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치유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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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치유 로봇

2019-12-03T13:10:27+00:00 2019.12.03|

‘당신에게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주고, 알아줄 존재’

부인과 이혼 절차를 밟으며 외로이 생활하던 이 남자는 우연히 마주한 광고 문구에 이끌려 OS를 구입하게 됩니다.

이 인공지능 운영체제의 이름은 ‘사만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사만다에게 점점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며 조금씩 삶의 활기를 되찾아가죠.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감정을 다룬 소재로 당시 큰 이슈를 모았던 영화 <그녀(Her)>의 일부 내용입니다. 영화가 개봉된 2014년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해하고 생각해준다는 설정에 “독창적이다”라는 리뷰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엇갈린 평이 이어졌죠. 그런데 영화 개봉 후 5년이 흐른 지금,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바로 ‘마음을 치유하는 로봇’.

현대인은 현재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3억 명 이상이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약 8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자살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세 명 중 두 명은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문제는 몸이 아플 땐 망설임 없이 병원이나 약국을 찾지만, 우울하거나 힘든 마음을 치료하고자 병원이나 클리닉을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 지인에겐 가깝기에 말 못할 사정이 있어 말하지 못하고, 상담사에게 털어놓기엔 내 마음을 얼마나 헤아려줄지 혹은 되레 더 상처받진 않을지 걱정되는 마음에 혼자 앓는 경우가 대부분. 심리 상담에 대한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과 진료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고요.

이러한 연유로 최근 정신 건강 분야에서는 AI를 통한 상담 및 치료 기술 개발이 한창입니다.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상담 챗봇, 동물 등의 모습을 한 로봇과 일상생활을 함께하며 감정을 치료하는 로봇 매개 치료가 그것입니다.

 

1 상담 챗봇

상담 챗봇은 심리 상담사를 대신하여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내고 인지 행동 치료를 수행합니다. 별도의 로봇이 필요 없고,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상담이 가능합니다. 심리 상담을 받는다는 타인의 걱정 어린 시선이나 편견에서도 자유롭죠. 상담사와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어요.

 

공황장애 셀프 케어, 토닥이

토닥이는 국내 기업인 FNI에서 개발한 공황장애 셀프 관리 서비스입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가상증강혼합현실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웹에서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냅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을 이용해 보다 매끄러운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죠. 정신 건강 분야의 선두 주자인 강남세브란스병원이 개발에 참여하면서 큰 이슈가 되고 있어요.

 

 언제 어디서나 우울함을 달래주는 워봇(Woe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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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봇은 심리학을 기반으로 인지 행동 치료를 수행하는 챗봇입니다. 심리 상담을 원하는 이들의 60% 이상이 시간과 비용 등 물리적인 문제로 상담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누구나 쉽게 심리 상담을 시작할 수 있도록 워봇을 개발했습니다. 개발 초기에는 월 50달러가량의 사용료를 지불했지만, 현재는 무료로 접속이 가능합니다.
스탠퍼드 출신의 심리학자이자 워봇랩의 창업자 앨리슨 다아시는 “워봇은 상담 치료사를 절대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며 대체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새벽 2시에 공황장애가 찾아온다면 상담사를 만날 수는 없어도 워봇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 로봇 매개 치료

로봇 매개 치료는 동물이나 반려동물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 타인에 의한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는 펫 테라피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치료법 중 하나로 떠오르는 방법입니다. 타 생물에 의한 감염 염려가 없고 청결하며,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희박해 비교적 안전하죠. 또 휴대 및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므로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심리 치료 로봇, 파로(Paro)


평범한 물개 인형 같지만, 파로는 심리 치료 효과를 인정받아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초의 심리 치료 로봇입니다.
촉각 센서를 탑재하여 실제 동물처럼 눈을 깜박이고 꼬리도 움직입니다. 동물의 본능을 따라 낮에는 소리를 내며 활동하고 밤에는 수면을 취하기도 해요. 촉각, 빛, 청각, 온도, 자세 총 다섯 가지 센서를 통해 반응하고 이를 토대로 주인에게 애교도 부리며 기쁨을 선사합니다.
파로는 대표적인 펫 테라피의 대체 로봇으로 노인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선사하기 위해 개발되었다고 해요.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이고, 외로움을 달래줍니다.

 

자폐증 치료를 위한 카스파(Kaspar)

감정 전달이 어려운 자폐 어린이들이 보다 쉽게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할 수 있도록 고안된 카스파. 외관은 다소 섬뜩해 보이지만 자폐증 유아가 표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화형 로봇입니다. 로봇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키폰(Keepon)과 마찬가지로 대화 외에 표현 정보는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에요.

 

이러한 마음 치유 로봇의 발달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 또 인공지능에 의존함으로써 도리어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인공지능 로봇을 온전한 치료 수단보다는 하나의 훈련 도구나 징검다리 역할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장합니다. 일례로 온라인 심리 상담 페이지 트로스트는 인공지능 티티를 통해 대화를 나눈 뒤 원하는 상담사와 1만~5만원대로 온라인 연결을 도와줍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심리 상담의 장벽을 허물고, 본격적으로 전문 상담가와 고민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죠.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건 그만의 성격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처럼 인공지능에 ‘치료’ 효과까진 기대하지 않더라도 새벽 2시에 극단적인 상황이 찾아왔을 때 하루를 더 버텨낼 수 있는 한 줄기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