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BEST OF THE DECADE

2019.12.03

by VOGUE

    BEST OF THE DECADE

    지난 10년 혼돈의 패션 세계.
    그중 <보그>의 시선으로 채집한 ‘제일’의 이름들.

    Chanel 2014 Fall

    2010년대 패션을 어떻게 정의할까. 인스타그램과 스트리트웨어가 하이패션을 삼켰고, 패스트 패션은 세계를 정복했다. 이름과 이름을 잇는 협업이 넘치고, 페미니즘, 다양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핵심어 없이 패션을 논하기 힘들었다. 디자이너는 부품처럼 쓰이다 내팽개쳐졌고, 유명 인사는 고급스러운 ‘팔이피플’로 돌변했다.
    혼돈의 세상을 정의하는 단어를 꼽자면 ‘전복(Disruption)’이다. 우리가 이전에 알던 세계의 법칙을 한 번에 뒤집는 절대적 변화. 지난 10년은 전복의 연속이었다. 인플루언서와 애플 워치, 스냅챗과 ‘직구’라는 배를 타고 우리는 과거와 점점 멀어졌다. 누구도 10년 전 방식 따위로 패션을 소비하지 않는다. 해시태그와 최저가가 방향을 제시하고, ‘배대지’와 ‘인스타 마켓’을 통해 약속의 땅에 도달한다. ‘틱톡커’가 단어로 등록되고, ‘하울링 영상’을 공기처럼 소비하는 것이 지금이다.
    패션계를 둘러싼 사건과 사고, 소비와 소통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더 이상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90년대와 21세기 초의 멋이 돌아오고, 희귀한 ‘중고템’은 프리미엄이 붙어 다시 팔리며, ‘드롭’ 날짜는 누군가의 세상을 분절하는 단위다. 무엇보다 알고리즘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순서를 결정하고 뒤바꾼다.
    그럼에도 패션은 건재하다. 디자인하고 만든 옷을 소유하는 기쁨은 변하지 않는다. 상상력을 뛰어넘는 옷을 보는 순간 심박수가 빨라지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훌륭한 패션 디자이너의 역할은 변함없다. 그래서 2010년대를 보내기 직전, <보그>는 지난 10년간 패션이 선사한 결정적 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시대를 정의할 컬렉션, 그 순간을 제공한 디자이너, 당대 얼굴인 모델 등등. 혼돈 가득한 패션 시대의 최고의 목록이 여기 있다.

    Best Collections

    Céline 2010 Spring

    CÉLINE 2010 SPRING
    피비 파일로는 셀린을 선택한 이유로 자신이 브랜드 역사를 새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보다 더 동시대적 태도는 없다.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 않고, 막연한 미래도 걱정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는 여자. 그녀의 셀린 데뷔작은 새 시대를 열었다. 21세기 미니멀리즘이 자리 잡기 위한 깔끔한 입주 청소였다. 그녀가 10년 전 발표한 말끔한 멋은 현재도 유효하다. 소리 없이 강한 영향력을 설명할 만한 다른 이유가 필요 없다.

    PRADA 2011 SPRING
    2010년대 가장 인상적인 ‘룩’을 꼽는다면, 프라다 2011년 봄 18번 룩이 빠질 수 없다. 눈두덩을 은빛으로 칠한 모델 아눅이 입었던 바나나 프린트의 셔츠와 컬러풀한 바로크 러플 장식 스커트. 긍정적이고 대담한 패션 선언이었다. 향방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폭풍이 아니라 서서히 자신의 취향대로 세상을 이끄는 패션 대모의 유쾌한 면모.

    Comme des Garçons 2012 Fall

    COMME DES GARÇONS 2012 FALL
    레이 가와쿠보를 단순히 현학적 패션의 장인이라 정의하는 건 부족하다. 우리의 삶을 살핀 뒤 자기 방식으로 옷을 통해 이야기하는 인물이니까. 2D 펠트 소재 코트와 드레스로 가득한 컬렉션은 스크린과 화면 덕분에 어느 때보다 납작해진 우리의 삶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머리가 띵할 만큼 새롭고 강렬했다. 그 감정이야말로 패션이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희열이다.

    CHRISTIAN DIOR 2012 FALL HAUTE COUTURE
    거대 자본과 천재적 재능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 라프 시몬스의 디올 데뷔전은 100만 송이가 넘는 꽃으로 꾸민 파리 저택에서 열렸다. 디올 전통을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데 집중했지만, 그는 21세기에도 여자들이 패션에 매료될 수밖에 없음을 증명했다.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무결점의 아름다움.

