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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5T17:01:35+00:00 2019.11.05|

지금 서울 패션의 흐름을 대표하는 다섯 팀이 ‘Korean Collective’라는 컬렉션으로 의기투합했다. 네타포르테를 통해 국제적 감각으로 무장한 그들만의 리그.

(왼쪽부터)김설희가 입은 레이스 캐미솔을 덧댄 셔츠, 체크 코트와 파이톤 프린트 스커트는 푸시버튼(Pushbutton), 귀고리는 1064 스튜디오(1064 Studio). 구두는 누스(Neous at Net-a-Porter). 석일명이 입은 해리스 트위드 벨티드 재킷과 플리츠 스커트는 앤더슨벨(Andersson Bell), 뮬은 누스. 1064 스튜디오의 노소담, 르917의 신은혜, 푸시버튼의 박승건. 이지가 입은 베이지색 스웨터와 팬츠는 르917(Le 17 Septembre), 목걸이와 귀고리는 1064 스튜디오, 체인 스트랩 가방은 구드(Gu_de), 뮬은 반들러(Wandler at Net-a-Porter). 앤더슨벨의 김도훈. 김도현이 입은 연두색 프린트 원피스는 앤더슨벨, 귀고리는 1064 스튜디오, 스트랩 샌들은 누스, 가방은 구드. 구드의 구지혜. 송해인이 입은 데님 재킷과 팬츠는 푸시버튼, 흰색 부츠는 반들러. 의상과 주얼리는 네타포르테 코리안 컬렉티브(Korean Collective) 컬렉션.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네타포르테(Net-a-Porter)가 한국을 테마로 행사를 연다는 건 패션계에서 중요 이슈였다. 매월 네타포르테에서 옷을 사는 사람은 무려 900만 명이다. 잠재력 충만한 브랜드를 골라 ‘코리안 컬렉티브’라는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사실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이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이름이 확정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없는 거 빼고 다 찾아볼 수 있는 서울 패션계에서 타노스의 건틀렛 스톤처럼 빛나는 다섯 팀을 뽑기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운명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런던 패션 위크에 세 번째 쇼를 연 푸시버튼(Pushbutton), 연 매출 1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한 앤더슨벨(Andersson Bell), 모마(MoMA)에 입점된 주얼리 브랜드 1064 스튜디오(1064 Studio), 네타포르테의 신인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 ‘더 뱅가드(The Vanguard)’에 선정된 가방 브랜드 구드(Gu_de)와 패션 브랜드 르917(Le 17 Septembre). 다섯 브랜드는 서울 스트리트 스타일에서 힌트를 얻어 캡슐 컬렉션을 완성했다.

‘코리안 컬렉티브’ 선정 이유에 대한 생각이 듣고 싶군요.

노소담(1064 Studio) 패션 브랜드와 아티스트 경계에 있는 브랜드예요. 매 시즌 패션쇼 의상을 한국 아틀리에에서 수작업으로 만듭니다. 하나의 오브제처럼 과감하고 특이한 형태를 해외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듯해요. 레진, 플라스틱, 아크릴을 특별히 개발한 모양으로 주조하고 염색하죠. 여기에 합리적 가격대가 한몫 거든 것 같아요. 이번에는 한국 타일과 도자기를 재해석했어요.

김도훈(Andersson Bell) 독특한 정체성 덕분 아닐까요. 브랜드 론칭하기 전에 스웨덴으로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북유럽인들의 삶에 대한 사고와 감성이 영감이 되었어요. 저는 한국인이니 한국인이 바라본 북유럽 느낌을 한국의 독특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속도와 어떻게 조율할지 고민했고, 그 결과가 앤더슨벨로 탄생했죠.

신은혜(Le 17 Septembre) 제목이 ‘코리안 컬렉티브’잖아요. 우리 옷이 동양적인 색채가 묻어나기에 적합했던 것 같아요. 네타포르테에서 첫 해외 판매를 진행하자고 했을 때가 떠오르는군요. 당시 어안이 벙벙했는데 지금은 더해요.

코리안 컬렉티브에 선정된 뒤 들었던 조언 가운데 기억에 남는 건 뭐죠?

노소담 2018년 처음 네타포르테와 인연이 시작됐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샘플을 보냈어요. 그 과정에서 “매 시즌 새로움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구지혜(Gu_de) 네타포르테 마케팅 디렉터가 인스타그램 운영에 대해 조언한 적 있어요. 다른 것보다 고객과 소통하는 형태의 인스타그램 콘텐츠가 지금의 구드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이죠. 지인들은 해외 유명 백화점에 진출하는 만큼 자부심을 가지라고 격려해줬죠.

