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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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러 와요!

2019-09-23T15:15:53+00:00 2019.09.20|

지금 유튜브에서 꼭 봐야 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채널을 소개한다.

채널명: 워크맨
구독자 수: 249만 명(9월 17일 기준)
크리에이터: 장성규(前 JTBC 아나운서, 現 방송인)
한 편만 고르자면: 천만 조회 수를 눈앞에 둔 에버랜드 1편

JTBC가 2017년에 론칭한 디지털 스튜디오 ‘스튜디오 룰루랄라’. 박준형을 내세운 <와썹맨>으로 이미 유튜브를 ‘씹어 드신’ 그들이 다음으로 꺼내 든 카드는 바로 장성규였다. <워크맨>은 프로 이직러인 그가 세상의 모든 알바를 직접 체험하고 리뷰하는 형식의 웹 예능이다. 어릴 적 보았던 <체험 삶의 현장>의 유튜브식 재해석이랄까. 아, 물론 기부는 하지 않는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밀려드는 애드리브와 편집의 합작

항공사 직업 리뷰 편. 분명 수하물 규정을 설명하는데 뭔가 묘한 것은 내 기분 탓일까.


허를 찌르는 편집!

<워크맨>은 예능 프로그램에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을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 웃긴다. 정말 엄청 웃긴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웃긴다. 간간이 웃긴 게 아니라 쉴 새 없이 웃긴다. 포인트가 10분가량 되는 러닝타임 내내 휘몰아친다. 장성규의 끝을 모르는 애드리브와 그걸 절묘하게 받아쳐내는 등장인물들, 영상의 매력을 200% 살려주는 편집팀이 똘똘 뭉쳐 모니터 너머의 나를 끊임없이 웃게 만든다. 물론 노동의 현장이기에 늘 재밌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영상의 엔딩 부분에 장성규가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그의 일급을 확인하는 것.

냉혹한 현실 자각 타임이다. 편의점, 피시방 알바부터 ‘인싸’ DNA를 타고난 사람들만 할 수 있을 듯한 놀이동산, 영화관 알바 등등 여러 직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최저 시급에서 고만고만한 시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할 때면 자본주의와 노동의 가치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된다. 큰 웃음에 시대에 대한 고찰을 한 번에 선사하다니,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그리고: 1) JTBC 아나운서 체험은 꼭 해줬으면 좋겠다. 경력직이니 시급도 높게 받지 않을까.
2) <퀸덤>은 이다희 혼자 MC 봐도 충분할 것 같다.

 

 

채널명: SBS KPOP CLASSIC
구독자 수: 16만8,000명(9월 17일 기준)
크리에이터: K-팝의 어르신들
한 편만 고르자면: 보아가 데뷔한 2000년 8월 4주 차

당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였던 ‘드림 콘서트’도 최근 추석 특집으로 편성,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었다.

1999년 ‘드림 콘서트’ 당시 H.O.T.의 팬클럽 ‘클럽 H.O.T.’의 모습. 단독 콘서트가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찾아보니 유튜브에서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영된 <SBS 인기가요>를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채널을 가리키는 별칭(?)이었다. <토토가>로도 마음의 허함을 채우지 못한 ‘추억 팔이 피플’이 모인 곳인가 하고 호기심에 발을 들였다가 몇 주째 떠나지 못하고 있다. 눈만 떴다 감으면 신곡이, 새로운 가수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우리는 왜 여전히 지나간 노래에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캡처를 부르는 이효리의 그 시절 비주얼.

지금이었다면 시청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을 저 세상 카메라 워킹. 이건 추억 보정으로도 ‘쉴드’쳐주기 어렵다.

현재를 알고 있기에 더 재미난 과거
스트리밍의 순서가 세기말을 지나고 2000년대로 넘어왔을 때 실시간 채팅 창에는 일제히 동일한 질문이 올라왔다. “보아 데뷔했나요?”
보아는 데뷔할 당시 많은 관심과 함께 수많은 ‘안티팬’의 표적이 되었다. 쟁쟁한 아이돌 그룹을 선보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이는 첫 여자 솔로 가수라는 점 때문이었다. 지금의 보아는 SM의 권 이사님이고 데뷔 19년 차 현역 가수이며 후배 가수들의 멘토다. 우리는 보아의 현재 모습을 알고 있다. 2000년대에는 보아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사람도 지금 ‘넘버원’을 듣는다면 자연스레 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보아만이 아니다. ‘인기가요’ 스트리밍에 등장하는 이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알고 있다. 출연진 중 누군가는 이제 예능보다는 사회면에 더 자주 등장하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도 있다. 그런 이들의 과거 모습을 보노라면 내가 이미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는 영화감독이나 작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그때 그 시절의 내 모습도 자연스레 떠오르곤 한다. 여러 시간대가, 또 여러 사건과 감정이 다양하게 교차하기에 온라인 탑골공원이, 추억 팔이가 여전히 재미있는 게 아닐까.

엄정화 뒤의 백댄서는 바로 코요태 김종민.

그리고: 스트리밍 말고 그냥 영상으로 업로드해줄 순 없나요. 보아 못 잃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