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전복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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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전복 커뮤니티

2019-09-01T19:29:50+00:00 2019.09.09|

매튜 윌리엄스의 브랜드 ‘알릭스’는 럭셔리 패션계에 체제 전복의 칼날을 드리운다. 그는 정말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걸까?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가겠다는 다짐으로 가족 구성원이 경영에 뛰어드는 패션 브랜드를 떠올릴 때 곧바로 ‘알릭스’가 연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아름다움에 스트리트웨어적 관점을 취하고, 장신구와 나일론 체스트 리그에 대한 집착으로 무장한 매튜 윌리엄스의 컬트 브랜드 ‘알릭스’는 하위문화적 쿨함을 보여주기 위한 모든 형식을 갖추고 있다. 피어싱과 타투에 가죽옷을 걸치고 하디드 자매 혹은 스켑타의 팬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윌리엄스의 모습은 스트리트웨어를 완벽히 대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냉소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사람들이 다가가기 어렵게 만드는 그런 디자이너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배우자 겸 사업 파트너인 제니퍼 사이에서 낳은 첫딸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통해 윌리엄스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구축했다.

코트와 원피스, 부츠와 반다나, 버클 형태의 초커는 알릭스(Alyx).

“고향은 스트리트웨어예요. 스트리트웨어란 그런 곳이죠.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자꾸 끌리는 그런 곳.”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사업을 위해 전략적 용어로서 ‘커뮤니티’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커뮤니티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다른 디자이너의 훌륭한 작품을 감상하고 순수하게 그들과 협업하려는 것을 의미하죠. 사업적 전략이라는 목적이 있진 않습니다.” 윌리엄스의 커리어는 협업 정신을 바탕으로 쌓여갔고, 그 과정에는 쟁쟁한 이름들이 함께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유년기를 보낸 윌리엄스는 스케이트 문화에 푹 빠져 있었다. 10대 후반이 되어 코퍼스(Corpus, 미국적 프레피 스타일에 그런지를 가미한 LA 브랜드)의 디자이너 키스 리처드슨을 만난 후 대학을 중퇴하고 낮에는 브랜드 프로덕션 매니저, 밤에는 DJ로 활동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뮤지션의 스타일리스트를 담당한 그의 친구들로부터 의상 제작을 부탁받기 시작했다. 처음 두각을 나타낸 것은 언제였을까? 카니예 웨스트가 리듬에 반응하는 재킷을 입고 무대에 오른 2008년 그래미 어워드였다. 그 의상이 열광적 반응을 얻자 카니예는 자신의 첫 패션 브랜드 파스텔(Pastelle)의 기획 단계에서 샘플 작업을 위한 섭외 1순위로 윌리엄스를 내정했다.

한편 레이디 가가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녀의 ‘Telephone’ 뮤직비디오 촬영부터 월드 투어까지 스타일 디렉션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사진가 닉 나이트와 인연을 맺게 된다. 윌리엄스는 자신만의 패션에 대한 상상력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당시 쇼스튜디오에서 일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난다.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마침내 카니예 곁으로 다시 돌아와 <Watch the Throne>, <Yeezus> 음반을 위한 아트 디렉터로 작업하는 동시에 버질 아블로, 헤론 프레스론과 빈트릴(Been Trill)을 설립해 활발히 활동하다가 2013년에 정착할 준비를 한다. “제니퍼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죠. ‘나 지금 아프리카 가야겠어’ 이런 식으로 살고 있었어요. 제니퍼와 저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더 계획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니퍼는 제가 늘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었죠. 어느 날 제니퍼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해보자.’” 곧 윌리엄스는 슬램잼 설립자 겸 초창기 스트리트웨어 개발자인 루카 베니니를 파트너로 영입해 작업했지만 자신의 독자적 브랜드를 만드는 것만이 다른 아티스트를 위해 작업할 때 경험하지 못한 창의적 자유를 맘껏 펼칠 수 있는 길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과 너무 밀착된 상태로 일하면 그 세계에 갇히고 방향을 잃기 쉽죠.” 윌리엄스는 말한다. “저는 정말 순수한 어떤 것을 표현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디자이너 매튜 윌리엄스와 모델 벨라 하디드. 벨라가 입은 블레이저와 드레스, 초커와 반다나는 알릭스(Alyx).