김도훈 “패션계의 손흥민”이라는 말. 잘하고 있다는 말보다, 코리안 컬렉티브에 뽑혔으니 대표 팀처럼 잘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칭찬이죠.

신은혜 바이어들은 “소재 대비 판매 가격이 훌륭하다”고 말했어요. 르917이 추구하는 옷은 좋은 소재, 디자인, 품질, 가격의 조화예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편집숍 비이커의 바이어가 “당신이 걸어온 길을 봤는데 꽤 힘들었을 것 같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들이 돌아간 뒤 울었어요. 브랜드를 공식 론칭한 게 아니라 그저 입고 싶은 옷을 하나씩 만들어 블로그를 통해 알려지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니까요. 누가 알아주길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가족을 제외하고 타인의 입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들으니 감동이었습니다.

박승건(Pushbutton) “다른 서울 브랜드와 좀 다르다”였어요. 물론 서울에서 일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해외에서 들으니 느낌이 또 달랐죠. 해외 판매와 직결된 바이어에게 들을 때 좋기도 했지만,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도 들었습니다.

(왼쪽부터)석일명이 입은 체크 수트는 푸시버튼(Pushbutton), 송해인이 입은 체크 수트는 앤더슨벨(Andersson Bell), 가방은 구드(Gu_de).

요즘은 인종과 국경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시대입니다. ‘한국적인 패션’, ‘K-패션’이라는 장르를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박승건 그 수식어가 없어져야 진정한 한국 패션이 아닐까요. ‘푸시버튼 패션’, ‘푸시버튼 스타일’로 정의되는 게 옳아요. 런던에서 패션쇼를 발표할 때 누군가 ‘한국적 무드’가 있다고 했어요. 저는 ‘도대체 무엇이 한국적인 거지?’라고 생각했죠. 어제 상하이 패션 위크를 치르고 왔어요.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더 느끼는 게 있어요. 21세기에 한국 디자이너가 만드는 동시대적 의상은 누가 뭐래도 ‘한국 옷’인 거죠. 고구려, 신라에서 영향을 받아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 자체가 한국 웨이브이며 세계적 감성을 이끄는 것 아닐까요.

코리안 컬렉티브 컬렉션을 서울 어딘가에서 촬영해야 한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노소담 종로3가 귀금속 상가에서 한국 주얼리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이 제작합니다. 노련한 장인들이 많거든요. 외국에선 수공예 전문가들이 교수처럼 존중받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듯해요. 그곳에서 촬영하면 어떨까요.

박승건 한국적 장소가 예전에는 고루하다고 여겼어요. 그러나 이젠 한국 모델과 남대문시장, 창경궁 등 일상과 맞닿은 장소 혹은 아예 특별한 장소에서 찍어보면 어떨까요. 해외 벼룩시장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그 나라의 느낌을 제대로 받으니까요.

구지혜 요즘 ‘힙지로’라고도 불리는 을지로. 구드 컨셉이 클래식과 모던인데 을지로는 역동적이고 변치 않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상반된 과거와 현재의 조합이죠.

신은혜 신사동 쇼룸이 우리 옷과 가장 잘 어우러집니다. 한옥 요소가 있고 공간을 채운 집기와 함께라면 자연스러울 듯합니다.

코리안 컬렉티브 선정이 브랜드 타임라인에 특별한 이정표가 되었을 것 같아요. 새로운 목표가 있나요?

노소담 2015년 론칭 후부터 목표는 ‘여행하는 디자이너’였어요. 이번 기회로 해외 고객에게 더 많이 인사하겠죠. 또 실질적으로 브랜드 운영에 도움이 되는 네타포르테 2년 지원 프로그램 더 뱅가드에 도전하고 싶어요.

박승건 쭉 이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어느 정도 브랜드를 이끌어오니 현재를 유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화자찬처럼 들리겠지만 상하이에서 홍콩 편집숍 바이어가 “매번 자신을 뛰어넘는 것 같다”고 칭찬하더라고요. 그런데 ‘뛰어넘는 것만이 정답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우연히 마가렛 호웰 매장에 들어갔다 느낀 게 있어요. 매 시즌 미친 듯 새로운 결과를 내지 않으면서도 정체성을 오래 유지하는구나, 그게 저력이구나, 하는 것을요. 조급해하지 않고 평정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구지혜 내년 목표로 신발 컬렉션을 준비 중이에요. 한국 팬과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여러 일을 구상하고 있어요.