    Saint Laurent 2013 Fall

    SAINT LAURENT 2013 FALL
    에디 슬리먼의 복귀는 모든 것이 화제였다. 로고에서 삭제된 ‘Yves’, 파리가 아닌 LA에 마련한 아틀리에, 다분히 동시대적 접근 등등. 물론 평가는 극과 극. 하지만 슬리먼은 절대적인 상업적 성공으로 그딴 소음을 꺼버렸다.

    LOUIS VUITTON 2014 SPRING
    마크 제이콥스를 훌륭한 디자이너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그의 진심이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냉소적이고 비관적 아이디어에 집착한다면,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실컷 쏟아낸다. 루이 비통 고별작도 마찬가지. 17년간 자신이 선보였던 무대장치 종합 세트에 검은 칠을 한 것만 봐도 그의 진심이 충분히 느껴진다.

    CHANEL 2014 FALL
    칼 라거펠트는 단순히 세련된 아이템을 디자인하는 데 만족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매 시즌 샤넬에서 선보인 명확한 주제는 라거펠트였기에 가능한 사회에 대한 코멘터리였다. 그랑 팔레에 더블 C 로고로 가득한 슈퍼마켓 쇼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패션 실험. 전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지나친 상업주의를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라거펠트는 슈퍼마켓에 장 보러 갈 때 신으면 좋을 스니커즈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답했을 뿐.

    GUCCI 2015 FALL
    10년간 패션 신화의 주인공은 단연 구찌 그리고 알레산드로 미켈레였다. 단 한 명의 재능과 비전이 초대형 패션의 흐름을 가뿐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니 말이다. 그의 첫 번째 여성복 컬렉션은 변화의 시작이었다.

    VETEMENTS 2015 FALL
    전복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뎀나 바잘리아. 쇼가 열린 파리 게이 클럽 지하는 패션 변화의 발원지였다.
    거의 모든 패션쇼가 핸드백을 팔기 위한 마케팅 이벤트쯤으로 느껴지는 요즘, 베트멍은 디자이너의 확신으로 가득한 선언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바잘리아는 베트멍을 떠났다. 5년쯤 펼쳐진 베트멍조차 동시대적 디자이너의 냉소적 실험으로 느껴진다.

    BALENCIAGA 2016 FALL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는 ‘후크 송’을 떠올리게 한다. 한번 들으면 흥얼거리게 되는 대중가요처럼 바잘리아가 디자인한 옷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다. 게다가 전통과 혁신의 브랜드와 야심만만한 디자이너가 만났으니! 첫 컬렉션부터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는 ‘흥’이 달랐다.

    VALENTINO 2019 SPRING HAUTE COUTURE
    ‘복숭아꽃을 닮은 분홍빛 미카도 실크 드레스’처럼 과거지향적 표현이 또 있을까. 하지만 발렌티노의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과거를 현재적으로 살려냈다. 패션이 지닌 전통적 환상을 적극적으로 수호하는 로맨티시스트를 응원하는 건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BEST DESIGNERS

    패션이 여전히 흥미로운 건 예상치 못한 미학을 선사하는 천재들 때문이다. 10년간 가장 출중한 작업을 발표한 15인에 대한 한 줄 평.

    Nicolas Ghesquière 패션 시스템의 왕좌에 오른 자의 자신만만한 패션 실험.
    Demna Gvasalia 지금 우리가 어떤 옷을 어떻게 입는지 꿰뚫는 날카로운 관찰자.
    Raf Simons 패션 비즈니스의 정점에서 탈출한 탕자의 낭만주의.
    Rick Owens 절충 대신 고집을 선택한 동굴 속 천재.
    Rei Kawakubo 부디 우리 곁을 떠나지 말아주길.
    Junya Watanabe 그를 만날 수 있는 파리의 아침은 누군가에겐 바꿀 수 없는 특권.
    Pierpaolo Piccioli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시대착오적 이야기임을 증명함.
    Phoebe Philo 여성이 여성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당연한 명제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한 여성.
    Sarah Burton 알렉산더 맥퀸의 후계자가 아닌, 중요한 시대의 창조자.
    Miuccia Prada 미우치아 프라다가 피리를 불면 모두들 절벽으로 향하는 길이라도 따를 것이다.
    Marc Jacobs 이 남자 덕분에 패션계의 악동이 성숙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Hedi Slimane 이 목록에서 이 이름만큼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가 또 있을까.
    Alessandro Michele 이 정도면 ‘현재의 구찌=미켈레’라는 등식을 인정할 수밖에.
    Karl Lagerfeld 그가 없는 패션계가 어쩐지 심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Riccardo Tisci 하이패션과 스트리트의 만남을 주선한 선구자.

