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꿀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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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꿀의 땅

2019-10-29T10:29:15+00:00 2019.10.21|

한반도를 휩쓴 생리대  파동이 ‘그날’을 앞둔 여인들에게 남긴 교훈 여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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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반도는 ‘TVOC(총휘발성유기화합물)’라는 생경한 화학 성분으로 떠들썩했다. 심장 이상, 폐와 간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발암물질 TVOC가 일회용 생리대에서 검출된 것이다. TVOC는 여성을 병들게 하는 ‘경피독’ 우려 물질로 그 대상이 겨드랑이 기준 무려 42배의 흡수력을 지닌 외음부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원인 모를 생리통과 생리 불순, 질염이 대표 사례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리대 안에 잠들어 있는 ‘고분자 흡수체’도 요주의 대상 중 하나다. “대부분의 뉴스에서 생리대 하단 접착 부위의 TVOC, 안쪽 흡수층 표면을 이루는 폴리에틸렌의 위험성만 보도하고 있어요. 하지만 생리혈을 흡수하는 주원료인 고분자 흡수체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죠. 90년대 이후 생리대 제조 업체에서 일회용 생리대의 두께를 얇게 만들기 위해 고분자 흡수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임상 시험이 이뤄지지 않아 제조사조차 이것이 인체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모르는 상황이죠. 생리대 발암물질 파동 이후 피부에 닿는 부분을 천연 코튼, 유기농 원사로 만들어 인체에 무해함을 강조하는 제품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유기농 패드 아래에는 고분자 흡수체가 존재합니다.” 면 생리대 브랜드 ‘자연생각’ 개발팀의 설명에 따르면 유기농 생리대 또한 위험 성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러니 구입에 앞서 고분자 흡수체 유무, TVOC를 방출하지 않는 식물 성분 접착제나 수압 접착 방식을 적용하는지, 유기농 면으로 둔갑한 GMO(유전자 조작) 목화는 아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일단 표면이 유독 하얗다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형광증백제나 염소로 표백 과정을 더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염소 표백’을 강조하거나 검역 기준이 높은 국제유기농협회(OCS), 국제유기농섬유기구(GOTS), 미국 농무부(UDSA) 등의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이라면 일단 안심. 조금의 불편함을 감내한다면 ‘면 생리대’라는 안전한 선택지도 있다.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나서 Y존 피부 짓무름이 사라졌어요.” <보그> 에디터의 후기처럼 면 생리대를 만난 뒤 외음부 피부 트러블(미파문피부과 한송희 원장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자극 접촉 피부염, 알레르기 접촉 피부염 등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고한다), 생리통, 생리 불순 등이 줄었다는 여성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줄을 잇는다. 세탁과 휴대가 불편한 면 생리대의 단점을 보완한 아이디어 제품도 있다. ‘네이처수’는 면 생리대에 대나무 원단으로 만든 탈착형 흡수 패드를 적용했다. 탈착형 흡수 패드는 세탁 후 재활용하거나 필요에 따라면 생리대에서 분리해 버릴 수 있도록 고안해 여러 번 사용하는 것에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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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생리대를 구입하는 수고를 덜어줄 신개념 서비스의 등장! 생리대 정기 배송이다. ‘해피문데이’는 생리 주기에 맞춰 원하는 모양과 수량의 생리대를 집 앞으로 배달한다. 모두가 편리함을 칭찬할 때 <보그>의 어느 에디터는 안전성에 한 표 던진다. “해피문데이를 애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에요. 기존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생리통이나 피부 결함을 겪진 않았지만 매번 화학 성분 덩어리를 몸에 지니고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죠. 해피문데이는 원료 정보와 생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안심이 돼요. 흡수력, 두께, 흡수층 표면의 촉감 등 다른 생리대에 비해 무엇 하나 뒤지지 않지만 만약 해피문데이 생리대의 사용감이 좋지 않더라도 제 선택은 바뀌지 않을 거예요. 내 몸을 위해 자발적 불편함을 감수하는 거죠.” 해피문데이가 운영하는 블로그 ‘월경언니’에 접속하면 생리와 임신, 피임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고 뉴스레터 신청도 가능하다. 올가을 안전한 탐폰을 출시한다는 기쁜 소식은 보너스. 필라테스나 러닝 등 운동 마니아라면 ‘띵스’, ‘논샘팬티’ 등에서 선보이는 ‘생리 브리프’를 추천한다.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고분자 흡수체 대신 생리혈을 재빨리 흡수하고 역류 방지는 기본, 방수 효과를 겸비한 특수 압축 섬유를 사용해 ‘그날’에도 몸을 가뿐하게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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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일회용 생리대 구매는 지구를 위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만큼 시급한 문제다. 