신은혜 2020 S/S 시즌이 끝났으니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최근 남편이 브랜드에 합류했어요. 저는 패션 전공자가 아니지만 실무로 익혔고, 반대로 남편은 런던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우영미와 타임 옴므에서 일했어요. 제가 옷을 만드는 데 진지하다는 사실을 남편이 제일 잘 알고 있으니 함께 더 좋은 옷을 만들 수 있을 듯합니다.

김도훈 도산공원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어 제주에 앤더슨벨의 세계관을 담은 매장을 여는 게 목표예요. 한적한 도로변의 아무도 오가지 않는 곳에 매장을 내는 거죠.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꼭 들러야 할 장소로 거듭나는 겁니다.

이지가 입은 와인색 플리츠 드레스와 숄칼라 코트는 르917(Le 17 Septembre), 목걸이와 귀고리, 머리핀은 1064 스튜디오(1064 Studio).

김설희가 입은 검정 비건 레더 톱과 팬츠는 앤더슨벨(Andersson Bell), 구두는 누스(Neous at Net-a-Porter), 김도현이 입은 연보라색 실크 미니드레스는 푸시버튼(Pushbutton), 흰색 부츠는 반들러(Wandler at Net-a-Porter). 의상과 주얼리는 네타포르테 코리안 컬렉티브(Korean Collective) 컬렉션.

다음 시즌 브랜드 비주얼을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노소담 포토그래퍼 민현우와 찍은 사진을 계기로 네타포르테에 입점했어요. 마음에 드는 작업이었죠. 이번에 물을 활용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우리도 다음 시즌에 물을 사용해 비주얼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박승건 그 어떤 인플루언서나 아티스트보다 저는 모델을 사랑하니까 모델로 이야기할게요. 키, 몸무게, 그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이 모델을 쓰고 싶어요. 아울러 방송에서 장윤주가 모델을 볼 때 무엇을 보냐고 묻자, 저는 비율보다 ‘인성’을 본다고 말한 적 있어요. 너무 불친절하거나 같이 일하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일하기 힘들어요. 이번 런던 패션 위크에서도 모델의 사이즈보다 느낌(바이브)이 쿨한 인물을 런웨이에 세웠습니다. 인종과 피부색, 몸매가 어떻든 진정성이 있다면 함께하고 싶어요.

김도훈 포토그래퍼는 휴고 콤테, 스타일리스트는 바네사 레이드, 모델은 다리아 워보위. 다리아는 어떨 때는 올드 셀린의 우아한 느낌이 있지만 어떤 화보에서는 꾸미지 않은 모습도 보여주죠. 앤더슨벨도 보는 사람마다 시각이 다양하듯 여러 모습을 지닌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싶어요.

서울이 배경인 한강공원에서 촬영했어요. 여기에 어울릴 한국 노래를 고른다면요?

노소담 페기 구(Peggy Gou)의 ‘Starry Night’! 절제된 흥, 한국적 장면을 한 컷씩 담은 뮤직비디오도 훌륭해요.

박승건 푸시버튼 첫 쇼에서 정말 많은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 노래를 피날레에 썼어요. 이치현과 벗님들의 ‘당신만이’라는 노래죠. 쇼를 준비하던 시절 너무 힘든 와중에 강아지 푸시를 데리고 집을 나섰어요. 샤워한 뒤라 택시 차창으로 바람결에 샴푸 냄새를 맡으며 ‘좋다’고 생각하며 가는데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왔죠. 그래서 첫 쇼가 떠오르는 노래를 고르고 싶어요.

김도훈 일주일에 한 번은 모노의 ‘넌 언제나’를 들으며 한강 변을 뛰어요. 예전 노래 가운데 좋은 곡이 많죠. 코리안 시티팝이 요즘 유행이기도 하고요.

구지혜 두 곡을 말하고 싶어요. 요즘 자주 듣는 노래인 새소년의 ‘긴 꿈’ , 그리고 한강공원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상은의 ‘삶은 여행’. 제게 의미 있는 노래이기도 해요.

신은혜 강가를 바라보며 듣는 노래라면 조용한 곡을 듣고 싶군요. 윤종신의 ‘오르막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