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파리 패션 위크 최대의 이슈, 마르지엘라 워킹

2020.02.04

by 송보라

    파리 패션 위크 최대의 이슈, 마르지엘라 워킹

    밀라노 패션 위크의 가장 큰 화두가 베르사체 쇼의 마지막을 장식한 정글 드레스 차림의 제니퍼 로페즈였다면, 파리 패션 위크의 이슈는 메종 마르지엘라 쇼에서 모델 레온 데임이 선보인 강렬하고 매혹적인 워킹입니다. 그는 2015년에 데뷔한 베를린 출신 모델로, 구부정한 자세로 두 발을 엇갈리게 걸으면서 온몸을 들썩였죠. “이미 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죠. 쇼 전날 밤 리허설에서 팻과 함께 만들어낸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그 워킹 뒤에는 무브먼트 디렉터, 팻 보구슬로스키가 있었습니다. “그건 그냥 패션쇼가 아니라 진짜 쇼였어요.”

    데임의 워킹이 쇼를 장악한 것에 대해 그는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존 갈리아노가 클로징 모델로 데임을 선택했을 때 나는 웃기 시작했어요. 그가 뭔가 해낼 거라는 걸 알았거든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패션 위크의 모두가 그의 워킹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그는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반응을 보는 건 놀랍고, 매우 즐거운 일이죠.”

    보구슬로스키는 다방면으로 재능을 가진 인물입니다. 전직 댄서이자 모델이며, 배우로 활약하기도 했죠. 그리고 이 모든 경력은 서른 살 이전에 일궜습니다. 지금 그는 스트리터스 에이전시에 무브먼트 디렉터로 소속돼 있는데요. 그의 모든 열정을 쏟아붓기에 적합한, 매우 독특한 직업이죠.

    그는 FKA 트위그스, 빅토리아 베컴, 틸다 스윈튼, 킴 카다시안과도 작업한 바 있습니다. 이번 뉴욕 패션 위크의 토모 코이즈미 쇼 퍼포먼스도 그의 작품이며 메종 마르지엘라는 지금까지 7개 쇼를 진행했습니다. 타미 힐피거, 오프화이트, 베르사체, 이세이 미야케, 펜디와 휴고 보스 광고 작업도 했고요. 하지만 여전히 그의 역할은 수수께끼 같습니다. 그래서 <보그>가 알아보기로 했죠.

    무브먼트 디렉터는 어떤 일을 하고, 안무가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무브먼트 디렉터는 단순히 동선을 짜거나 안무를 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에게 여러 가지 방식과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그들이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거죠.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그들과 함께 움직입니다. 안무가는 일반적으로 준비된 안무를 가지고 오죠. 나는 그들에게서 최고를 끌어내기 위해 그들과 함께 움직입니다.

    어떻게 무브먼트 디렉션이라는 일을 하게 됐나요?

    우연이었어요. 하지만 자연스럽게 일어났죠.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건 2013년이었습니다. 알렉산더 맥퀸 쇼에서 모델로 섰고 리허설 중이었죠. 사라 버튼이 내게 와서 다른 모델들에게 어떻게 걷는지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나한테 그런 걸 부탁하다니, 좀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사라는 나를 계속 지켜봤고, 내가 그 컬렉션을 이해했다고 말하더군요. 내가 배경음악에 맞춰서 걸었다고요. 그때 처음 이 일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존 갈리아노와 함께 일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난 그의 쇼를 보면서 자랐고, 많은 영감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요즘 모델의 워킹과 패션쇼는 점점 단순해지고, 평범해지고 있어요. 그렇기에 마르지엘라와 일하면서 런웨이에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자유를 느끼게 해줄 완벽한 타이밍이었죠.

    평소에는 뭘 하나요?

    같은 일을 하는 날은 단 하루도 없어요. 규칙적인 스케줄도 아니죠. 어떨 땐 피팅에, 어떨 땐 무대에, 어떨 땐 촬영장에 갑니다. 출장도 많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있어요. 피트니스센터에도 가고 요가도 하고 수영도 하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조사와 사람들, 친구, 가족을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정말 정신없어요.

    무브먼트 디렉터라는 직업에 대한 가장 잘못된 인식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직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곤 해요. 종종 “아, 그러니까 안무가라는 거지?”라고 말하거나 “아, 그럼 디렉터구나”라고 말하기도 하죠. 때로는 일일이 차이를 설명하는 것보다 그냥 그렇다고 대답하는 쪽이 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난 모델과 아트 디렉터, 메이크업, 음악 사이, 그 가운데에 있죠. 모두를 ‘클릭’하게 만드는 게 나의 역할입니다.”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Sam Ro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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