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이, 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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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이, 너를 만났다

2020-02-08T01:13:13+00:00 2020.02.07|

딱 한 번만,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단 한 번만이라도 그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있다면. 누구나 이런 그리운 마음을 조금씩은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워하는 대상이 지금 세상에 없다면, 그리움은 곧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 되겠죠.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한 엄마가 있습니다. 일곱 살이었던 나연이는 3년 전 가을 감기 증상을 보였습니다. 엄마 장지성 씨는 셋째 딸 나연이가 목이 붓고 열이 나기에 그저 감기인 줄로만 알았죠. 하지만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말았습니다. 나연이가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이라는 결과였습니다.

힘든 치료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나연이와 지성 씨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지성 씨는 블로그를 통해 아이의 투병기를 어둡지 않은 분위기로 전했고, 네티즌의 응원도 이어졌습니다. 나연이 역시 치료를 받을 때 힘들어하면서도 밝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발병 한 달 만에 나연이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에 지성 씨는 늘 나연이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했습니다. 하루만이라도 나연이를 만나 좋아하던 미역국을 끓여주고, “사랑한다. 한 번도 잊은 적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 했죠.

그런 지성 씨에게 MBC 다큐 제작진이 연락을 했습니다. VR(가상현실) 기술로 나연이의 존재를 다시 만나보면 어떻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설득에 지성 씨는 어렵게 수락했습니다. 그 안에는 나연이를 한 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도 있었죠.

VR 장비를 착용한 지성 씨의 눈앞에는 둘만의 추억이 남아 있는 노을공원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건강한 나연이가 나타났습니다. 검은 머리카락, 생기 있는 얼굴, 밝은 목소리. 지성 씨는 결국 그리움 가득한 눈물을 쏟았습니다.

“엄마, 어디 있었어? 엄마, 내 생각했어? 나는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나연이의 말에 지성 씨는 “엄마도 보고 싶었어”라며 조심스럽게 나연이에게 다가갔습니다. 혹여 눈앞의 아이가 사라질까, 믿기지 않는 재회에 조심스럽게 나연이의 앞에 선 지성 씨. 눈앞에 아이가 서 있지만, 안아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현실에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도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나연아, 잘 있었어? 엄마, 나연이 보고 싶었어. 나연이 잘 있지? 엄마, 나연이 안아보고 싶어.”

지성 씨는 나연이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줬습니다. 나연이는 “소원 빌어야지. 우리 아빠, 담배 안 피우게 해주세요. 오빠랑 언니 싸우지 말고, 소정이 아프지 말고, 그리고 우리 엄마, 울지 않게 해주세요. 난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이 제일 맛있어.”라고 엄마에게 답했습니다.

나연이의 가족은 지금도 집 안 곳곳 나연이 사진을 놓아두고 매달 가는 납골당에는 생전 좋아하던 장난감을 넣어줍니다.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는 의미에서 나연이의 이름과 생일을 몸에 새기고 뼛가루를 넣은 목걸이를 매일 착용하죠. 기억하지 않으면 세상에 있었다는 사실이 잊힐까 두렵다는 지성 씨는 어떻게든 존재했다는 기억을 남기고 싶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짧은 순간의 만남이었지만, 이제 지성 씨는 나연이에 대한 마지막 기억을 보다 따뜻하게 바꿀 수 있게 되었네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나연이와의 만남. 이제 나연이도, 나연이의 가족도 더 행복해지기를 많은 이들이 기원하고 있습니다.

“엄마 안 울게. 그리워하지 않고 더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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