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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의 빨래법

2019.09.13

by 송보라

    신인류의 빨래법

    세탁기가 집 안에서 차지하는 비용은 얼마일까요?

    1~2인 가구의 20평 월세가 80만원이라고 치면 세탁기와 세제, 건조대 수납공간이 차지하는 반 평 정도의 공간에 매달 2만원가량의 비용을 사용하는 셈입니다.

    요즘 위시 리스트 1순위라는 건조기도 있다면? 그 두 배인 4만원을 세탁을 위한 공간으로 소비하는 셈이죠. 세탁기와 건조기 구매 비용과 감가상각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세탁과 건조, 개키기 등 세탁과 관련한 노동 비용은?

    일주일에 한 번 세탁을 하고 건조대에 잘 펴서 말려 다시 갠다고 하면 한 번의 세탁에 못해도 1시간의 노동력이 오롯이 들어갑니다. 일은 기계가 하지만 인간이 해야 하는 일도 있으니까요. 요즘 카페 아르바이트 시급도 1만원 내외인데 매달 4만원어치 세탁 노동을 하는 셈입니다. 공간 비용과 노동 비용을 합하면 8만원이네요. 1년이면 96만원입니다.

    아아악! 빨래라면 이제 지긋지긋해!

    발상을 전환해볼까요? 집 안에 세탁기가 없다면, 건조기가 없다면, 빨래를 완전히 외주로 맡긴다면 1년간 100만원 가까이가 세이브가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해외에선 아파트 지하에 공유 세탁실이 있거나, 없다면 골목 코너마다 있는 코인 세탁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흔한가 봐요.

    밖에서 일하는 것이 집안일보다 효율적인 경제성을 띠면서 가사 노동의 많은 부분이 외주화되고 있습니다. 식사는 밀키트나 정기 구독 도시락으로, 청소는 가사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죠. 빨래도 그래서 외주화가 이뤄졌습니다. 스타트업 사업 모델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결합해 편리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죠.

    세탁특공대

    빨래 외주의 조상 격인 ‘세탁특공대’는 2015년 일찍이 강남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앱으로 원하는 시간을 지정하면 알아서 비대면으로 픽업해가고, 예약한 날짜에 맞춰 깨끗해진 빨래를 다시 가져다주는 거죠. 물빨래하는 생활 빨래, 드라이클리닝에 수선까지 되는 것이 강점입니다. 고가의 옷을 단독 세탁하는 프리미엄 클리닝도 있어 듬직하죠. 특공대다운 흑백의 강인한 브랜딩으로 “그 옷 내려놔. 빨래는 내가 해”라고 외치는 호방한 카피가 매력 포인트입니다.

    런드리고

    지난해 론칭한 후발 주자 ‘런드리고’는 좀더 감성적입니다. 세탁에 뺏기는 시간을 우리에게 맡기고 요가를 하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라고 말하죠. 그래서 슬로건도 ‘빨래 없는 생활의 시작’입니다. 앱으로 수거 요청을 하고, 가입하면 주어지는 전용 수거함 ‘런드렛’에 빨래를 넣어 보내면 다음 날 밤에 깨끗한 내 옷이 돌아옵니다. 런드렛은 보안 장치도 있어 혹시 모를 도난 걱정을 막아주죠. 손수 개발한 세제를 사용하고 분해되는 비닐 백을 사용하는 등 디테일까지 꼼꼼해 만족도가 높습니다.

    리화이트

    지역 세탁소와 연계한 세탁 앱도 있습니다. ‘리화이트’는 동네 세탁소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예요. 세탁 공장 대신 연륜 있는 세탁소 실력을 믿고 분산하는 시스템이죠. GS25 편의점과 연계해 우리 집을 노출하지 않는 수거, 회수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노블 메이드

    이 외에도 수건만 대행하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호텔 수건 스펙의 도톰한 수건을 렌트하는 ‘노블 메이드’는 수건 구독 서비스를 표방합니다. 단, 내 수건이 말끔하게 세탁되어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사용하던 수건이 온다는 것. 깨끗하게 살균 세탁해 위생에 문제는 없다고 하는군요.

    신인류의 빨래법이 날로 신박해지고 있습니다. 이래도 쭉 커다란 세탁기와 건조기를 이고 지고 매주 최소 한 번은 세탁 노동에 매달려야 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네요. 세탁기가 있던 자리에 화분이라도 키우고, 밖에 나가 러닝을 하거나 내 일에 더 집중하는 것이 더 이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착각은 아니겠죠?

      에디터
      송보라
      이해림(칼럼니스트)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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