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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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진 패션

2020-01-29T01:16:14+00:00 2020.02.05|

슈퍼모델 아바타, VR 의상, 디지털 부티크… 모바일 게임을 하이패션으로 단장한다.

나이젤 밀스가 딱히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도록 머리를 자른 전직 공인회계사인 그는 영국 중부 더비셔주에 있는 앰버 밸리 자치 의회의 토리당 하원 의원이다. 그러나 2014년에 2시간 30분 동안 자신의 태블릿으로 하트 모양 아이콘을 맞추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게 문제가 된 이유는 그가 연금의 미래를 논하는 정부 위원회 회의 석상에서 ‘캔디 크러쉬 사가’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차, 비행기, 자동차 등 어떠한 교통수단에 올라타든, 우리는 휴대전화로 게임하는 승객을 자주 목격한다. 게임 공간은 오락실에서 지하실로, 다시 휴대용 기기로 순식간에 옮겨갔다. 글로벌 게임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2021년까지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460억 파운드(222조5,800억원)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모바일 게임 소비자의 63%는 여성이다.

게임업계가 이 범상치 않은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대처하면서, 게임 브랜드는 수익을 올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결국 여성 모바일 게이머들이 가상화폐나 생명, 다이아몬드를 구매하며 인앱을 구매할 가능성이 79%나 더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생명의 차이를 거의 구분하지 못하는 Z세대를 상대로 게임업체는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상업 전략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분야 기술의 가치가 2025년이면 650억 파운드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여성 고객뿐 아니라 보다 젊은 세대와 소통할 기회를 포착한 패션업계는 이 게임업계의 파이 일부를 나눠 먹고 싶어 한다. 이번에 론칭하는 두 가지 앱은 옷을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드레스트’는 전직 잡지 에디터에 네타포르테의 동문인 루시 여맨스가 내놓은 앱으로 사용자는 게임 화폐를 사용해 아바타를 꾸미고 일련의 스타일 챌린지를 완수할 수 있다(<보그>가 인쇄되는 동안 슈퍼모델, 인플루언서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여러분이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를 새 시즌 발렌티노 옷으로 스타일 업시킨 후, 헤어를 멋지게 꾸미고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하고 나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툴룸 해변을 배경으로 그녀에게 포즈를 취하게 했다면, 여러분의 ‘룩’을 커뮤니티에 공개해 다른 사용자들에게 평가하게 한다. 그러고 나서 여맨스가 제휴 협력 계약을 체결한 파페치닷컴을 통해 발렌티노 의상을 구매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패션업계 내부 관계자인 알렉시아 니드질스키와 엘리자베스 본 구트만이 공동 창업한 아다 러브레이스의 이름을 딴 앱 ‘아다’도 있다. 이 앱으로 여러분은 일련의 3D 럭셔리 인테리어를 선택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르마니 까사 가구로 꽉 들어찬 나선형 계단을 뽐내는 아파트나, 벽이 온통 디올의 시그니처 프린트인 ‘투알 드 주이’로 뒤덮여 있거나,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VR 흑표범으로 도배된 유명 브랜드 오락실 등이 있다. 그곳에서 여러분은 각자 선택한 아바타를 프라다 스타일로 꾸민 후,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거나 친구들과 메시지로 공유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옷을 현재 등록된 20개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직접 구매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 두 사람은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인 웨이보를 소유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그 앱을 처음 론칭하는 중국 인터넷 회사인 시나와 손잡았다. 니드질스키가 현명하게 지적한 것처럼 “2025년까지, 세계 명품 소비 인구의 50%가 중국인으로 구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맨스와 니드질스키는 둘 다 게임 사업이 럭셔리 패션을 보다 대중화할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라고 주장한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럭셔리 패션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어요.” 니드질스키는 그녀의 고향 브라질에서 전화 통화로 말한다. “럭셔리 패션은 여전히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게임이 사실상 럭셔리 패션을 모두가 이용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있어요.” 여맨스도 비슷한 논리를 펼친다.

“제가 잡지 에디터로 일할 때 누린 것들, 예를 들어 옷이며, 야외 촬영지며, 슈퍼모델, 헤어와 메이크업 등을 다른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라도 굉장한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매력적인 데가 있어요.”

