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82년생 김지영’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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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82년생 김지영’ 되다

2019-09-25T14:57:55+00:00 2019.09.25|

2015년 가을. 나이 서른넷, 두 살배기 딸을 둔 그녀는 서울 변두리 아파트 24평에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말을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마치 친정어머니나 먼저 세상을 떠난 대학 선배처럼 말하고 행동하죠. 자신은 사라진 채 ‘누군가’가 되어버리는 증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그녀와 남편은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됩니다. 1982년에 태어나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취업하기까지 그녀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결혼해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다시 일을 해보려 하는 등 그녀가 살아온 과정이 천천히 그려집니다.

2016년. 별로 달라진 건 없습니다. 다만 그녀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는 해리 장애, 육아 우울증 등 그녀의 증상에 대한 진단 뒤에 숨겨진 세상의 편린을 자신의 아내를 통해 되돌아봅니다.

내 얘기인 것도 같고, 내 친구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가족의 이야기 같기도 하죠. 이 이야기의 주인공, 그녀의 이름은 김지영. 82년생 김지영입니다.

“김지영 씨는 미로 한가운데 선 기분이었다. 성실하고 차분하게 출구를 찾고 있는데 애초부터 출구가 없었다고 한다.”

원작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123쪽에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어쩌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82년생 김지영>은 출간 이후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인데요. 많은 여성이 공감하면서 해외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김지영’은 배우 정유미가 맡았습니다.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한 아이의 엄마이자 회사 동료로 지금을 살아가는 ‘김지영’.

영화 속 ‘김지영’과 비슷한 또래인 정유미는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으로 완벽하게 변신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내면에 상처도 있고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담담하게 현실을 이겨내는 ‘김지영’을 그려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그거밖에 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꼭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김지영 씨도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소설 속 말처럼, 세상의 모든 김지영이 이 영화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