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여행을 위한 재킷

2020.02.04

by 송보라

    여행을 위한 재킷

    샤넬 재킷이라고 하면 특별한 자리,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장소에서 입어야 할 것 같죠. 벌써부터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나요? 샤넬 재킷에 같은 소재의 니렝스 펜슬 스커트를 매치하고 클래식한 투톤 슬링백 슈즈를 신고, 어깨에는 퀼팅 가죽의 체인 백을 메고, 작은 더블 C 로고 귀고리가 귀에서 달랑거리는 여인의 모습이요. 물론 클래스는 영원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날에만 포멀하게 입는다면 샤넬 재킷을 1년에 몇 번이나 입을 수 있겠어요?

    예전에 산 혹은 어머니나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샤넬 재킷이 있다면 그렇게 입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비르지니 비아르가 디자인한 크루즈 컬렉션의 샤넬 재킷은 좀더 캐주얼하게 입어도 좋아요. 비아르는 자신이 디자인한 샤넬 재킷을 여행을 위한 재킷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랑 팔레도 크루즈 쇼를 위해 파리의 기차역으로 변신했죠. 보자르 스타일로 꾸민 기차역에는 우아한 카페 겸 레스토랑인 르 리비에라도 있었답니다. 기차를 타고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샤넬 재킷의 핑크, 그린, 블루, 푸크시아, 연보라색은 여행의 설레는 기분을 반영합니다. 디자인에 따라 둘, 넷 혹은 여섯, 많게는 여덟 개 달린 포켓은 실용적이죠. 컬러풀한 샤넬 재킷에 매치한 레깅스는 활동성이 좋은 아이템입니다.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 비르지니 비아르가 제시하는 샤넬 재킷에 대한 새로운 비전은 크루즈 쇼 런웨이에 모델들이 어떤 모습으로 섰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고요. 미용실에서 방금 나온 듯 세팅된 헤어스타일, 완벽한 메이크업과는 거리가 멉니다. 집에서 나온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이죠. 머리도 조금은 덜 말린 것 같고, 귀찮아서 오늘은 립스틱도 바르지 않기로 한 것 같습니다. 평소 매일 신는 적당한 굽의 슈즈에 맨발을 쏙 집어넣었고요.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요즘에는 어떤 옷이든 ‘쿨’하게 입는 게 ‘쿨’합니다. 더러운 게 묻을까 봐 전전긍긍하거나 아껴 입느라 옷장에만 간직하거나 이 옷에는 꼭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필요 없어요. 내 옷장에 있다면 나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샤넬 재킷의 ‘아우라’는 패션사에 남을 정도지만, 샤넬 재킷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은 멋진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입었기 때문이죠. 친구와 여행을 하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처럼, 샤넬 재킷과 여행을 하면 내가 샤넬 재킷을 어떻게 내 식대로 입을 수 있는지 알게 될 거예요. 크리스틴 스튜어트나 크리스틴 프로세스처럼 말입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틴 프로세스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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