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EU, 47년 만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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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EU, 47년 만의 이별

2020-01-31T13:01:11+00:00 2020.01.31|

영국이 홀로 섭니다.

29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총회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마침내 브렉시트 최종 승인 투표 결과가 나오는 순간, 환호와 탄식이 터져 나오며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EU와 영국이 지난해 10월 합의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의원들의 투표로 승인됐습니다. 전체 750석 중 찬성 621표, 반대 49표. 이 외에 기권 13표, 불참 등이 67표. 영국과의 이별이 결정되자, 총회에 참석한 영국과 EU 회원국 의원들이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을 합창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영국과 EU의 이별은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후 3년 7개월 만에 이뤄진 일입니다. 영국이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합류한 지 47년 만이기도 하죠. 이로써 영국은 EU 체제의 첫 탈퇴국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이제 EU 회원국은 기존 28개국에서 하나가 빠진 27개국으로 줄었습니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를 기념하기 위한 각종 행사가 펼쳐집니다. 런던 총리 관저에는 오후 11시 카운트다운을 위한 조명 시계 장치가 설치되며, 주변 정부 청사에도 불을 밝힐 예정입니다. 의사당 인근 의회광장에는 유니언잭이 펄럭이게 됩니다. 다만 브렉시트로 그동안 영국 내에서도 분열이 심했고, 여전히 국민 중 많은 이들이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정중히 기념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영국이 ‘온전한 영국’으로 돌아가면서 달라지는 점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바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가깝게는 여행할 때, 물건을 살 때 세금 등이 어떻게 바뀌느냐일 거고요. 세계적으로는 무역, 안보, 이민, 교육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올해까지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나름의 이행 기간을 갖습니다.

영국은 또 올해 말까지 EU 주요 회원국과 각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일반 FTA 체결도 2,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와도 협약을 맺어야 할 테니까요.

영국은 EU의 규제와 기준을 따르지 않더라도, 브렉시트 전처럼 무관세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EU가 가만히 있을 리 없죠. EU는 영국이 EU 규제를 수용하지 않으면 무관세 혜택을 줄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 줄다리기는 쉽게 끝날 게임이 아닙니다.

양측은 협상 시한에서도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요, EU는 11개월 안에 타결이 불가능하니, 오는 6월 말 전에 기간 연장에 합의하고 2022년까지 협상을 벌이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해 12월 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죠. 전환 기간 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영국이 EU 관세동맹 및 단일 시장에서 탈퇴하면 사실상 ‘노딜 브렉시트’나 다름없어집니다.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지겠죠.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EU가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영국이 EU 회원국 중 경제 규모가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크기 때문입니다. 또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영국과 EU. 장밋빛 미래를 위한 관계 설정에 들어가지만, 사실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눈앞에 쌓여 있으니 갈등도 많아질 겁니다. 아름다운 이별이 될지, ‘사랑과 전쟁’이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겠죠. EU로부터 품위 있는 탈퇴를 원하던 영국 정부, 과연 그 바람이 이루어질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