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카이아 거버와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 뉴발란스

2020.02.04

by 송보라

    카이아 거버와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 뉴발란스

    애플의 공동 설립자 스티브 잡스의 일상복은 아주아주 유명하죠. 잡스의 스타일 도플갱어이자 희대의 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즈 사건까지 더해져 실리콘밸리에선 전설이 된 스타일입니다. 깔끔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검정 터틀넥, 적당한 워싱의 단순한 스트레이트 레그 진, 뉴발란스 990 스니커즈의 조합은 파워풀한 요즘 젊은 여자들 사이에서도 참고할 만한 룩인가 봅니다. 카이아 거버도 최근 이 룩을 시도했는데요. 그중에서도 패션계의 새로운 잇템으로 부활한 뉴발란스 990 운동화, 대체 이유가 뭘까요?

    뉴발란스는 2019년 봄, “런던의 슈퍼모델과 오하이오의 아저씨”라는 컨셉으로 990 시리즈의 다섯 번째 버전인 990v5를 광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아저씨나 신을 것 같은 신발이 가장 패셔너블한 아이템이 된 대디 슈즈 혹은 어글리 슈즈 유행을 제대로 반영했죠. “아주 미묘한 계층 구조에 어필한 겁니다.” 패션계에서 유명한 젊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다이애나 바틀렛(Diana Bartlett)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스트리트 스타일이 점점 과감하고 요란해지면서 뉴발란스 990s는 ‘아는 사람만 아는’ 아이템의 상징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이 운동화를 신으면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죠!” 물론 뉴발란스 990v5를 신은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고백하자면 LA 외곽의 아웃렛에서 뉴발란스 990v5를 처음 샀는데요. 당시엔 ‘쇼핑’이라기보다 그냥 편하게 신을 신발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결국엔 출근할 때마다 매일 그것만 신게 되긴 했지만요.

    2020 S/S 꾸뛰르 시즌, 카이아 거버는 뉴발란스 990v5에 클래식한 90년대 진을 매치한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하는 오프 듀티 룩을 선보였습니다. 상의는 넉넉한 후디와 회색 체크무늬 블레이저였죠. 또 다른 오프 듀티 룩에서는 이 평범한 스니커즈에 회색 니트와 전문직을 연상케 하는 테일러드 코트, 오프화이트의 작은 서류 가방을 매치했고요.

    카이아 거버와 스티브 잡스 룩의 공통점을 한마디로 분석하자면 ‘지나치게 의도적인 스타일링에 대한 거부’쯤 될 겁니다. 우리가 요즘 SNS에서 자주 보는, 언뜻 보기엔 손에 잡히는 대로 걸친 것 같은 패션과 결을 같이하죠. 나이에 상관없이 이들이 옷을 선택하는 룰은 단순함입니다. 세련된 아이템과 평범한 아이템을 섞어서 힘을 빼는 거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난 너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따위 없어.”

    이 스타일을 인스타그램으로 끌어들인 여자 인플루언서들은 990v5 스니커즈를 주로 올 블랙 룩에 매치합니다. 덴마크 스타일리스트 소피아 로의 검정 블레이저, 검정 슬랙스와 990v5 스니커즈. 뉴욕의 인스타그래머 마리 본 베렌스는 990v5 대신 MR530에 검정 재킷과 평범한 블랙 진을 입었죠. 뉴발란스 스니커즈는 지금까지와 달리, 옷 입는 방식이 단순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티브 잡스도 말한 대로 어느 모로 보나 더 현명한 접근이죠.

    잡스가 남긴 명언 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내 만트라 중 하나는 집중과 단순함이다. 단순해지는 것은 복잡한 것보다 훨씬 어렵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하고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진짜 패션 고수라면 단순함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Instagram
      Julia Hob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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