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MAKE IT BETTER

2023.02.20

by VOGUE

    MAKE IT BETTER

    ‘지속 가능’이라는 핵심어 없이 이제 패션계는 운영되지 않는다.

    최근 디자이너를 만나 인터뷰할 때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 있다. “지속 가능 패션에 어떻게 대응하나요?” 전 세계적 트렌드에 대해 그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건 ‘나이브’한 질문이 되어버렸다. 지금 환경문제는 피할 수 없는 주제이기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방점이 찍힌다. 그래서 이 질문은 당대 디자이너에게 ‘컬렉션의 영감을 어디서 받느냐’ 만큼 익숙하다(불과 몇 년 전에는 질문 리스트에 없던 문항이다).

    WASTE NOT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구찌는 윤리적 방침을 계속 내놓고 있다. 가죽 산업의 환경적인 특성을 바꾸기 위해 가죽 가공 업체와 협력해
    버려지는 가죽의 양을 최소화하는 ‘스크랩리스’ 프로그램과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퍼 프리’를 선언했다. 올리브색 코트와 블라우스, 체크 치마와 스니커즈는 구찌(Gucci).

    지난여름 서울에 들른 시몬 로샤는 내 질문에 이전 시즌에 사용하고 남은 옷감을 버리지 않고 재사용한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브랜드 차원에서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9월 뉴욕 패션 위크에서 현대자동차 카시트의 자투리 가죽을 활용해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마리아 코르네호 역시 “가죽 외에 소재까지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옷감을 사용했으며 자원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지금처럼 패션에서 ‘지속 가능’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들릴 때는 없었다. 정보의 대지에서 쓸 만한 소식을 추출하는 에디터로서, 이 주제는 피할 수 없으며 계속 당대 트렌드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주요 카테고리다. 개인적 체감은 더더욱 아니다. 구체적 근거가 있다. 구글 트렌드 통계에서 ‘지속 가능 패션’이라는 단어에 대한 전 세계 대중의 관심도는 지난 몇 년간 상승선을 그리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매우 시의적절한 국제 행사가 얼마 전 열렸다. 세계 주요 7개국이 모여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G7 정상회담이다. 의장국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아마존의 열대우림 화재에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하자며 환경문제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G7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패션계도 즉각 반응했다. 정상회담 주간에 케어링 그룹에 포함된 구찌,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는 물론 프라다, 버버리, 샤넬, 랄프 로렌, 에르메스, 칼 라거펠트, 조르지오 아르마니, 살바토레 페라가모, 스텔라 맥카트니, 몽클레르,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의 하우스 브랜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그리고 H&M, 자라 등 32개 회사 150여 개 브랜드 관계자들이 엘리제 궁에 모인 것이다. 이 패션 어벤저스들은 G7 패션 협약, 다른 이름으로 ‘패션 팩트(Fashion Pact)’라는 기후변화 문제를 위한 노력(온실가스 감소, 생태계 복구, 해양 보호, 플라스틱 사용 금지 등)을 담은 약속을 세계 만방에 공개했다.

    패션 팩트의 시작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펜하겐 패션 회담에서 케어링 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마크롱 대통령으로부터 지속 가능 패션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브랜드를 모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히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패션계가 목표를 같이 세워야 합니다. 첫 번째 발걸음은 패션 산업에서 최우선이 되는 서너 가지 목표를 골라 함께 달성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겁니다. 우리 중 누구라도 개별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레벨에 닿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RE:THINK
    프라다는 전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폐기물을 수거해, 재생 나일론으로 만드는 ‘리나일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밀리터리풍 재킷과 셔츠, 낚시 그물과 방직용 섬유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리나일론 크로스백과 백팩은 프라다(Prada).

