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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조커>를 화나게 했나

2019.11.01

by 황혜영

    누가 <조커>를 화나게 했나

    개봉 직후부터 꾸준히 흥행 몰이 중인 영화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 점쳐지는 가운데, 그가 출연한 한 불편한 인터뷰가 팬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초, <지미 키멜 라이브!> 쇼에 등장한 호아킨 피닉스. 초반엔 문제가 없었습니다. 진행자 지미 키멜은 쇼를 촬영하기 바로 전날 밤 <조커>를 관람했다며, 호아킨 피닉스가 얼마나 훌륭한 연기를 펼쳤는지 칭찬합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 촬영을 위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한 경험과, 가족과 영화를 보고 나눈 대화 등을 키멜과 이야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죠.

    <Jimmy Kimmel Live!> 방송 캡처 화면

    그러던 중 호아킨 피닉스가 첫 번째로 ‘정색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지미 키멜이 그에게 춤에 관해 질문하던 중이었는데요. “영화에서 본 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며, “어린 시절 춤을 춰본 적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신중하고 조용한 성격인 호아킨 피닉스는 실제로 자신은 춤을 상당히 잘 춘다고 진지하게 대답합니다. 

    하지만 진행자 지미 키멜은 농담을 이어가고 싶었나 봅니다. “당신이 브레이크 댄스를 출 수 있다고요? 파핑, 로킹, 스피닝, 이런 걸 다 한다고요?”라고 계속 믿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죠. 사람들 앞에서도 춤을 출 수 있느냐고 묻자 피닉스는 “그런 적도 있지만, 좀더 개인적인 표현 방식에 가까웠다”고 대답합니다. 여기서도 키멜은 “당신과 당신 방에 깔아둔 그 판자 조각(춤을 출 때 바닥을 커버하는 용도)이라니…”라고 대답하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Jimmy Kimmel Live!> 방송 캡처 화면

    피닉스는 기분이 살짝 언짢았는지 이렇게 응수합니다. “절 놀리려는 건 알겠는데, 저한텐 진지한 문제였어요.”

    지미 키멜은 바로 화제를 바꿔 다음 대화를 이어갑니다. 피닉스도 물론 정색한 표정을 거두고 다시 부드럽게 인터뷰에 응하죠. 키멜은 “영화를 만드는 동안 즐거웠냐”고 묻습니다. 피닉스는 그 과정을 떠올리듯 행복한 표정으로 정말 즐거웠다고 진솔하게 대답했죠.

    “영화감독이었던 토드 알잖아요. 우린 촬영하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바로 문제가 시작됩니다. “당신이 그렇게 대답하다니 흥미롭네요. 토드 감독이 저한테 미방영분 영상을 하나 보내줬거든요. 좀 잘라내긴 했는데 한번 보실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희한테 말해주세요.”

    <Jimmy Kimmel Live!> 방송 캡처 화면

    영상을 받았다고 밝히는 순간부터 대중과 함께 화면을 공유할 때까지 지미 키멜은 피닉스에게 해당 영상에 대한 어떤 정보를 주거나 동의도 구하지 않습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당황한 표정으로 함께 모니터를 관찰하죠.

    <조커>의 촬영 현장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조커 분장을 한 피닉스가 의자 위에 앉아 있습니다. 그는 다소 화가 난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이야기합니다. 

    “왜 이렇게 계속 속삭여. 제발 좀 닥쳐 XX.”

    화면 속 호아킨 피닉스는 계속 상기된 표정으로 연기를 이어가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내 몇 마디 욕설을 이어가다가 집중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죠.

    <Jimmy Kimmel Live!> 방송 캡처 화면

    화면이 종료되자 호아킨 피닉스는 상당히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죠. 그가 욕을 하던 상대는 영화 <조커>의 촬영감독 ‘래리’입니다.

    “있잖아요,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때때로 정말 예민해질 때가 있어요. 작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몰려 있고, 그 안에서 뭔가를 끌어내려고 집중해야 하니까요. 이 영상은… 개인적으로만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조금 창피하네요. 여기 계신 분들이 이걸 지켜봐야 했다는 게 유감입니다…”

    하지만 토크쇼는 계속되고 있었고, 호아킨 피닉스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이 사안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볼게요. 저의 대변인이 내일쯤 공식 성명을 발표할 겁니다”라고 뼈 있는 농담을 합니다.

    “래리, 미안해. 그런데 내가 감정에 집중해서 연기하려고 할 때 당신이 계속 귀에 속삭이는 건 정말 방해될 때가 있어. 그런 말을 해서 너무 미안하지만, 당신도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민망한 상황에서 끝난 인터뷰. 해당 영상이 방송되고 유튜브에 공개되자 진행자 지미 키멜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지미 키멜은 자기가 초대한 게스트를 이런 식으로 깎아내리는 것을 멈춰야 해.”

    “확실히 짚고 넘어갈게요. ‘싫어요’ 버튼은 지미 때문에 누른 거예요.”

    “그런 화면은 도대체 왜 몰래 보여주는 거죠? 역겨워요.”

    “당신이 얼마나 재능 있는지는 상관없어요. 남들과 조금만 다르게 행동하면 지미 키멜은 당신을 무안하게 할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 테니까요. 정말 역겹네요.”

    “호스트가 진짜 별로네요. 호아킨 피닉스가 영화 <조커>에서 보여준 레벨을 이해하지 못한 게 분명해요. 피닉스에게 무한한 존경을!”

    호아킨 피닉스는 평소에도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영화 <조커>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그에게 불편한 농담을 던지며 토크쇼를 이어간 지미 키멜에게 실망했다는 사람들의 여론이 계속되고 있죠. 공개적인 방송에서 출연자를 당황하게 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 이제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에디터
      황혜영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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