    BEST CELEBRITIES

    이제 와서 카니예 웨스트에게 2012년 파리에서 발표한 패션쇼에 대해 물었다간 특유의 ‘썩은 표정’을 지을 것이다.
    패션 마니아였던 그가 느닷없이 가죽 미니스커트와 슬라우치 팬츠를 선보여 비웃음을 당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물론 지금은 ‘Yeezy’ 라벨로 성공했지만).
    웨스트의 대담함은 10년간 셀러브리티가 패션을 대하는 방식 그대로다.
    대부분의 셀러브리티는 단순히 브랜드 얼굴이 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빅토리아 베컴올슨 자매처럼 패션 디자이너로 ‘전업’한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패션 디자이너를 취미쯤으로 여긴다. ‘Fenty’의 리한나, 운동복 라인을 선보인 비욘세가 대표 사례다. 자신의 커리어에서 패션을 빼놓을 수 없는 장치라고 인정한 레이디 가가도 있다.
    이제는 메이저 패션쇼에서 빠질 수 없는 이벤트가 된 K-팝 스타의 영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토록 팝 스타의 인기가 지배적이었지만, 패션은 늘 ‘여배우’에게 구애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샤넬을, 제니퍼 로렌스가 디올을 대표했고, 이제 엠마 스톤이 루이 비통, 시얼샤 로넌이 구찌의 얼굴을 자처한다. 한국의 지아나 전(전지현)이 럭셔리 브랜드의 아시아 매출을 좌지우지하던 시절도 있었다.
    다시 카니예로 돌아가보자. 인스타그램과 함께 그의 가족은 가장 막강한 무리가 되었다. 킴 카다시안카일리 제너는 인스타그램 포스팅 한 번에 10억원이 넘는 돈을 번다. 유명해서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요지경 같은 세상의 대표들이다.

    BEST ITEMS

    Balenciaga 2017 F/W

    BALENCIAGA ‘TRIPLE S SNEAKER’
    운동화 한 켤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고 ‘어글리 스니커즈’라는 용어를 만든 장본인. 2017 F/W 남성복 컬렉션에 처음 등장한 이 신발은 정말이지 발이 천근만근이 되도록 무겁고 딱딱하지만 단번에 ‘못생김’의 기준을 바꿨다. 39, 40 등 신발 사이즈를 앞코에 써둔 디자인 요소마저 쿨할 정도.

    Dior 2017 S/S

    DIOR ‘WE SHOULD ALL BE FEMINISTS T-SHIRT’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던 첫해인 2016년 9월. 2017 S/S 컬렉션에 선보인 티셔츠다. 지난 10년간 이 티셔츠만큼 페미니즘과 여성성을 주목하게 만든 아이템은 없었다.

    GUCCI ‘FUR-LINED LOAFER’
    2015년 2월 알레산드로 미켈레에 의해 처음 세상에 발을 디딘 구찌 ‘털’ 로퍼. 캥거루 털로 장식한 슬리퍼는 푹신푹신한 감촉으로 부르주아 패션의 정점을 찍었다. 당시 미국 <보그> 에디터들은 각자 이 신발로 어떻게 스타일링하느냐에 대한 기사도 냈다.

    LOUIS VUITTON+SUPREME
    2017년 루이 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였던 킴 존스와 슈프림 협업으로 탄생한 한정판 컬렉션. LA, 파리, 도쿄, 서울까지 이어진 팝업 스토어 오픈 행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엄밀히 말하자면, 소매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리셀러’들이었다.

    CÉLINE ‘TRIO BAG’
    2011년 공개된 트리오 백은 세 개의 파우치를 붙인 가방이다. 2010년 론칭한 트라페즈 백과 더불어 피비 파일로 시대 셀린의 베스트셀러. 가격대가 더 낮아 셀린 ‘입문’ 가방으로 제격이었다. 에디 슬리먼으로 디자이너가 바뀌었지만 이 가방은 ‘캐리오버’ 제품으로 매장에서 살아남았다.

    GENTLE MONSTER ‘SUNGLASSES’
    2011년 론칭한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2010년대에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한국 브랜드 중 하나다.
    펜디, 알렉산더 왕, 후드바이에어, 앰부시 등과 협업은 물론, 신예 포토그래퍼 휴고 콤테와 광고를 촬영하며 패션 감도를 유지하고 있다. 면세점은 물론 뉴욕, LA, 런던, 싱가포르, 중국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 점도 상업적 성공을 방증한다.