윌리엄스의 하위문화적 경험이 녹아 있고 하나하나의 피스가 실용적인 동시에 피나는 노력 끝에 만들어진 제품임이 강조되면서(늘 제작 공장 근처에 있을 수 있도록 윌리엄스 가족은 모두 이탈리아 시골 도시 페라리로 이사했다), 알릭스는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발산하면서도 전통 기법으로 만든 명품이란 평가를 얻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위한 최고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집중입니다.” 제품 혁신을 위한 그의 노력은 상상 이상이다. 비단뱀 가죽 느낌을 위해 옷감을 일일이 레이저로 커팅하거나 가죽 조각의 이음매를 없앤다. 고도의 기술을 적용해 만든 옷감으로 봄버 재킷을 제작한다. 그의 실용적 관점과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제작 과정을 무기로 알릭스는 주류 패션계에 서서히 스며들었고, 패피들 사이에서 옷장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알릭스의 매력은 몸에 걸쳤을 때 옷이 ‘핏’되는 방식입니다. 옷이 주는 느낌이죠.” 벨라 하디드가 말한다. “재킷, 드레스, 심지어 셔츠까지 알릭스 제품의 재단, 제작 과정에서 매튜와 제니퍼에게는 특별함이 있어요. 그래서 그토록 색다르고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오는 거죠. 거기에는 늘 알릭스다운 느낌이 있어요. 알릭스의 보석과 액세서리는 시중의 다른 제품 사이에서 확연히 눈에 띄죠.”
‘광고발’로 주목받고 오래가지 않아 조용히 사라지는 브랜드가 넘쳐나는 최근 패션계에서 윌리엄스는 자신의 사업을 더 신중하게 키워나간다. 2015 년 알릭스 론칭 후 그의 패션쇼는 전례 없던 찬사를 이끌어냈지만, 지난해 여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런웨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니예부터 에이셉 라키까지 단순히 돈만으로 초대할 수 없는 최고의 셀럽들이 참석한 쇼였음에도, 짧은 무대 인사조차 오랜 고심 끝에 결정했다.

알릭스 컬렉션은 꼼꼼하고 조심스럽게 발전해온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윌리엄스는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지만(맥킨토시, 몽클레르, 나이키와 파트너십을 통해 간결한 트렌치 코트, 하이테크 패딩 점퍼,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선보였다), 이런 작품은 수익이나 유명세를 따르지 않고 윌리엄스의 주요 디자인 정체성과 유기적 연장 선상에 알릭스만의 디자인을 지키고 있었다. 이는 머지않아 단번에 알릭스 제품이라고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 라인과 컬트적 팬층을 구축할 것임을 의미한다. “매튜가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것을 한데 모아 표현하고 이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방법이 좋아요.” 재출시되는 디올 새들백 버클 장식 디자인을 위해 윌리엄스와 함께 작업한 디올 맨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말한다. “지금 그대로 완벽하죠. 차원이 다른 창의적 시야를 개척해가는 능력을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매튜는 현대적 의미에서 아주 똑똑한 사람입니다.” 지난 8월 알릭스 부티크가 오픈한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의 바잉, 머천다이징 디렉터 세바스찬 메인스는 말한다. “열린 태도와 협업을 통해 자기 브랜드의 잠재력을 최대화할 방법을 정확히 압니다. 그리고 고객과의 소통도 잊지 않죠. 하위문화 커뮤니티와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 슈퍼스타까지 소통의 대상은 다양해요. 어느 누가 알릭스와 함께하길 거부할까요?“ 그러자 “매튜와 제니퍼를 좋아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아요”라고 벨라도 메인스의 말에 맞장구쳤다. “우리는 처음 만나는 순간 통했죠. 그 후로도 변함없어요.”

코트와 팬츠, 부츠와 반다나, 버클 형태의 초커는 알릭스(Alyx).

또한 윌리엄스는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을 조용하지만 확고히 실천하고 있다. 제조 공정 개선을 위해 공급 체인부터 패브릭 제작까지 사업과 관련한 모든 것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데 수년을 들였다. 재생 원단, 데님, 어획용 그물부터 염료 공정에 물을 쓰지 않는 방법, 생분해성 포장 등 여러 방법을 도입하는 지속 가능성 레퍼토리를 그의 브랜드에 고스란히 바느질해 윤리적 패션의 신선한 시각을 제시한다. “당연한 일을 하는 거죠”라고 어깨를 으쓱하며 그는 말한다.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디자이너가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생산 팀은 수없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아, 이건 절대 불가능해!’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냥 또 밀고 나갔어요. 우리는 운이 좋아요. 이런 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찾아나갔으니까요. 단순히 디자인 작업을 위한 또 하나의 기준으로 삼은 거죠.”

고객이 단순히 장인 정신으로 만든 가죽 제품 이상의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한 차원 높은 투명성이 요구되는 당대 패션계에 윌리엄스의 관점은 결연하다고 할 만큼 현대적이다. “패션은 세상을 담은 멋진 타임캡슐이죠”라고 그는 말한다. “컬렉션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세상이 어떻게 표현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그의 말이 맞다. 그리고 현대적 시각과 결합한 윌리엄스의 포용 에너지는 시대정신의 핵심을 농축해낸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 당대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디자이너들을 소중히 여기고 이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장소를 만드는 게 우리 브랜드의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 또한 그랬다. 알릭스의 미래가 반드시 당신이 생각하는 밀리터리 디자인과 펑크 룩 가죽옷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단지 이 둘을 멋지게 결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