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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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빈의 시간

2020-04-24T18:49:33+00:00 2020.04.29|

아스트로로서, 배우로서 만월처럼 차오를 문빈의 시간.

로고 베레는 프라다(Prada).

<보그> 사무실의 내 책상에 ‘아스트로’ 정규 1집 <All Light>이 있다. 앨범이 나온 지난해 1월 즈음 아스트로를 인터뷰했는데, 멤버들이 직접 사인해 보내준 것이다. 감사 편지까지 써준 차은우와 윤산하를 비롯해 모든 멤버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문빈이 기억에 남았다. 늦은 저녁, 인터뷰하던 문빈이 고민을 얘기하다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맞닥뜨린 ‘순수’가 감동인 동시에 안쓰러운 마음이 일었다. 연습생 생활만 8년을 버텨낸 친구이기에 극복하리라 믿었는데, 지난해 11월 문빈은 아스트로의 미니 6집 <Blue Flame>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컴백을 준비하며 건강에 이상을 느꼈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른 것이다.

문빈과 함께한 도베르만의 이름은 순자. 아스트로 미니 6집 <Blue Flame>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중형견과 촬영해본 문빈이기에 순자를 배려할 줄 알았다.

지난 2월 아스트로는 완전체로서 스페셜 싱글 ‘One & Only’ 활동을 시작했다. 문빈은 MBC every1 <쇼! 챔피언>의 MC도 새로 맡았다. 문빈을 다시 만났을 때 치유 기간이 궁금했지만, 우선 그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고자 드라마 이야기부터 꺼냈다. 문빈은 웹드라마 <인어왕자: 너를 만지다>(이하 <인어왕자>)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이전에도 웹드라마 <소울플레이트>(2019), <투 비 컨티뉴드>(2015),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에 출연했지만, 단독 주연은 처음이다. “이렇게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기는 처음이에요. 걱정이 많았지만,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에게 배워가며 촬영했어요.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문빈의 하얀 피부는 보기 좋을 만큼 타 있었다. 볼에 불그레한 선번도 보인다. 강원도 양양에서 일주일간의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갓 돌아온 터였다. “추위에 고생을 좀 했어요. 바람도 셌고 바다에 입수도 했고요. 다행히 건강한 몸이라 감기에 안 걸렸어요. 작품이 잘 나온다면 이 정도쯤이야 괜찮죠.” <인어왕자>에서 문빈은 비밀스러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우혁으로 분해 졸업 여행을 온 혜리(정신혜)와 판타지 로맨스를 만들어간다. 이전에도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한 적 있다. “아스트로 정식 데뷔 전에 전국 투어를 다녔어요. 지역마다 잠깐씩 머물러야 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죠. 늘 연습실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신났죠.” 그는 양양에도 멤버들과 같이 가고 싶었다. 아스트로는 지난겨울에도 스키장에 함께 다녀왔고, 꼭 다 같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우정 완전체다. 멤버들은 언제나 배우 문빈을 응원해줬다.

그래픽 셔츠와 검정 팬츠, 스니커즈는 프라다(Prada), 목걸이와 귀고리는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문빈의 연기 시작점은 XtvN <최신유행 프로그램>(2018~2019)이다. 그전에도 웹드라마를 찍었지만 여기에서 가능성을 드러냈다. ‘포복절도 움짤생산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 설명처럼 ‘병맛’을 풍기는 단막극에서 문빈은 자신을 내려놓고 연기했다. 볼륨 가발을 쓴 스타 강사가 되고, 비의 ‘차에 타봐’를 패러디하는 등 아이돌 이미지에 도전을 받을 때마다 뻔뻔하게 해냈다. 그만큼 호응이 좋아 시즌 1·2 모두 고정 멤버로 합류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권혁수가 문빈에게 “연기에 대한 감이 있다”고 칭찬하고, 오원택 PD 역시 “연기 재능이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1과 2 사이 문빈은 첫 정극 <열여덟의 순간>에 옹성우, 김향기와 함께 캐스팅됐다. 16부작을 끝내고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전에는 제 것만 집중했는데, 다른 배우와 소통하고 합을 맞추는 법을 배웠어요. 상황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연기해야 하더라고요.” 문빈이 <인어왕자>에서 기대하는 바는 숨겨진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혁은 특정한 사건으로 어떤 부분이 결여된 인물이에요. 여자 주인공을 통해 변화해가죠. 저와 닮은 부분이 많아 대본을 읽으면서도 캐릭터에 대입하기 수월했어요. 제게도 이런 면이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발성 수업도 다시 받았다. 배우로서 보다 안정감 있는 목소리를 원했기 때문이다. “제 목소리는 피곤하거나 긴장하면 목소리가 뜨거든요. 그러다 보니 가벼운 인상을 주더라고요. 연기뿐 아니라 보컬로서도 목소리는 굉장히 중요해서 시간 날 때마다 수업을 받으려고요. 단기간에 될 문제는 아니라서, 장기 목표로 잡고 있어요.”

