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ng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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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ng Effect

2020-02-10T10:21:46+00:00 2020.02.08|

아카데미 시상식을 하루 앞둔 지금, 봉준호 감독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봉 이펙트’!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던 순간, 한국인들만 기쁜 마음으로 환호성을 지른 건 아니었다. 봉준호의 이름이 호명되기 전부터 SNS상에서는 #BongHive로 자신을 명명하는 팬들이 등장해 응원과 염원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이들은 황금종려상을 뜻하는 ‘팔메 도르(Palme d’Or)’를 ‘봉 도르(Bong d’Or)’라고 부르며 기념 티셔츠까지 제작했다.

봉하이브에게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만든 극 중 제시카의 흥얼거림은 ‘제시카 징글(Jessica Jingle)’로 통했다. 어딘가에 <기생충> 관련 포스팅을 할 때면 복숭아 이모티콘 삽입은 기본 예의였다. 기생충이 미국에서 개봉해 파죽지세로 인기를 이어가자 봉하이브 해시태그 출현도 빈번해졌다. 몇몇 극장에서 한정 개봉했을 때만 해도 #BongHive는 봉준호 영화를 사랑해온 시네필의 ‘덕밍아웃’ 같았다면, 미국 전역에 확대 개봉한 지금은 영화에 대한 호감을 표하는 해시태그로 그 의미가 다소 달라졌다. 최근 미국 관객 설문 조사 기관인 ‘컴스코어’는 <기생충> 관객을 분석한 결과 18세에서 34세에 이르는 Z세대와 밀레니얼의 비중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정치적 의견을 말하는 걸 꺼리지 않는 Z세대의 <기생충>에 대한 선호는 미국 어린 세대의 영화 성향을 가늠하는 척도로 읽히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것의 출발은 영화였다. 지난해 8월 미국 콜로라도의 ‘텔루라이드영화제’부터 시작된 <기생충>의 오스카 캠페인이 가을 뉴욕영화제의 미디어 네트워킹를 거치면서 입소문 마케팅에 정점을 찍었다. 평론가들과 기자들은 앞다투어 <기생충>을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았다. 초창기 한정 개봉 극장에서 표가 순식간에 매진되고 암표까지 등장하자 입소문은 복리로 불어났다. 미디어는 봉준호 감독을 후기 자본주의에 맞서는 영화계 십자군이자, 히치콕 감독의 후예로서 장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장르 마스터로 추앙했다. 코미디, 스릴러, 호러 등 여러 장르를 뒤섞으면서도 예측 불허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봉준호 영화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극찬도 뒤따랐다.

봉준호 감독의 가식 없는 태도는 <기생충>에 대한 호감과 믿음을 더 증폭시켰다. 오스카 수상을 기대하느냐는 <뉴욕 매거진>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며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매우 지역적인(Local) 시상식”이라 답했을 때, 수많은 미국 영화 팬들이 ‘미국이 (세계 대표가 아니라) 로컬’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미국 최고 인기 토크쇼인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서는 통역사를 통해 온전하게 자신의 유머 감각을 전달하며 청중을 웃기는 데 성공했다.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시상할 때 남긴 “1인치 (자막)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란 위트 있는 소감은 마치 하나의 카피 문구처럼 시청자에게 가닿았다. 영어 사용이 당연한 미국 무대에 올라 자국 언어로 말하는데도 오히려 영어권 관객이 더 깊이 공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봉 감독과 한 팀처럼 늘 붙어 다니며 통역을 맡은 샤론 최 감독은 그의 입담을 매끄럽게 전달하며 마이너 셀러브리티가 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거의 매일 열리는 시상식에 분주하게 참여했던 제작진과 배우들은 ‘<기생충> 팀, 할리우드 가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할리우드 스타들과 만나며 화제의 이미지를 업데이트했다. 정점은 ‘인싸 중의 인싸’ 시상식인 배우 조합상 시상식이었다.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 중 처음으로 앙상블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을 때 봉준호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 카메라로 배우들의 모습을 찍었다. 이런 그의 모습이 자식 자랑스러워하는 아버지 같은 모습과 매치된다며 그의 ‘Proud Daddy’ 패러디 영상과 이미지가 조합상 수상 리스트보다 더 화제에 올랐다. 시나리오 작가 조합상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을 때 그는 후보로 오른 작품의 매력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같은 날 <조조 래빗>으로 각색상을 수상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과 마치 오랜 친구처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향하는 모습이 공항에서 포착되자, 에이바 듀버네이 감독은 “두 사람의 브로맨스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트윗으로 트위터 팬들의 열광적인 리트윗 지지를 받았다.

미국의 대표 연예 잡지 <베니티 페어>는 봉준호 감독을 두고 “이번 시상식 시즌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Darling)이자, 할리우드의 찬사 대상(Toast)”이라고 표현했다. <기생충>의 영화적 성취와 봉준호 감독의 인기가 더해져 오스카 시상식 직전인 지금도 여러 미국 매체는 왜 <기생충>이 이 시대의 영화이며 오스카 작품상을 받아야 하는지 설파하는 데 열심이다. 이런 절박한 지지는 마치 난데없이 등장한 아시아 영화 도사님의 즐거운 행보가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리기를 바라는 기원 같아 보인다.

<기생충>은 이제 흥행 수익 3,000만 달러를 넘겨 미국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최고 흥행 5위권에 들어간다. 어떻게 <기생충>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어떻게 오스카까지 진출하며 한국 영화 기록을 다 갈아 치울 수 있었을까? 많은 분석이 있다. 장르의 마술사가 된 봉준호의 연출력,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 미국 시상식 레이스를 꿰고 있는 연륜 있는 미국 배급사 ‘네온’의 캠페인 전략, 앞서 언급한 어린 세대의 취향 등 수많은 지점이 교차한다. 정작 <기생충>은 이 길고 긴 레이스에서 일등이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 올해는 보기 드물게 미국 영화계가 양질의 영화를 내놓으며 선전한 해이기도 하다. 스트리밍 시대를 맞이해 모두 함께 영화 매체의 정체성을 고민한 결과 같아 보이기도 한다. <기생충>은 이 좋은 영화와 친구가 되며 2020년 시상식 시즌을 더 축제처럼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경쟁자가 아니라 언어가 달라도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친구들임을 몸소 증명했다. 상을 받든 못 받든 <기생충>과 제작진의 행보는 올해 아카데미의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어떤 국경이든 뛰어넘을 수 있는 영화라는 언어가 이룬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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