    그렇다고 이제껏 패션 기업이 환경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지구가 망가지는 속도를 지금의 노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패션 산업은 오일 산업 다음으로 환경을 오염시켜온 분야다(패션 에디터로 일하는 나에겐 최고로 절망적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생산할 때 발생하는 물 소비량, 폐수, 썩지 않는 화학 원단 등 갖가지 방식으로 옷을 만들며 지구를 아프게 해왔으니까. 올 초 컨설팅 그룹 글로벌 패션 아젠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의 추세로 2030년까지 생산될 옷은 1억200만 톤에 이른다. “되돌릴 수 없는 기후변화를 막기까지 우리에게 11년이 남았습니다.” 섬뜩한 미래의 도래는 히어로들이 뭉칠 명분을 만들어주었다. 패션 팩트 협약을 약속한 패션계 어벤저스들이 패션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30%나 된다. 실로 놀라운 숫자다. “하나의 회사가 지구에 닥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협업의 힘을 믿습니다.” 버버리 CEO 마르코 고베티의 말이다. 패션 팩트는 매년 진전 상황을 눈에 보이는 리포트로 발표하고 협약에 사인한 브랜드는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세워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구체적 실행 계획은 오는 10월 피노 회장의 주최로 열리는 미팅에서 좀더 구체화된다).

    “패션계에서 최고의 경찰은 국가가 아니라 소비자입니다.” 케어링 그룹의 지속 가능성 부서 최고 책임자 마리 클레르 다보(Marie Claire Daveu)는 패션계가 너도나도 지속 가능성에 뛰어든 이유가 국가가 법적 규제를 해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소비자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지금 패션계가 주목하는 소비 세대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소비 세대라고 불리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다.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세대가 주요 소비자로 거듭났기에 패션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을 마다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밀레니얼 세대의 80% 이상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2년 전 <포브스>에 전한 유니레버 헤어케어(Unilever Hair Care US)의 부원장이자 매니저가 주장한 말이다. 비즈니스 오브 패션과 컨설팅 회사 매킨지가 내놓은 2019 패션 리포트는 어떤가. “밀레니얼 세대의 42%는 구매 전 상품을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는지 알길 원한다”고 보고했다. 여기에 밀레니얼 세대의 75%는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제품이라면 비싼 값을 주고라도 구매할 의지가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를 소비 감수성이 달라졌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단순히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고 한정판 ‘드롭(Drop)’ 방식으로 옷을 파는 것이나 수천만 팔로워를 거느린 셀러브리티가 입은 것으로는 구매동기를 자극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의식 있는 소비를 했다는 만족감이 요즘 세대의 쇼핑에서 부가 요소가 된 셈이다.

    업계와 대중의 인식 변화는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에까지 뻗쳤다. 전설적 패션 디자이너를 배출해낸 영국 패션 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이 9월 새 학기 ‘바이오디자인(Biodesign)’ 석사 수업을 신설했다. 변화한 패션 업계에 진출할 미래 디자이너는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은 ‘지속 가능 패션을 위한 센터’를 두고 10년 가까이 예술적, 상업적 견지를 겸하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절반이 넘는 학생이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했습니다. 이는 아주 빠르게 일어난 변화죠. 우리가 살고 있는 세대의 정신 같은 것이죠. 특히 젊은 세대는 이런 변화를 굉장히 잘 받아들입니다.” 암스테르담 패션 인스티튜트(AMFI) 대학원장 레슬리 홀든의 설명이다. AMFI는 지난해 교육 방침을 ‘우리가 믿는 패션은 선한 힘을 갖고 있으며 지속 가능성과 웰빙을 우리가 행하는 것의 중심’으로 세웠다. 그리하여 지속 가능 사회적 기업과 패션 업계에서 이를 실천하는 브랜드와 연계해 교육하고 있다.

    새 시즌을 맞아 브랜드가 새로 발표한 컬렉션에도 지속 가능 핵심어의 비중은 꽤 높아졌다. 새로운 아이템과 더불어 환경에 기여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함께 내놓은 것이다. 프라다는 ‘에코닐(Econyl)’이라는 새로운 재생 나일론으로 브랜드의 시그니처 가방 라인에 ‘리나일론(Re-Nylon)’컬렉션을 기획했다. 섬유 생산 업체 아쿠아필(Aquafil)과 협업해 만든 에코닐 나일론은 낚시 그물, 방직용 섬유 폐기물에서 모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얻은 소재다. 프라다는 이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진 않을 거라 공표했다. “브랜드가 사용하는 기존의 모든 나일론 소재를 2021년 말까지 모두 재생 소재인 에코닐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프라다가 지속해온 책임 사업을 이어가려는 노력의 일환이죠. 이번 컬렉션은 새로운 소재를 쓰지 않고도 상품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프라다 그룹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로렌초 베르텔리의 선언이다. 프라다는 에코닐을 1만 톤 만들 때마다 7만 배럴의 석유를 절약하며 5만7,1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고 나일론 생산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을 80%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리나일론 컬렉션의 판매 수익 일부는 자연보호 단체에 기부한다).

