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커피 마니아를 위한 커피 도구

2020.10.30

by 송보라

    커피 마니아를 위한 커피 도구

    커피의 매력에 푹 빠졌다면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나 커피 전문점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먹기 시작한 이들을 위해 소개하는 각 나라의 커피 내리는 도구입니다.

    터키의 제즈베(Cezve)

    커피라는 마실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아마도 마치 차를 우리듯 커피 가루를 그냥 끓이지 않았을까요? 터키시 커피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원형에 가까운 커피입니다. 제즈베(Cezve)라는 국자처럼 손잡이가 달린 컵에 커피 가루를 넣고 뜨거운 모래 위에 올려놓으면 금세 커피 거품이 올라옵니다.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며 커피를 우립니다. 선이 굵은 원초적인 맛이 특징입니다만 가루와 함께 끓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는 텁텁한 뒷맛은 좀 아쉽습니다. 터키 사람들은 다 마시고 잔에 남은 커피 가루의 모양으로 그날의 운세를 가늠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의 모카 포트(Moka Pot)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에스프레소는 기계적으로 압력을 높여 순간적으로 진한 맛의 커피를 짧은 시간에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에스프레소 부심은 굉장합니다.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가 에스프레소에 얼음을 넣을 수 없다는 점원의 강경한 태도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식당에서 얼음을 얻어 아이스커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집에 선뜻 들여놓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신 이탈리아 대부분의 가정에는 모카 포트가 있습니다. 모카 포트 하나면 집에서 간단히 에스프레소와 같은 원리로 커피를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

    프랑스에서 개발된 추출 방식이라 프렌치 프레스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이제는 덴마크 보덤(Bodum)사의 상품명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는 프렌치 프레스가 커피를 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합니다. 커피 가루가 남지 않게 금속 필터를 사용해 거르더라도 종이 필터가 없기 때문에 커피빈이 가진 유분과 특유의 향이 걸러지지 않은 채 날것 그대로 나옵니다. 이런 원리 때문에 전문가들이 커피빈의 맛을 테스트하는 커핑(Cupping)과 맛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프렌치 프레스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데는 큰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신선하고 좋은 빈을 쓰기만 한다면 말이죠.

    베트남의 커피 핀(Phin)

    베트남 커피는 목요일 오후 3시 사무실에서 마시고 싶은 커피의 느낌입니다. 프림 2, 설탕 2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다방 커피를 다섯 배쯤 증폭시킨, 순간적으로 혈중 카페인과 당의 농도를 급격히 올리고 싶을 때 마셔야 할 것 같은 맛입니다. 비밀은 달콤한 연유와 커피 핀입니다. 커피 핀은 얇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드리퍼입니다. 커피 가루 위에 물을 붓는다는 의미에서 드립 커피에 가깝지만 커피를 납작하게 만들어 4분 정도 드립하는 방식은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칼리타나 하리오 같은 드리퍼와 전혀 다른 색깔의 커피를 만들어냅니다. 생각보다 추출 시간이 길어서 섬세한 기술보다는 느긋한 마음가짐이 더 필요합니다.

      신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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