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REAM

Beauty

DEEP DREAM

2020-01-21T12:14:13+00:00 2020.01.21|

미술사, 예술품 보존 분야 명문 학교 ‘에콜 뒤 루브르’에서 수학한 이브 쿠에랑, 순수 미술 전공 데스먼드 녹스 리트, 장식예술학교 졸업 후 건축가로 이름 날린 크리스티안 고트로. 여행 중 수집한 온갖 생활 장식을 파리 생제르맹 34번가 상점에서 판매하던 세 친구는 영국에서 들여온 향초가 ‘대박’ 나면서 향을 이용한 신사업을 전개한다. 1968년 데스먼드의 예리한 후각으로 탄생한 딥티크 최초의 향수 ‘로’는 남녀 경계를 허무는 중성적 향으로 당대 유명 인사들의 화장대를 점령했다.

딥티크 유산의 저변에는 여행과 자유, 건축과 예술 그리고 파리가 있다. “베니스의 여름밤, 등나무 정원 아래 가득 퍼진 제비꽃 향을 재현한 ‘올렌느’ , 그리스 펠리온에서 휴가를 보내며 무화과나무 그늘의 추억을 담은 ‘필로시코스’ , 베트남 하이퐁에서 지낸 이브의 유년 시절을 회상한 ‘도손’ , 바다로 가는 문이란 뜻을 지닌 도쿄의 옛 이름 에도에서 영감을 얻은 ‘오에도’까지. 딥티크는 여러 도시를 벗 삼아 향을 완성했지만, 정작 본고장인 파리를 언급하는 일에는 한없이 조심스러웠어요. 60년이라는 기나긴 침묵을 만회하기 위해 준비한 야심작이 ‘오 카피탈(Eau Capitale)’이죠.” 미리암 바도 부사장의 설명이다. 장 파투, 아닉구딸, 로샤스 등 지극히 ‘파리’다운 향수 레이블에 몸담아온 그녀는 10년 전 딥티크에 합류해 창립자들로부터 그들의 예술관을 물려받았다. 그리고 2020년 딥티크 역사에 길이 남을 파리의 향기를 온 세상에 퍼뜨린다.

1968년 파리 생제르맹 34번가에 문을 연 딥티크 매장과 그 앞에 나란히 선 세 명의 창립자.

“최근 파리 오페라 지역으로 이전한 딥티크 사무실은 19세기를 풍미한 전설의 프랑스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의 자택이었습니다. 우린 공사 중 숨겨진 문 하나를 발견했어요. 오 카피탈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죠.” 미리암은 드높은 천장과 커다란 유리창, 대리석 벽난로로 장식한 오스만 스타일 사무실로 <보그>를 안내했다. “비밀스러운 문을 열자 네 면을 세라믹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작은 욕실이 우릴 반겼어요. 무성하게 자란 나무와 갖가지 꽃, 앵무새와 공작, 푸른 바다가 뒤섞인, 자연을 벗 삼은 프랑스 아르누보풍 인테리어였죠. 이곳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라의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특정 향조가 뇌리를 스치더군요. ‘시프레’였죠.” 프랑수아 코티가 1916년 명명한 시프레 향조는 나무와 이끼, 꽃, 그 위에 풍부한 시트러스 열매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최고의 앙상블. 이토록 청명한 시프레가 유행한 60년대는 딥티크가 프랑스 언론과 상류사회 인사들의 러브콜을 받던 시기와 일치한다.

조향사 올리비에 페쇼와 장식조각가 피에르 마리는 오 카피탈 제작에 일조한 일등 공신이다. 올리비에 페쇼에게 파리를 대변할 단 하나의 향을 묻자 망설임 없이 ‘장미’라 답했다. 그는 오 카피탈을 위해 기존 시프레 향조에 장미 원액 세 가지를 배합했다. 여기에 핑크 베리의 알싸함을 가미해 전례 없는 향을 만든 동시에 혁신과 전통이 공존하는 파리의 현재를 투영했다. “데스먼드가 만든 ‘로’ 역시 스파이시 로즈 향입니다. 파리에 정착한 딥티크를 이보다 잘 표현할 향은 없죠.”

딥티크 향수병 라벨을 장식한 일러스트에는 각 향수의 탄생 비화가 숨겨져 있다. 장식조각가 피에르 마리는 “딥티크, 파리, 시프레. 이 세 이미지를 한 폭에 담아달라는 미션이 주어졌을 때 단번에 ‘아르누보’풍 작품이 떠올랐다”고 말한다. “20세기 초 시프레 향조의 등장과 아르누보 바람이 맞물렸고 그 흐름이 파리 전역에 퍼질 무렵 딥티크가 탄생했죠.” 산업혁명 이후 낭만이 가득했던 벨 에포크 시대에 고갱과 드가가 밤을 보내던 레스토랑 ‘맥심’과 파리 부흥의 상징 ‘라파예트’, 도심 곳곳의 지하철역 입구 등 피에르가 추천한 파리 명소엔 회화와 철제 장식, 스테인드글라스 형태의 아르누보 데코가 현존한다. 아르누보 데코의 단골손님 ‘공작(Peacock)’은 사라 베르나르의 욕실은 물론 딥티크 최초의 향수 ‘로’ 일러스트에 새겨진 유일한 동물. 피에르는 시프레의 핵심 원료인 장미, 파촐리, 베르가모트와 센강, 에펠탑 그리고 꼬리를 활짝 펼친 공작을 오 카피탈 일러스트에 그려 넣었다. 딥티크 태초의 향수 ‘로(L’eau)’를 시작으로 전 제품에 적용한 ‘오(Eau)’ 발음 체계는 이번 신작에도 유효하다. 프랑스어로 수도를 뜻하는 ‘카피탈(Capitale)’은 딥티크의 심장인 파리를 오마주한 것이다.

오랜 미제로 남아 있던 ‘파리의 향기’를 운명적 요소의 결합으로 완성한 미리암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과제에 시동을 걸었다. 딥티크의 모태인 ‘시크 바자’의 부활이다. 지난가을, 파리 생로슈 거리에 21세기판 ‘르 바자 드 딥티크(Le Bazar de Diptyque)’를 오픈, 이제 런던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유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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