그들은 또 굉장한 쇼핑객이 될 수 있다. 놀랍게도 20년 이상 패션계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여맨스는 자신은 특별히 쇼핑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게 자신에게는 ‘어려운 경험’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드레스트를 시작한 이후, 무언가를 구매할때 새로운 자신감을 얻었다. “끌레제리 우븐 샌들을 구매했어요. 스타일 챌린지를 할 때마다 그 신발을 계속 착용했는데, 아주 귀여워서였죠.” 그녀는 다른 사용자들이 그들의 스타일 챌린지에서 바로 그 샌들을 어떻게 선택했는지 보여주면서 웃으며 말한다. 이러한 정보를 해당 브랜드에 피드백으로 제공할 수 있지만, 여맨스는 그게 모두 GDPR(개인 정보 보호 규정) 위반이라고 재빨리 주장한다. “우리는 브랜드를 다시 찾아가 ‘이 가방은 호주에 있는 우리 사용자들에게 정말 인기가 많아요. 그곳에서는 이걸 더 많이 생산해야 해요’라고 말할 수 있어요. 어느 운동화 브랜드는 부수적으로 우선 플랫폼에서 제품을 하나 론칭하고 있죠.”

실제 경험과 가상 경험 간의 경계가 갈수록 희미해지면서 아바타들이 셀럽으로 부상하는 일도 생겼다. 2016년 루이 비통은 핑크색 머리의 여주인공 ‘라이트닝’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녀석은 컬트 게임 ‘파이널 판타지’에서 글로벌 광고 캠페인의 스타로 등장하는 디지털 아바타다. “라이트닝이야말로 사회 관계망과 SNS 커뮤니케이션으로 빈틈없이 얽혀 있는 현대사회에서 글로벌하면서도 영웅적 여성상을 보여주는 완벽한 아바타예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말했다. 오늘날 릴 미켈라(@lilmiquela, 자신의 약력에 “음악가,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 아주 패셔너블한 로봇”이라고 적힌 인스타그램에서 160만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로 더 잘 알려진 아바타 미켈라 소사는 슈프림과 샤넬, 디올을 걸치고 프라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점거하며,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로 부풀린 입술로 벨라 하디드와 겨룬 캘빈 클라인 마케팅 캠페인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3D로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라는 입지를 확실히 했다.

수많은 브랜드가 하우스 코드와 브랜딩을 활용하는 자체 게임을 개발해왔다. 지난해 7월 1980년대 오락실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꾸민 게임 전용 공간 ‘구찌 아케이드’가 이 패션 하우스의 앱에 추가되었다. 에르메스, 유니클로, 펜디 역시 모두 게임을 실험하고 있다. 펜디는 지난해 6월 중국 위챗 통신망에 ‘미니 게임’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사용자들은 FF 로고 동전과 미니 바게트 백을 수집하며 로마 전역을 돌아다닌다. 이탈리아 브랜드 모스키노와 수익성 높은 심즈의 파트너십도 한번 보시라. 모스키노는 심즈 게임을 하는 8,000만 명 가운데 누구라도 자신들의 심 아바타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게임 속 컬렉션뿐 아니라 354파운드부터 팔리는 후드 티 등 그것에 상응하는 실제 캡슐 컬렉션을 만들었다.

럭셔리 패션을 갈망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분수에 넘친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가상 구매일 것이다. “1만 파운드짜리 구찌 드레스를 정말 구매하고 싶다면, 게임 속 화폐로 실제 가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어요.” 여맨스는 말한다. “5파운드짜리 지폐 한 장으로 그렇게 물건을 왕창 구매할 수 있죠. 리처드 기어와 잠을 잘 수는 없어도, 줄리아 로버츠가 될 수 있어요.” 니드질스키는 나에게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추천한다. 그 에피소드에서 절친으로 나오는 두 남자 주인공은 서로 가상 섹스를 즐긴 뒤 자신들이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운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가상의 경험은 결코 충족시킬 수 없는 진짜 흥분과 갈망을 촉발하기 때문에 기분이 더 고조됩니다.” 그녀는 말한다. 더 로우에서 나온 8,000파운드짜리 캐시미어 코트를 눈독 들이고 있나? 이제 완벽한 옷은 그냥 다운로드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