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가 그린 여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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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가 그린 여자들의 이야기

2019-12-17T17:00:02+00:00 2019.12.17|

드라마 <VIP>가 현실성 있는 내용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큰 줄기는 ‘나정선(장나라)’과 ‘박성준(이상윤), ‘온유리(표예진)’의 불륜과 이후 벌어지는 복수에 대한 내용인데요, 오히려 주변 이야기가 많은 여성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녀봤다면, 승진을 위해 고군분투해봤다면, 상사로부터 언어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해봤다면, 여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해봤다면 공감할 법한 내용입니다. 어쩌면 이 중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나의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죠.

극 초반, 비밀스러운 행동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박성준의 여자’로 손꼽히던 ‘송미나(곽선영)’. 그녀는 어린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반복된 육아휴직과 육아 때문에 번번이 승진에서 누락됐죠. 육아 때문에 일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고, 일 때문에 아이들에게 소홀해지고 싶지 않은 보통 워킹맘입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언뜻 자상해 보이지만, 실은 은근히 집안일은 나 몰라라 하고 육아는 아내에게 떠맡깁니다. 결국 승진에서 밀리고 싶지 않은 송미나는 집에서 나와 상사가 맡긴 미션을 몰래 수행하다 위기에 빠집니다. 그런 가운데 셋째 임신 사실까지 알게 되며 그녀는 남모를 눈물을 홀로 삼킵니다.

회사에서 치이고, 집에서 치이고, 자신이 설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워킹맘. 그녀의 속내를 알게 된 남편이 감싸주며 나름 해피 엔딩이 된 것 같은데요, 사실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남편은 “그깟 회사 그만둬도 괜찮다”고 하지만, 정작 송미나는 빛나는 청춘을 바쳐가며 일해온 커리어를 쉽게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죠. 일도, 아이들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엄마이자, 여자의 마음은 많은 워킹맘의 현실과 겹쳐 보입니다.

이 회사에서 위기에 닥친 또 한 명의 여성, ‘이현아(이청아)’가 있습니다. 회사의 암적 존재 ‘배 이사(장혁진)’가 송미나를 협박하고 성추행한 사실을 알게 된 이현아는 과거 자신이 겪은 사실을 회사에 폭로합니다. 그녀 역시 배 이사 라인을 타려다 성폭행을 당할 뻔한 것.

이현아의 고백은 회사를 발칵 뒤집어놓습니다. 누군가는 그녀를 조용히 위로했지만, 대부분은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며 이 일을 조용히 덮으려 했죠. 아마도 이게 현실일 겁니다.

결국 배 이사는 퇴사 처리됐지만, 남은 이현아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동료 남자 직원과 술을 마시는 것을 본 직원들은 “그런 일이 있고도 남자와 술자리를 한다”며 비난하기 바빴죠. 회사 내 권력자에게 부당한 일을 겪고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어야 하는 조직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피해자가 곧 문제의 인물이 되는 것,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죠.

<VIP>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려내며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흔히들 말합니다. 세상에 ‘슈퍼우먼’은 없다고. 모든 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물 밑에서는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고 있어야 하죠. 주변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는 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드라마를 보며 우리는 생각합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역경을 헤치고 모두가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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