    RESHAPE THE FASHION
    버버리는 지난해 3,200만 유로 상당의 넘치는 재고를 파기했다고 밝힌 후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버리는 소각 관행을 즉각 없애고 팔리지 않은 물품을 철저히 재가공 혹은 재활용하거나 기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피케 셔츠 원피스와 오프 숄더 저지, 어깨에 걸친 패딩 점퍼와 옷더미에 펼쳐진 TB 로고 패딩 점퍼는 버버리(Burberry).

    버버리 역시 8월 에코닐로 만든 캡슐 컬렉션을 론칭했다. 리카르도 티시가 도입한 새로운 TB 로고가 돋보이는 클래식한 경량 카 코트다. 버버리 공동 책임 부사장 팸 배티는 캡슐 컬렉션 론칭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패션의 순환을 촉진하는 혁신 소재를 사용하고 탐구하는 건 패션 업계를 좀더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핵심적인 일입니다. 버버리는 플라스틱 낭비와 같은 문제에 활발하게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동시에 럭셔리하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100% 재활용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섬유로 만든 ‘어스 폴로(Earth Polo)’ 셔츠를 공개한 폴로 랄프 로렌도 있다. 랄프 로렌이 제작을 맡은 2019년 US 오픈 테니스 유니폼 또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는데, 토너먼트가 끝나는 9월 8일까지 폴로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했다. 이와 함께 2025년까지 매립지와 바다에서 1억7,000만 개의 플라스틱병을 제거하겠다고 발표하며 폴리스티렌 섬유를 모두 재활용 폴리 섬유로 대체할 것을 약속했다.

    GREENER WARDROBE
    구찌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전념하고, 원자재 추적성을 95%까지 보장하는 등 럭셔리 리테일 업계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리브색 코트와 블라우스, 체크 치마와 스니커즈는 구찌(Gucci).

    구찌는 컬렉션 제작에 앞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지난해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만든 ‘구찌 이퀼리브리엄(Gucci Equilibrium)’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목적의식 문화’에 기반한 10개년 지속 가능성 계획의 일환으로 환경, 인류, 신모델의 세 가지 원칙에 초점을 맞춰 기획했다. 구찌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전념하고, 원자재 추적성을 95%까지 보장하는 등 럭셔리 리테일 업계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구찌는 가죽 산업의 환경적 특성을 바꾸기 위해 가죽 가공 업체와 협력해 폐기되는 가죽의 양을 최소화하는 ‘스크랩리스(Scrapless)’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로써 제조 과정에서 물, 에너지 및 화학물질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며, 사용 가능한 가죽만 공장으로 운송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는 2025년부터 의류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를 100% 지속 가능한 소재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했고, 아디다스는 2024년부터 모든 운동화 생산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우리는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강한 의지가 필요한 일인지 알고 있다).

    LVMH 그룹이 최근 스텔라 맥카트니와 계약을 맺은 이유 중 하나도 지속 가능성 때문이다. LVMH는 스텔라 맥카트니가 누구보다 오랫동안 고수해온 지속 가능 패션 캠페인으로 점한 특별한 위치와 역할을 높이 사며, 그녀가 그룹 임원에게 지속 가능성의 비전에 관한 고문 역할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그 어떤 브랜드 보다 모피, 가죽, 깃털 등 동물로부터 가져온 소재는 사용하지 않고 베지테리언 소재의 옷을 만들고 거미줄로 옷을 만들며 실험적이고도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SIMPLY A BETTER WAY
    프라다는 리나일론 컬렉션의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환경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유네스코와 파트너십을 맺고, 플라스틱 및 순환 경제를 주제로 여러 나라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밀리터리풍 재킷과 셔츠, 레이스 스커트와 부츠, 낚시 그물과 방직용 섬유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리나일론 크로스백과 백팩은 프라다(Prada).

