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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앵커의 손등에 적힌 숫자

2020.04.07

by 오기쁨

    BBC 앵커의 손등에 적힌 숫자

    영국 공영방송 BBC 인기 앵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BBC 앵커 빅토리아 더비셔가 뉴스 진행 도중 의외의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6일 빅토리아 더비셔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BBC 아침 뉴스를 진행했습니다. 이날따라 유독 시청자들의 눈에 띄는 게 있었는데요, 바로 더비셔의 손등에 적힌 전화번호였습니다.

    카메라에 잘 비치도록 손등을 정면으로 보여주며 뉴스를 진행한 그녀. 왜 이런 행동을 한 것이었을까요?

    사실 그녀의 손등에 적힌 전화번호는 영국의 가정 폭력 신고 전화번호였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국 정부가 이동 제한령을 내리자, 가정 폭력 사건이 급증했습니다. 영국 가정 폭력 상담 기관 ‘레퓨지’는 지난달 30일부터 일주일간 가정 폭력 신고 전화가 평소보다 25% 넘게 증가했으며, 신고 홈페이지 접속은 무려 150%나 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더비셔가 가정 폭력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벌인 겁니다. 더비셔는 방송 후 자신의 트위터에도 전화번호가 적힌 손등 사진을 올리고 가정 폭력 신고 전화가 24시간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퍼포먼스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손등에 전화번호를 적었고, 손등 사진을 찍었다. 내가 진행하는 오전 9시 BBC 뉴스를 시청하는 수백만 명 중 누구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고 뉴스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도 영국에서는 매주 두 명의 여성이 배우자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자가 격리나 이동 제한령 때문에 폭력적인 배우자와 함께 갇혀 지내는 피해자가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절실하리라 생각한다.”

    사실 더비셔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이런 퍼포먼스를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BBC에서 30년 가까이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스타 앵커 더비셔의 의미 있는 퍼포먼스. 누군가에게 꼭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포토
      GettyImagesKorea, BBC, @vicderbysh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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