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미국 스페셜티 커피의 성지, 포틀랜드

2022.08.03

by 송보라

    미국 스페셜티 커피의 성지, 포틀랜드

    미국 북서부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가 누구나 좋아할 만한 여행지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도시는 없죠. 인구 60만이 조금 넘는 도시에 커피빈을 직접 볶는 로스터리가 수십 곳에 이릅니다. 그중 몇 군데는 스텀프타운(Stumptown)같이 미국 전역의 커피 문화를 바꾼 곳도 있습니다.

    손님들이 시간을 들여 오늘의 커피를 물어보고, 추천받은 커피의 테이스팅 노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신중하게 커피빈을 선택하는 모습은 포틀랜드 카페의 흔한 풍경입니다. 포틀랜드 여행에서 카페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목적지인 동시에 그들의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코아바 커피 로스터스(Coava Coffee Roasters)

    코아바(Coava)는 포틀랜드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로스터리입니다. 코아바 카페의 문을 열면 탁 트인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원래 목공소에 있던 창고였는데요, 창고를 개조해서인지 천장이 높고 아주 널찍합니다. 그 공간을 테이블로 꽉꽉 채워놓는 대신 공간감을 살린 채 그대로 두었습니다. 커피 맛도 이곳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냅니다. 코아바의 대표 블렌드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 킬렌소(Kilenso)에서는 개운한 감귤 향이 납니다. 아침에 이 카페에 앉아 케맥스(Chemex)로 내린 킬렌소를 마시고 있으면 정말 느긋한 기분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네버 커피(Never Coffee)

    가게 이름처럼 ‘이건 절대 커피가 아니야’라고 할 만한 창작 커피가 매일 메뉴판에 올라옵니다. 사실 커피에 향을 추가하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카푸치노에는 시나몬 가루를 뿌리고, 모카커피에 초콜릿을, 겨울에 토피 넛 라테에는 견과류와 버터의 풍미를 더합니다. 다만 이곳의 커피는 조금 더 과감할 뿐입니다. 맥주에 들어가는 홉(Hop)이나 강황, 사프란, 심지어 소금도 들어갑니다.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하는 이런 실험적인 커피를 마시다 보면 커피의 맛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지평이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스텀프타운 커피(Stumptown Coffee)

    스텀프타운은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 블루보틀(Blue Bottle)과 함께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이끈 로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성지를 방문하는 느낌으로 이곳을 찾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에이스 호텔 본점 옆의 스텀프타운입니다. 그런데 포틀랜드에는 스텀프타운 본사가 있습니다. 본사 건물 별관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실제 로스팅하는 모습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이 로스터리의 가장 유명한 블렌드는 인도네시아와 남미, 아프리카에서 온 커피빈으로 만든 헤어 벤더(Hair Bender)입니다. 이 독특한 이름은 처음 매장을 연 장소에 있었던 미용실 간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인 제이 커피(In J Coffee)

    중국 윈난에서 생산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윈난은 보이차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중국에서 커피는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해 그 역사가 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차의 주산지에서 생산하는 커피빈은 그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 커피를 에스프레소로 만들면 말린 체리를 떠올리는 단맛이 도드라집니다. 이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홍차로 밀크티를 만듭니다. 사실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중국산 커피빈을 맛볼 수 있는 것 자체가 포틀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프리랜스 에디터
      신현호
      포토그래퍼
      Instagram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