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다

daily issue

사람은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다

2019-11-22T17:20:07+00:00 2019.11.22|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동백꽃 필 무렵>은 한결같이 묻고 또 물었습니다. 이제 드라마는 끝이 났고, 우리는 답할 수 있게 되었죠. 함께하는 지금 우리의 생은 모두 기적이라고.

따뜻한 울림을 안겨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기적의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매회 묵직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안겼습니다. 비록 신이 내려준 기적은 없었을지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진짜 기적을 보여줬죠. 많은 이의 ‘인생 드라마’로 자리 잡은 <동백꽃 필 무렵>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요?

나의 행복, 너의 행복, 우리의 행복

<동백꽃 필 무렵>의 모든 등장인물에는 서사가 있었습니다. 저마다 삶이 존재했죠. 인생에 그늘밖에 없었던 ‘동백이(공효진)’, 인생에 정의와 동백이 빼면 남는 게 없었던 ‘황용식(강하늘)’, 가장의 책임을 다하고 싶었던 ‘강종렬(김지석)’, 유명한 남편을 믿고 SNS 스타가 되어 사랑받고 싶었던 ‘제시카(지이수)’, 부족한 게 많으니 오히려 존경이 고팠던 ‘노규태(오정세)’, 그런 규태 곁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홍자영(염혜란)’, 단 한 사람쯤은 자기를 기억해주길 바랐던 짠한 인생 ‘최향미(손담비)까지. 이들은 진짜 행복을 찾아 치열하고 뜨겁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모두가 기를 쓸수록 행복은 저편으로 멀어져만 갔습니다. 모두 외로워졌고, 슬퍼졌고, 힘이 들어 주저앉게 됐죠. 그럴 때 동백이는 외쳤습니다. “행복에 등수가 어디 있어? 각자 지 입맛대로 가는 거지. 아임 오케이!”

맞아요. 남들보다 행복하기 위해 애쓸 필요도, 빛나는 인생처럼 보이기 위해 기를 쓸 필요도 없습니다. 내 속도대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주위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꽃이 만개하게 될 테니까요. 그게 진짜 행복이죠.

우리 속에 숨은 기적

‘어벤져스’ 같은 영웅도, 슈퍼맨 같은 영웅도 실제 삶에는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슈퍼히어로조차도 우리 이웃 중 하나라는 설정이잖아요. 그게 다 진짜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도 어느 순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걸 암시하는 것 아닐까요?

건강이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진 ‘정숙(이정은)’을 구한 건, 세상 최고 ‘오지라퍼’인 옹산 이웃들이었습니다. 정신을 잃은 정숙을 보며 “죽이고 살리는 건 하늘이 정하는 것이지만, 그 직전까지는 사람이 좀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라며 팔을 걷어붙인 바로 그 이웃들 말이죠. 인맥을 총동원해 최첨단 구급차를 구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진을 섭외하고, 구급차가 지나가는 자리에 홍해를 갈라 정숙을 구한 바로 그 이웃들이오.

사실 그 작고 작은 선의가 모여 기적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기적은 많은 이의 마음이 모여 이뤄낸 결과였을 뿐이고, 그게 바로 ‘쪽수의 법칙’이죠.

괜찮아, 잘될 거야

돈이 없고, 배운 게 없고, 가진 게 없고, 사랑이 없고, 자신감이 없어서 외로운 사람들. 심지어 그런 인생 앞에 가끔 돌부리가 나타나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동백꽃 필 무렵>은 보여줬습니다. 저마다 인생에 부여된 ‘고생 할당량’이 있지만, 곁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는 이상 두려울 건 없어요.

어려움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에게, 외로움에 젖어 발버둥 치는 이에게 <동백꽃 필 무렵>은 응원 폭격을 날렸습니다. 그냥 ‘괜찮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두 팔 걷고 나서서 흙 털고 일어나라고 부추기고, 다시 달려가도록 힘을 북돋아주는 그런 막무가내 응원을.

오랜만에 사람 냄새 흠씬 풍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로맨스는 설렜고, 모녀의 사연은 가슴 아팠습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인의 인생은 가여웠고, 옹산 언니들은 든든했죠. 세상의 차별과 편견, 상처와 외로움을 사랑으로 안아준 드라마였습니다. 딸에게 “야금야금 행복해야 해”라고 말해주는 엄마, “행복하자고 기를 쓰고 하나. 행복은 음미하는 거야”라고 답하는 딸. 그게 바로 인생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