    한편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프로 디자이너의 패션 경연 대회도 열렸다. 지난 7월 뉴욕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CFDA)와 렉서스가 주최한 프로그램 ‘패션 이니셔티브(Fashion Initiative)’에서 우승을 차지해 상금 1억원과 지속 가능 패션 브랜드 ‘퍼블릭 스쿨 V-To’를 론칭하게 됐다. V-To 제품은 60%의 재활용 면과 40%의 오가닉 면으로 제작한다. 퍼블릭 스쿨의 궁극적 목표는 지속 가능 원단을 다른 디자이너에게도 공급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블랭크스 프로그램(Blanks Program)’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을 통해 업계 디자이너들과 리테일러들에게 티셔츠, 후디와 같은 기본 아이템을 공급하는 것이다. “환경 친화적 컬렉션을 한차례 만들고 저희만의 유통망에서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패션계 동료와도 함께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디자이너 다오이 초가 자신들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요즘 로고 디자인을 이용해 쉽게 한정판으로 생산하는 ‘머치(Merch)’ 열풍에 대응하기도 적절한 방법이다. “보통 머치에 쓰이는 원단은 질이 좋지 않고 친환경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얻은 코튼이죠. 버리기 쉬워요. 사람들은 그냥 티셔츠일 뿐이니 하나 더 사자고 생각하죠. 우리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대안을 주고 싶었습니다.”

    미국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은 8월 G7의 패션 팩트 협약 발표 하루 전, 온라인 숍 카테고리에 ‘지속 가능 스타일’이라는 섹션을 새로 론칭했다. 이곳에서 다루는 제품은 자원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지속 가능 업체인 ‘블루사인’, ‘페어 트레이드 서티파이드’로부터 인증을 받은 오가닉 코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한 제품, 구매 금액의 일부를 환경을 위해 기부하는 브랜드의 제품이다. 무려 90여 개 브랜드에서 나온 2,000여 개 아이템이 현재 지속 가능 패션의 인기를 방증한다. 노드스트롬 또한 패션 팩트 협약에 합류한 그룹이다. “패션계에서 눈에 보이는 의미 있는 과정은 미래의 사업, 커뮤니티, 환경의 성공을 위해 중요합니다.” 노드스트롬 공동대표 피트 노드스트롬의 말이다. 2014년부터 에너지 강도를 줄이고 있는 노드스트롬은 지난해 매립지로부터 2만8,000톤의 종이를 재활용했으며, 고객으로부터 10톤의 옷, 신발, 액세서리를 기부 받아 제2의 생명을 살렸으며 포장지와 운송에 드는 재료를 최소화했다고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 <보그>는 9월 ‘셉템버 이슈’를 맞아 지속 가능 패션으로만 화보를 기획했다. 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바이트(Bite)의 트렌치 코트, 빈티지 퀼팅 원단으로 만든 린지 번스(Lindsey Berns)의 아동복, 면 이불에서 추출한 원단으로 만든 마린 세르(Marine Serre)의 드레스, 살충제와 합성 비료를 쓰지 않고 오가닉 면으로 만든 스텔라 맥카트니의 패치워크 코트, 빈티지 레이스 테이블보로 만든 보디(Bode)의 셔츠는 지속 가능 패션을 선택하는 폭이 넓어졌음을 직접 보여준다. 사실 몇 년 전 지속 가능 패션은 구매가 어려운 이벤트성 옷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플라워 프린트 옷을 고르는 것처럼 일상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THE OLD FUTURE
    버버리는 2022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실천한다고 밝혔다. 피케 셔츠 원피스와 오프 숄더 저지, 바닥에 놓인 패딩 점퍼와 TB 로고 패딩 점퍼는 버버리(Burberry).

    불과 2년 전만 해도 <보그>는 지속 가능 패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기업에선 각기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있으며 어떤 방법이 옳고 그른지, 더 생산적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엔 조금 이른 단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제 정정이 필요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더 빨리 변화하는 중이고 우리의 태도 역시 변화했다. 기후변화를 염두에 두는 건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헌 옷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를 분류하고 재가공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더 많이 든다고 고민할 시기는 지났다는 뜻이다. 자신의 브랜드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미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하는 단계로까지 진행되고 있다.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개개인의 힘을 합쳤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 실수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LESS
      모델
      엘리스
      헤어 스타일리스트
      장혜연
      메이크업 아티스트
      황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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