망하세요. 안영미라는 애를 어떻게 녹일지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니 위축됐어요.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면 지는 것 같아서 덧씌워서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쎄’ 보이려고 말도 막 해서 욕도 많이 먹었어요. 혼돈과 방황의 시간이었어요. 아마 저뿐 아니라 다른 예능인, 개그맨도 한 번쯤 겪어보셨을 거예요. 당연히 19금 개그도 반응이 좋지 않았죠. 가슴 춤을 추면 ‘뭐야? 이래도 되는 거야?’라고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통편집되고 방송에는 웃는 리액션만 나갔어요. 그러다 ‘노잼’ 캐릭터가 되겠지 싶었죠. 코미디언이 노잼이 되느니, 제가 확실히 웃길 수 있는 코미디 무대에만 나가기로 했죠. 그런데 지금은 저를 보는 시선이 변했어요! 유튜브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했지만 묻혔던 19금 개그를 팬분들이 아깝다고 편집해 올려주셨거든요. 대중도 방송 관계자도 자연스레 제 19금 영상을 보면서 ‘얘가 이걸로 웃기는 애구나’ 익숙해지신 것 같아요. 안영미 면역이 생긴 거죠.”

회색 재킷과 팬츠, 갈색 니트 브라 톱은 코스(Cos), 이어링은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이제 안영미는 19금 개그로 그렇게 바라던 ‘독보적’, ‘대체 불가능’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독보적’이라는 말이 참 좋아요. 항상 나만의 색깔이 있으면 했는데, 이거구나 싶어요.” 그의 개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지만 안영미가 오래 고민한 답은 이거다. “개그는 색깔이 다양해요. 스탠딩 코미디도 있고, 슬랩스틱도 있고, 유재석도 있고, 박나래도 있죠. 자기 기호에 맞게 골라 보면 되잖아요? ‘19금 싫어요. 안영미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하는 분을 보면 가끔 힘들어요. 각자 원하는 걸 보면 되지 않나요?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처럼요.” 개그에도 유행이 있어, 한때는 TV를 틀면 남성 MC들이 떼로 나와 오디오가 물리며 말장난하거나, 감동이 섞인 미션을 수행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골라 먹으려야 먹을 수 없었달까. 바닐라 말고 안영미 맛 개그도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

안영미는 19금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지만 가끔 힘에 부친다며 <개콘> 100회 특집 때 나온 이야기를 인용한다. “시대가 좋아진 것도 있지만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지면서 개그를 짜기가 힘들어졌죠. 게시판의 댓글을 보면서 두려울 때도 있었어요. 때로 창작에 걸림돌이 되기도 해요. 개그는 특정 필터링을 거치기보다 과감히 내뱉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불편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니 스스로 제약하게 되더라고요. 저야 괜찮지만, 후배들이 개그를 짤 때 많이 힘들어해요.”

화이트 턱시도 셔츠는 렉토(Recto), 팬츠는 H&M, 구두는 렉켄(Rekken), 왼손 가죽 팔찌는 베르사체(Versace).

안영미는 자신이 여기까지 버티고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인복’ 때문이라 단언한다. 분장실의 강선생님, 김코뚜레, 셀럽파이브, 19금 개그라는 ‘전적’을 보면 믿기 힘들지만, 안영미는 새로움보다 익숙함을 망설임 없이 선택하는 인물이다. TV 프로그램도 보는 것만 보고(주로 <기막힌 이야기-실제 상황>, <궁금한 이야기 Y>) 식당도 가는 곳만 간다. “속된 말로 ‘안전빵’이라고 하잖아요? ‘쫄보’ 근성도 있고, 두려움도 많고 수동적인 편이죠. 측근, 특히 남자 친구는 제가 방송 하는 모습에 놀란다니까요. 그래도 남이 시키는 건 잘 따라 하는데, 고맙게도 주변 사람을 잘 만났어요. 신인 때도 호기심 많은 강유미 씨를 만나 ‘고고 예술 속으로’,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했죠. 유미 씨 없었으면 못했을걸요. 한번은 감독님께서 유미 씨 말고 다른 사람과도 해보랬는데, 그가 미려 언니였어요. 언니가 로커들 따라다니며 코스튬 플레이하는 캐릭터 맡으면 웃길 거 같다고 했어요. 옷도 파격적으로 입고 피어싱도 하고. 처음엔 두려워서 손사래 쳤는데, 생각해보니 제 ‘꼬라지’가 너무 웃긴 거예요.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애가 막 센 척하고 그러는 게요. 그게 김코뚜레예요. 셀럽파이브도 김신영 씨가 폭탄 발언처럼 느닷없이 던진 거예요. 우리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요. 그런데 너무 잘됐잖아요.” 안영미는 자신은 따라갔을 뿐이라고 했지만, 연기자가 꿈이었던 만큼 변신에 대한 욕구가 탑재된 사람이다. (드라마 <계룡선녀전>에서 조봉대 역으로 출연했는데 꽤 호평을 받았다. “그 뒤로 작품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조용하더라고요. 으하하.”) “맞아요. 제 안에는 그런 욕구도 있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걸 끄집어내준 거죠.”

검정 셔츠는 질 스튜어트(Jill Stuart), 팬츠는 로우클래식(Low Classic), 안경은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요즘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엘렌 드제너러스 쇼>와 비슷하면서도 자신의 개그가 가미된 ‘안영미 쇼’다. “MC와 게스트, 방청객이 융화되는 쇼예요. 방청객이 못 듣겠다 싶으면 무대에 난입해 ‘그거는 아니죠’라고 막기도 하고요. 게스트도 마찬가지예요. 솔직히 연예인이 토크쇼에 부담을 많이 느끼잖아요. 이전에 폭로전도 많이 시키고 자극적 연관 기사도 생겨나고요. 그런 시대는 간 거 같아요. 게스트도 유쾌하게 와서 신나게 놀다 가는 거죠.”

화이트 턱시도 셔츠는 렉토(Recto).

안영미와 얘기하다 보면 그녀가 요즘 즐겨 쓰는 ‘찐’이 떠오른다. ‘진짜다’라는 뜻의 속어 ‘찐’. 그가 지금 가고자 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더 이상 내가 없는 개그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는 <보그> 화보를 찍으면서 “20대 때와 30대 때 찍은 사진이 확실히 다르다”며 즐거워했다. “전에는 뭔가 어른 흉내 내는 어린이 같았어요.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요. 으하하.
그때는 찐이 아니었죠. 나이 들수록 찐에 가까워지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