    VETEMENTS ‘OVERSIZED HOODIE’
    베트멍이 창조한 손이 보이지 않는 치렁치렁한 소매의 후디. 물론 데님을 조각내 다시 이은 바지도 있고, 라이터로 굽을 만든 삭스 부츠도 있으나, 이 후디만큼 ‘짝퉁’이 많이 생산된 아이템도 없다. 2015년 카니예 웨스트와 리한나가 입어 유명해졌다.

    OFF-WHITE ‘INDUSTRIAL BELT’
    60% 폴리아미드와 40% 폴리에스테르로 제작한 노란색 벨트는 2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여전히 품절 상태. 후발 주자로 알릭스(Alyx)의 놀이 기구에서 영감을 받은 벨트가 있지만 오프화이트가 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JACQUEMUS ‘MICRO BAG’
    10년간 꾸준히 고공 행진한 디자이너가 있다면 시몽 자크무스다. 그가 만든 히트 아이템 중 이 마이크로 미니백은 결코 실용적이지 않다. 립스틱이나 아이팟 정도가 겨우 들어갈 사이즈니까. 하지만 그만큼 당대 요구에 부합하며 이유 없이 소장하고 싶다는 점에서 밀레니얼들의 심리를 간파했다.

    BOTTEGA VENETA ‘CASSETTE BAG’
    보테가 베네타의 새 디자이너가 된 다니엘 리는 피비 파일로가 떠난 셀린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응용한 미니멀한 가방은 특히 더 그렇다. 그중 카세트 백은 ‘올드 셀린’ 취향을 지닌 고객들의 애정을 독차지할 듯하다.

    BEST MODELS

    Vogue Korea 2018 November

    Sora Choi Yoonyoung Bae Sohyun Jung Hyunji Shin Hoyeon Jung Heejung Park 
    바야흐로 코리아 ‘어벤져스’의 탄생!
    잘 키운 모델 하나 열 브랜드 안 부럽다.

    Kaia Gerber
    타고난 유전자라는 수식어에 갇히기엔 그녀의 역량이 차고 넘친다.

    Kendall Jenner
    한반도 인구보다 더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지닌 여자.

    Gigi Hadid & Bella Hadid
    어느 패션 하우스보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자매. 걸어 다니는 인간 대기업들이 독자적 브랜드를 시작하지 않은 게 의아할 뿐.

    Cara Delevingne
    데뷔 10년 차, 연기도 하고 음악도 하고 글도 써봤지만, 역시 모델일 때가 제일 멋있다.

    Adwoa Aboah
    까까머리, 주근깨에 키도 크지 않지만, 다양성이라는 거역 못할 흐름을 타고 독보적 존재가 되었다.

    Ashley Graham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선구자.

    Nathan Westling
    외부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자신일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보여준 트랜스젠더 모델.

    BEST ISSUES

    10년간 소셜 미디어의 타임라인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과 유튜브로 이어졌다. 팔로워 수가 월등히 많은 인물들은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1인 미디어가 되었다. 소셜 미디어의 첨탑에 있는 이들은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은 대접을 받고, 런웨이가 아닌 스크린 속 스트리트 패션을 무기 삼아 매체보다 더 강력한 파급력을 행사한다. 한편 스크롤 한 번이면 대여섯 개의 정보를 흡수하는 시대에 종이 잡지의 폐간은 가속화되었다. <인터뷰>, <글래머>, <틴보그> 등 시대를 풍미하던 해외 잡지가 지난 10년간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다른 형태로 죽다 살아나곤 했다. 한반도 역시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새로운 패션 컬렉션은 소수의 기자들만 볼 수 있었던 시절을 지나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더 바빠졌고 영리해졌다.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발품 팔아 옷을 사기보다 전 세계 사이트에서 가격 비교 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리의 편집숍 콜레트는 문을 닫았고, 뉴욕의 백화점 바니스는 파산했다. 전통적 의미의 백화점은 혁신 없이 살아남을 수 없는 약자가 되었다. ‘See Now, Buy Now’라는 구매 방식이 생기며 런웨이에 올라온 제품을 즉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칼 라거펠트알라이아 같은 패션 거장들이 세상을 떠나며 침통한 순간을 패션 팬들에게 안기기도 했다. 10년 전엔 누군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따라 사업을 운영했다면 이젠 각자가 새로운 기준을 만든다. S/S와 F/W, 남과 여, 컬렉션과 상업 제품 등의 이분법은 흐려졌다. 어떤 가치보다 개성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에디터
      손기호, 남현지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