가죽 재킷은 생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at Across), 벨트는 생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데님 팬츠는 디젤(Diesel), 목걸이는 디올(Dior).

아마 문빈은 원하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수업을 받을 것이다. 완벽주의자냐고 물으면 “내 방도 정리 안 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내가 인정할 만한 모습으로 팬 앞에 서지 않으면 괴리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문빈이 활동을 중단한 이유도 자기 검열에 눌렸기 때문일 거다. 눈물을 보이던 지난해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앨범마다 고난과 역경이 있고 불안한 포인트가 있었어요. 특히 가수로서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지 못하면 좌절했죠. 연습생 8년, 데뷔 4년 차에 드디어 음악 방송 1위를 했을 때도 기쁘면서도 울컥한 이유예요. 팬들에게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었어요. 가수는 늘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니까요.”

레이싱 라이더 디자인의 재킷은 벨루티(Berluti), 로고 티셔츠와 화이트 진 팬츠는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벨트는 던힐(Dunhill).

문빈은 1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를 내려놓는 연습 중이다. “쉽지 않아요.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의 지배를 받곤 해요.” 예를 들어 그는 컴백을 앞두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다. 좋은 장면도 있지만, 불운한 장면도 자세히 떠올린다. 그 일이 벌어지면 유연히 대처하고 싶어서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있죠. 걱정이 도움 안 되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좋은 면만 떠올리려 하고, 그게 안 되면 아예 생각을 멈추려고 해요.” 문빈은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면 호흡에 집중한다. “연기와 보컬에서 호흡이 중요한데, 마음을 가라앉힐 때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더 즉각적으로 도움 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레터링 블루종과 이너로 입은 셔츠는 벨루티(Berluti), 로고 베레는 프라다(Prada), 화이트 진 팬츠는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벨트는 산쿠안즈(Sankuanz), 왼손 검지에 낀 반지는 크롬하츠(Chrome Hearts), 약지에 낀 반지는 락킹에이지(Rocking Ag).

쉬는 동안 문빈은 단순하게 생활했다. “혼자 밥 먹고 자고, 운동만 반복했어요. 그러고 나니 확실히 좀 나아졌어요. 걱정이나 자책을 내려놓으니 얻는 게 있더라고요. 물론 멤버들도 많이 도와줬어요. 저의 결정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기다려준 친구들이 고마워요. 모두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가져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받아요.” 문빈은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자주 썼다. 유튜브에서 조용한 음악을 찾아 틀고 노트를 펼쳤다. 본래 글쓰기를 즐기지만 이 기간에는 더 수월하게 펜이 움직였다. 그간 쌓인 노트가 100여 권이다. “제가 쓴 에세이와 시를 묶어 팬들에게 선물해도 좋을 거 같아요. 그렇게 하려면 최소한 500여 편은 있어야 하니 더 열심히 써야겠죠?”

데님 셔츠는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가죽 팬츠는 코치 1941(Coach 1941), 로고 넥스트랩은 프라다(Prada), 귀고리는 락킹에이지(Rocking Ag).

문빈의 2020년 목표는 미니 앨범으로 컴백할 아스트로의 1위, 배우로서 드라마와 영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청춘’이 되는 것. “전에는 사계절을 예로 들었는데, 이제는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을 지닌 청춘이 되고 싶어요. 무지개색이 하나로 합쳐져 새로운 문빈으로 태어나도 좋겠어요.” 그 목표를 위해 자신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냐고 물었다. “안 될 것 같으면 너무 애쓰지 마. 훗날 돌이켜보면 별게 아닐 거야. 그래도 하고 싶다면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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