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킴 카다시안 & 카니예 웨스트의 러브 하우스

2023.02.20

by VOGUE

    킴 카다시안 & 카니예 웨스트의 러브 하우스

    로스앤젤레스 변두리의 구옥이 킴 카다시안과 카니예 웨스트의 손에 의해 빛으로 가득 찬 오아시스로 탈바꿈했다.

    이사벨 로워 작품과 함께하는 웨스트 가족. 왼쪽부터 시카고, 카니예, 노스, 세인트, 삼, 킴.

    “첫째 노스(North)를 출산한 2013년 여름쯤, 운동이 필요하던 저는 카니예와 함께 종종 동네를 산책했어요. 그러다 LA에서 가장 화려해 보이는 낡은 집 하나를 발견했죠. 카니예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저는 그곳이 우리의 특별한 안식처가 될 거란 확신이 강했어요.”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이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 후 7년 동안 세인트(Saint), 시카고(Chicago), 삼(Psalm) 세 아이가 태어났고, 6인 가정을 꾸린 웨스트 부부는 그 집을 환상적이고 특별한 인테리어 작품이 가득한 파라다이스로 탈바꿈시켰다. 카니예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현대적인 벨기에 수도원’을 닮은 이곳은 뮤지션이자 사업가, 셀러브리티의 화려한 삶을 공유하는 부부의 대범하고 인습 타파적인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이다.

    알다시피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는 건축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인터넷이 자유롭지 않던 유년 시절, <AD>를 비롯한 여러 건축 디자인 잡지를 구독하기 위해 반스앤노블 서점을 즐겨 찾았어요.” 인테리어에 대한 그의 열망은 래퍼로서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비로소 충족됐다. 파리의 플리 마켓과 국제 디자인 페어는 그가 손꼽아 기다리는 스케줄이었고 장 로이에(Jean Royère)의 폴라 베어 소파를 소장하기 위해 최고급 세단을 파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친구들은 제게 비싼 가구에 정신이 나갔다고 말했죠. 심지어 킴까지도요.” 그런데도 그는 애장품 수집을 멈출 수 없었다. 킴은 “카니예를 만나기 전까지 가구에 대한 관심이 제로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심미안으로 들인 집 안 가구를 보고 있자니 예술 작품을 걸어놓은 듯 뿌듯하더라고요. 카니예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볕이 잘 드는 복도에 놓인 피에르 잔느레 의자.

    웨스트 부부와 벨기에 출신 인테리어 디자이너 악셀 베르보르트(Axel Vervoordt)의 운명적 만남은 카니예가 마스트리흐트(Maastricht)와 베니스 골동품 페어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그곳에 놓인 악셀 베르보르트 작품을 보고 있자니 이 사람이라면 어두침침한 ‘배트맨’ 집도 멋지게 디자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를 캘리포니아 칼라바사스(Calabasas)로 불러들인 건 제가 결혼하고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예요.” 악셀의 간결하면서도 여유가 묻어나는 인테리어 감각은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베르보르트 또한 이 관계가 꽤 극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고백했다. “웨스트 부부가 지닌 삶의 신념이 저와 닮아 있어요. 예술의 아름다움과 평화, 긍정 에너지의 힘 등 인간적인 가치관을 아우르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길어졌고, 한순간 굉장히 가까운 사이가 되었죠. 대단한 부부라는 건 익히 들어 짐작했지만 실제로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슈퍼스타라는 사실은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그들의 연결 고리가 되어준 LA 낡은 집의 재건축 계획은 자연스럽게 구체화됐다.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은 생각보다 높지 않아요. 주로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과 앞으로의 소망을 공유하며 의식주의 기틀이 되는 ‘집’의 역할에 대해 되새기는 시간이었죠. 철학적 대화가 오가는 도중 저는 카니예와 킴이 어지러운 현실 세계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이들 가족만의 순수성이 깃든 새로운 공간을 원한다는 점을 파악했어요.” 악셀 베르보르트는 분명한 목표 아래 두 거물을 위한 오아시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단정한 부엌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도예가 시로 쓰지무라(Shiro Tsujimura)의 화병.

    거실에 놓인 장 로이에 테이블과 1인 소파.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작품 ‘화이버글라스’가 벽을 채운다.

    온 가족이 애용하는 풀장.

    첫 번째 작업은 기존 작은 방을 크고 실용적인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 카니예는 “인테리어의 핵심은 비율”이라 말하며 각 방의 크기와 위치를 재구성했다. 신축한 방의 벽은 미색이 감도는 석고로 매끈하게 마감하고 가구와 소품 배치를 최소화하자 장 로이에와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 가구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이처럼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카니예의 취향에 킴은 반기를 들었다. “그의 인테리어 감각은 출중해요. 하지만 우리가 아이 넷과 일상생활을 영위하려면 넉넉한 서랍장과 넓은 소파도 필요하죠.” 네 아이의 엄마 킴은 집의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했지만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바깥세상과 철저하게 분리된,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 공간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숨길 순 없었다.

    악셀 베르보르트가 맞춤 제작한 호두나무 테이블. 웨스트 부부와 네 아이는 매일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화이트 하우스에서 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킴과 카니예는 이 문제에 천하태평이다. “이 집의 본모습을 유지하려 애쓰지 않아요. 아이들이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죠.” 킴의 말에 카니예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에너지 넘치는 네 아이는 복도에서 스쿠터를 타고 높이가 낮은 악셀의 테이블 위에서 뛰놀아요. 어떨 땐 테이블을 징검다리처럼 활용해 이곳저곳으로 점프하죠. 그러다 피곤해지면 가까운 그들의 침실에 들어가 낮잠을 잡니다. 아이들의 동선을 고려한 공간 배치에 힘쓴 결과죠. 이 집이 킴과 제게 외부와 단절된 휴식처가 되어준다면 아이들에게는 가장 재미있고 소중한 놀이터였으면 해요. 겉모습은 조금 유별나 보일 수 있지만 킴과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구현하는 안식처일 뿐 장애물이 되지는 않습니다.”

    웨스트 부부의 절대적 신뢰를 받는 악셀 베르보르트 외에도 걸출한 디자이너의 감각이 집 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미니멀리스트 건축가 클라우디오 실베스트린(Claudio Silvestrin)은 셀피 존으로 손색없는 거대한 욕실을 킴에게 선물했고, 빈센트 반 듀이센(Vincent Van Duysen)은 아이들 침실과 거실 인테리어를 맡았다. 녹음에 싸인 평화로운 정원은 워츠 인터내셔널(Wirtz International) 조경사 피터 워츠(Peter Wirtz)의 솜씨.

    건축가 클라우디오 실베스트린이 설계한 탁 트인 욕실은 자연 친화적인 정원과 마주한다.

    웨스트 부부의 은신처에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방이 여럿 있다. 그중 가장 특별한 곳을 꼽자면 외계에서 온 듯한 거대하고 하얀 생물체로 채워진 방이다. 부부의 네 아이는 그곳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닌다. “아티스트 이사벨 로워(Isabel Rower) 작품이에요.” 아이들 놀이방 아니냐는 반문에 카니예는 흡족한 미소를 띠며 설명했다. “예술과 놀이의 경계는 없어요. 저희가 하는 모든 일에 즐거움을 추구할 뿐이죠.”

      글쓴이
      Mayer Rus
      포토그래퍼
      Jackie Nick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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