아직까지 일회용 생리대 이용자가 ‘절대다수’인 한국은 연간 20억 개 이상의 생리대 폐기물이 나온다. 생리대를 잇는다면 지구를 무려 반 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생리대 제작을 위해 매해 24억 그루의 나무가 잘리고 소각할 때는 생리대 한 개당 약 23g의 탄소와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을 배출한다. 또 있다.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수 있다. SBS 다큐멘터리 <환경호르몬의 습격>은 환경호르몬, 정확히 말해 ‘외인성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이 남녀 모두에게 생식기 문제를 일으키고 특히 여성의 경우 생리통이 심화될 수 있다는 내용을 방영했다. 다큐멘터리에선 플라스틱 용기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추가 조사를 통해 생리통을 일으킨 가장 거대한 환경호르몬 유발자는 플라스틱 용기, 인스턴트식품, 합성세제가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란 사실이 밝혀졌다. < 환경호르몬의 습격> 담당 작가 고혜미는 여성환경연대 집필 도서 <쉽게 따라 하는 핸드메이드 생리대>를 통해 “‘방송국’이라는 근무 환경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만큼이나 일회용 생리대를 집중 보도하지 못한 점을 후회한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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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동안 한국 여성이 생리용품에 소비하는 비용은 약 600만원. OCE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용이다(미국, 일본은 한국의 절반 수준!). 한편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운동화 밑창으로 대신하며 고통을 감내하는 빈곤 여성 또한 존재한다. 서울시는 YMCA와 손잡고 생리대를 필요로 하는 여성을 위하여 생리대 무료 비치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생리대가 생필품이란 인식이 낮은 데다 공짜라는 마음에 악용하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맞서고 있는 상황. 반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교에서는 공중화장실 내 생리용품을 무료 공급하는 정책이 확산 중이다. 그런가 하면 브라운대학교는 성전환자를 위해 남자 화장실에도 탐폰을 무료 비치했다. 작은 움직임으로 만드는 변화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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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생리대의 대용품으로 탐폰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탐폰이 익숙한 미국에서 1980년 36명의 사망자와 1,000여 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독성쇼크증후군(TSS)의 원인은 다름 아닌 ‘탐폰’이었다. 흡수력이 뛰어난 탐폰이 생리혈과 질 내부의 수분을 한꺼번에 빨아들여 건조해진 자궁 벽이 갈라지면서 쇼크를 유발하는 세균이 침투한 것이다. 이후 FDA(미국 식품의약국)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모든 탐폰에 ‘8시간 이상 이용 금지’, ‘고열, 구토, 설사 등을 경험하면 즉시 의사와 상담할 것’ 등 경고문을 게시하고 흡수 강도를 달리한 제품 사용을 권했다. 2019년, 이미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탐폰 이용자 10만 명 중 한 명이 TSS로 고통받는다. 이 수치가 낮다고 생각하나? 12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패션모델 로렌 와서(Lauren Wasser)는 오른쪽 무릎 아래 하반신 절단에 이어 지난해 초 왼쪽 다리마저 잃었다. 끔찍한 일이라고? 탐폰을 애용하는 당신도 TSS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대안으로 ‘면 탐폰’이 있지만 대부분 국내 미입고 제품이기 때문에 선택지가 적고 가격도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생리컵’은 접근성이 용이하다. 비록 손가락으로 질의 높이를 재고 다양한 경도의 생리컵을 직접 자궁 내에 삽입하는 등 내게 맞는 ‘골든 컵’을 찾는 과정이 순탄치 않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광명을 찾는다는 간증이 쏟아진다.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 화학 성분으로부터 안전하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해 환경 측면에서도 이롭다. 하지만 이 또한 ‘완전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두통과 울렁거림, 아랫배의 뻐근함, 감염 우려, 탈자궁 등 부작용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이니 테스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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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100% 해소하지 못한 불완전한 생리용품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인공피임’이다. OECD 국가 여성 중 일부는 호르몬 주사, 비타민제로 생리 양을 줄이거나 피임약, IUD 시술로 ‘피’와 일시적 작별을 고하고 있다. 당장 임신을 원치 않는 여성이 생리를 의도적으로 멈추는 것은 비윤리적 행동이 아닌 선택 가능한 ‘권리’의 결과다. 이 말이 미심쩍다면 당장 여성의학과에 가서 ‘생리를 자의로 중단하면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 문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