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만추의 술

2023.02.20

by VOGUE

    만추의 술

    펌킨 비어

    가을을 대표하는 식재료, 바로 ‘늙은 호박’입니다. 할로윈의 대명사로도 불리죠. 가을 중턱이면 풍성한 결실을 맺는 늙은 호박은 알고 보면 슈퍼푸드라고 해요. 이뇨 작용과 해독 작용이 뛰어나고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면역력을 높인다고 합니다. 미국의 브루어리에선 시즈널 비어를 곧잘 선보이는데요, 가을이면 늙은 호박의 맛과 향, 영양을 담은 펌킨 비어를 출시합니다. 뉴욕의 대표적인 로컬 맥주로 잘 알려진 브루클린 브루어리(@brooklynbrewery)는 ‘포스트 로드 펌킨 에일’을 내놨습니다. 병에 들어 있는 맥주의 빛깔부터 ‘가을가을’하죠. 호박과 함께 벨기에식 아로마틱 몰트와 밀 몰트를 사용해 향긋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또 시나몬과 브라운 슈가 향이 돋보이는 도그피시 헤드 브루어리(@dogfishhead)의 ‘펌킨 에일’, 럼 배럴에 숙성시켜 더욱 강렬한 향을 입은 에일웍스(@alewerks)의 ‘럼 배럴 펌킨’ 또한 맥주 러버들이 손꼽는 펌킨 비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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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버터 올드 패션드

    사과는 가을이 제철인 과일이죠. 가을 단풍처럼 빨갛게 여문 가을 사과는 맛과 향이 진할 뿐 아니라 식이섬유, 비타민이 풍부합니다. 미국의 유명 푸드 블로거 타이간 제라드(Tieghan Gerard)는 그녀의 블로그 ‘하프 베이크트 하베스트(www.halfbakedharvest.com)’에 사과를 주재료로 한 가을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소개했어요. 사과와 버번위스키가 만난 ‘애플 버터 올드 패션드’예요. 직접 만든 버번위스키에 애플 버터와 애플 사이다, 레몬과 오렌지 비터를 넣고 잘 섞습니다. 예쁜 잔에 담고 그 위에 진저 비어나 진저 콤부차를 살짝 얹어요. 가니시로 아이스 큐브, 잘게 썬 사과와 계피 스틱를 넣고, 컵 주변을 입자가 큰 브라운 슈가로 둘러주면 더욱 먹음직스럽죠. 타이간의 블로그와 그녀의 책에서 또 다른 칵테일 레시피도 찾을 수 있어요. 산뜻하면서도 그윽한 칵테일 한잔에 가을밤이 깊어갑니다.

    사이더

    청량음료인 사이다 아니고, 사과즙을 발효해 빚은 과실주 ‘사이더’입니다. 사이더의 원조는 프랑스의 시드르입니다.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방의 별미인 사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죠. 가을부터 초겨울, 질 좋은 사과를 재배하는 곳이라면 제각각 비슷한 술을 내놓습니다. 영국의 사이더, 스페인의 시드라, 독일의 아펠바인 등이죠. 사이더는 몇 년 전부터 트렌드에 강한 미국의 도시에서 유행하며 전 세계적으로 힙한 술이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사이더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부쩍 늘었죠. 사과의 고장으로 불리는 충주에선 각기 다른 개성의 사이더와 시드르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젊은 감각의 크래프트 사이더리 댄싱사이더는 충주 부사로 만든 ‘스윗 마마’와 ‘댄싱 파파’를 선보입니다. 또 프랑스인 농부가 만든 레돔 시드르도 만날 수 있어요. 레돔 시드르는 천연 퇴비와 천연 농약을 이용하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제조되었다고 합니다. 술술 들이켜다 흠뻑 취해도 숙취 걱정이 없어요. ‘술도락’ 여행을 떠난다면 경북 의성도 빼놓을 수 없죠. 의성의 사과 와인 양조장 애플리즈에선 노르망디 스타일의 ‘애피소드 애플 시드르’가 농익은 사과의 향을 전합니다.

    페더바이서  

    가을이면 독일 구석구석에서 ‘와인 축제’가 열립니다. 포도 수확기를 맞아 성공적인 추수를 축하하며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먹고 마시죠. 이때 빠지지 않는 술, ‘페더바이서(Federweißer)’가 있습니다. ‘하얀 날개’라는 이름을 지닌 이 술은 갓 수확한 포도를 급속으로 발효시켜 숙성 전 마시는 와인이에요. 그래서 여전히 발효 중인 페더바이서는 뚜껑을 완전히 닫지 않으니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해요. 9월 말부터 10월까지 판매하는데 당도가 높은 초기보단 적당히 맛이 든 10월 중순에 맛보기를 추천합니다. 라인가우, 모젤, 팔츠 등지의 와이너리에서는 물론 주말 시장,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알코올 도수가 낮고 달콤한 페더바이서는 그냥 마시기에도 좋지만 음식과 곁들이면 더욱 맛있습니다. 독일식 피자인 ‘플람쿠헨’, 양파전과도 같은 ‘츠비벨쿠헨’ 등과 함께하면 ‘단짠’의 마리아주를 음미할 수 있답니다.

      에디터
      조소현
      서다희(칼럼니스트)
      포토그래퍼
      서다희,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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